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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서로간의 말
도둑보다 못된 인간
도둑편인 인간
멈추어서 말없는 이에게
시비거는 인간
가만히 있어도
돌아오는 폭언의 인간
서로 본적 없는 이의
무수한 도둑질


도둑질이라는 말은 꼭 물건을 훔치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의 시간을, 감정을, 그리고 존엄을 조금씩 훔치며 살아가고 있다. 말 한마디가 칼이 되어 누군가의 하루를 베어내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이 또 다른 사람의 평온을 앗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도둑보다 보이지 않는 도둑이 훨씬 더 많다.
서로 간에 오가는 말들은 때로 가장 교묘한 도둑질의 도구가 된다. 사실이 아닌 말, 과장된 이야기, 혹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시선은 한 사람의 신뢰를 훔쳐간다. 그리고 그 말에 동조하거나 침묵으로 편을 드는 이들 역시 도둑질에 가담한 셈이다. 직접 손을 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이미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둑보다 못된 인간이란, 물건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이들일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으며, 타인을 향한 공격을 정당화한다. 도둑편에 선 인간들 또한 다르지 않다. 그들은 진실보다 편리함을 선택하고, 정의보다 자신의 안위를 택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침묵과 왜곡의 연대는 또 다른 피해를 낳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무 말 없이 멈추어 있는 이에게조차 시비를 거는 인간의 존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격받는 순간들. 그 속에는 이해하려는 노력도, 배려도 없다. 오직 자신의 불안과 분노를 쏟아낼 대상을 찾는 마음만이 있을 뿐이다.

가만히 있어도 돌아오는 폭언은, 마치 이유 없는 비처럼 쏟아진다. 그러나 그 비는 물이 아니라 상처다. 듣는 이의 가슴에 쌓이고, 결국은 보이지 않는 흉터로 남는다. 말은 사라지지만, 그 말이 남긴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본 적 없는 이들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얼굴을 모른다는 이유로,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더 쉽게 훔치고 더 쉽게 상처를 준다. 책임이 흐려진 자리에서 인간은 더 잔인해진다. 그 잔인함은 작은 말에서 시작되어, 어느새 무수한 도둑질로 번져간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의 무엇을 빼앗고 있는지. 내가 지키지 못한 침묵이 어떤 편에 서 있는지. 진짜 도둑은 손에 무엇을 쥐었느냐가 아니라, 마음에서 무엇을 빼앗았느냐로 구분되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훔치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말로도, 시선으로도, 판단으로도. 서로의 삶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인간다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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