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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멈춘 길
잘못된 길
자신만 아는 길
속고 속이는 길
가던 길도
파괴되는 길
어차피 없던 길
처음부터 없던 길
가다가
파괴된 길
멈추어지는 길위는
항상 한걸음부터 시작이다


삶은 언제나 ‘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우리는 그 길 위를 걷고 있다고 믿지만, 어느 순간 문득 멈춰 서서 묻게 된다. 이 길이 과연 맞는 길이었는지, 애초에 길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인지.
가는 길은 때로 멈춘 길이 된다.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발걸음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순간이 온다. 잘못된 길이었다는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오고, 그 길 위에서 흘린 시간과 마음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길은 오직 자신만이 옳다고 믿으며 걸어가지만, 그 믿음조차 스스로를 속이고 타인을 속이는 착각일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이미 가고 있는 길’을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그 길이 무너지고, 파괴되고, 더 이상 이어질 수 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어쩌면 그 길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없던 길을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내고, 의미를 부여하며, 그것을 진실이라 믿고 걸어왔던 것이다.

가다가 사라진 길, 무너진 길 위에 서면 누구나 막막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 멈춤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진짜 시작에 가깝다. 멈추어진 자리,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한 걸음을 다시 내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은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잘못된 길도, 사라진 길도 결국은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하나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모든 길이 끝난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한 걸음을 시작한다.

삶이란 결국, 끊임없이 사라지고 다시 시작되는 길 위에 서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길의 시작은 언제나 같다. 멈춘 자리에서, 다시 내딛는 단 한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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