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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의 친구라고? — 태종의 시대, 나는 내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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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회태종 원년 · 1400년 여름

왕위 계승, 그게 뭔데 그렇게 무서워?

💡 꿈과 책임감은 함께 온다

태상왕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새봄은 바로 궁을 나오지 못했다.

이유는 황당하게도, 새봄이 우물가에서 발을 헛디뎌 발목을 삐었기 때문이었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걸을 때마다 욱신거렸다. 방원이 그걸 보고 의원을 불러줬고, 의원은 사흘은 쉬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또 며칠이 늘어났다.

새봄은 행각 방에 앉아 창밖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 팔자야. 쑥 캐러 왔다가 왕자님 말동무에 발목 삐어서 궁에서 쉬고 있다니. 할머니가 이 얘기 들으시면 기절하시겠다.'

그날 오후, 방원이 들어왔다. 늘 그렇듯 아무 예고 없이.

새봄은 무릎 위에 놓인 천 조각을 매만지다가 고개를 들었다.

"발목은 어떠냐."

"좀 나아요. 내일이면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방원이 창가 벽에 등을 기대며 서 있었다. 오늘따라 뭔가 무거운 기운이 있었다. 새봄이 슬쩍 봤다. 눈빛이 어딘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다."

"거짓말."

방원이 새봄을 봤다. 약간 놀란 것 같기도 했다. 아마 이렇게 대뜸 '거짓말'이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을 테니까.

"……정종 형님께서 나에게 왕위를 양위하실 것 같다는 말이 돌고 있다."

정종. 지금의 왕. 태상왕 이성계의 둘째 아들이고, 이방원의 바로 위 형이었다.

새봄이 잠깐 생각했다. 양위. 왕위를 물려준다는 것. 그러면 방원이 왕이 된다는 말이었다.

"기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새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원이 대답 대신 창밖을 봤다.

"기쁜 것과 두려운 것이 같은 무게로 있을 때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느냐."

새봄은 그 말을 가만히 씹었다. 기쁜 것과 두려운 것이 같은 무게로 있을 때.

"그거 저 알아요."

"뭘."

"그 느낌이요. 할머니 약방이 잘 됐으면 좋겠는데, 잘 되면 손님이 많아지고 그러면 제가 더 많이 심부름 다녀야 하잖아요.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모를 때 있거든요."

방원이 새봄을 한참 봤다. 그러더니 아주 조금, 눈가가 풀렸다.

"……비유가 좀 다르다."

"비슷하다고요. 기쁜데 두려운 건 다 같아요."

방원이 발목을 삔 새봄 옆에 벽을 등지고 주르르 앉아버렸다. 근엄한 왕자님이 바닥에 그냥 앉는 게 어색해서 새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왕이 되면 말이다."

방원이 무릎 위에 팔을 올리고 천장을 보며 말했다.

"아무도 내게 '거짓말'이라고 못 한다. 내가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이 된다. 신하들도, 형제들도, 다들 내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게 왜 두려워요? 좋은 거 아닌가요."

"틀린 말을 해도 '맞다'고 하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

방원이 잠깐 멈췄다.

"내가 언제 틀렸는지 어떻게 아느냐."

새봄은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지금 이 소년이 두려워하는 것은 왕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왕이 되고 나서, 혼자가 되는 것이었다.

"저는 말할 수 있어요."

"뭘."

"왕자님이 틀리면요. 저는 왕자님이라서 무섭거나 그런 거 별로 없거든요. 이미 소맷자락도 잡아봤고, 반말도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요."

방원이 새봄을 봤다. 진지하게.

새봄은 그 시선이 왠지 조금 간질거렸다. 얼른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뭐, 어차피 저는 곧 나갈 사람이라서요."

방원은 그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여름 햇살이 쏟아졌다. 매미가 울었다.

— 9회 끝 —

다음 회: 형제란 이름의 경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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