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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가다가
스치는 인연
가다가
머무는 인연
가다가
끊어낼 인연
삶안에는
말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앉았다 간다


인연은 늘 조용히 다가온다.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이름을 묻지도 않은 채
우리는 어느 순간 서로의 삶 안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발견한다.
길을 가다 스치는 인연이 있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 기억에도 남지 않을 것 같지만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얼굴처럼
그 짧은 순간이 오래 남아 마음을 건드린다.
그 인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기보다
‘지나감’이라는 삶의 속도를 가르쳐 준다.

또 어떤 인연은 머문다.
잠시가 아니라, 계절처럼 머물며
웃음과 눈물, 그리고 익숙함을 함께 쌓아 간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눈빛,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이 인연은 우리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들고,
세상 속에서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모든 인연이 끝까지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가다가 끊어내야 할 인연도 있다.
붙잡고 싶어도 놓아야 하는 순간,
혹은 놓지 않으면 나 자신이 무너질 것 같은 순간.
그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인연은 이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 또한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삶 안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말없이 앉았다가,
말없이 떠난다.
그 자리에 남겨진 것은 때로는 따뜻함이고,
때로는 상처이며,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공백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다시 길을 걷는다.
또 다른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지나간 인연들이 남긴 의미를 안고
조금 더 깊어진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인연은 선택이 아니면서도 선택이고,
우연인 듯 필연이다.
스쳐도 의미가 있고, 머물러도 의미가 있으며,
떠나도 또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삶에 잠시 앉았다 가는 존재로서,
또 누군가를 마음에 잠시 머물게 하는 존재로서
조용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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