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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의 친구라고? — 태종의 시대, 나는 내 길을 간다"

현시대 중학생에게 와닿는 이유
"내가 왕의 친구라고?" → 예상 밖 상황에 처한 주인공, Z세대가 공감하는 황당하고 설레는 설정
"나는 내 길을 간다" → 자기결정권·자존감이라는 현대적 교훈을 역사에 녹임
📚 40회 구성 요약
부회차핵심 주제1부 궁 안의 침입자 1~8회 만남 · 첫 갈등 · 가족 관계
2부 왕이 된다는 것 9~16회 권력의 무게 · 경쟁 · 감정 혼란
3부 나는 내 편이다 17~24회 자아성장 · 성차별 극복 · 우정
4부 흔들려도 나는 나 25~34회 클라이맥스 · 위기 · 진짜 선택
5부 내 길을 간다 35~40회 해결 · 꿈 실현 · 열린 결말
💡 중학생에게 전하는 핵심 교훈
나다운 것이 가장 강하다
솔직한 대화가 오해를 푼다
진짜 우정은 상대의 행복을 바란다
배움의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역사는 왕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이야기

나는 그냥 약초 캐러 왔다고요!
💡 나의 실수가 예상치 못한 인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한양의 봄은 늘 이런 식으로 왔다.
진달래가 먼저 피고, 그다음 개나리, 그다음 벚꽃. 그러고 나면 새봄네 약방 할머니가 부엌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외쳤다. "새봄아, 쑥 좀 캐오너라."
올해도 어김없이 그 말이 떨어졌다.
한새봄은 등에 대바구니를 걸치고 신발 끈을 묶으면서 투덜거렸다. 열다섯이나 먹었는데 아직도 심부름이냐고. 시전 골목 친구들은 이미 다들 자기 할 일이 생겼다. 베를 짜거나, 떡을 팔거나, 어떤 애는 벌써 혼처 얘기가 오간다고 했다. 그런데 한새봄만은 여전히 할머니 심부름꾼이었다.
물론 억울하지는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조금 억울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약이 한양 시전에서 제일 잘 듣는다는 것도 알았고, 그 약 때문에 밥 굶지 않고 사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까 투덜거리면서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문제는 오늘 할머니가 일러준 방향이었다.
"북쪽 담장 너머 후원 쪽에 쑥이 제일 좋더라. 경복궁 담 바깥 바위틈에 한가득이야. 거기 가면 돼."
새봄은 눈을 찡그렸다.
"할머니, 거기 궁 아니에요? 가까이 가면 혼나는 거 아니에요?"
"담 바깥이라니까. 안에 들어가라는 게 아니잖니."
그 말이 맞았다. 담 바깥이면 괜찮았다. 새봄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전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경복궁 북쪽 담장 바깥에서 쑥을 캐다 보니 담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뻥 뚫려 있었다는 것이다.
오래된 돌 담장이 내려앉으면서 생긴 틈이었다. 사람 한 명쯤은 거뜬히 빠져들어 갈 만한 크기였다. 새봄은 그 틈을 통해 담 너머를 들여다봤다. 초록색 풀이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풀들 사이에 쑥이—봄볕을 잔뜩 받아 퉁퉁하게 오른 쑥이—가득했다.
'담 안에 있는 건 맞는데…… 바깥 쑥은 다 캤고…… 이 쑥들이 담 가까이에 있는 건 사실이니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들어가면 안 될까?'
자기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새봄은 대바구니를 먼저 틈새로 밀어 넣었다. 그다음 자신이 쪼그리고 앉아 조심조심 담을 통과했다. 옷자락이 돌에 걸릴 뻔했지만 가까스로 벗어났다. 후원 안이었다. 봄볕이 따뜻했다. 새들이 울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새봄은 숨을 참으며 쑥을 캐기 시작했다. 아주 빨리, 조용히, 티 나지 않게. 두 움큼, 세 움큼. 바구니가 금방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거기 누구냐!"
심장이 내려앉았다. 새봄이 고개를 홱 들었다. 저 멀리 나무 그늘에서 갑옷을 걸친 궁인 하나가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창을 들고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잡아라! 침입자다!"
새봄은 바구니를 부여잡고 냅다 뛰었다. 쑥이 왕창 쏟아졌다. 상관없었다. 목숨이 먼저였다.
후원은 생각보다 넓었다. 뛰어봐야 나갈 구멍도 안 보이고, 담은 높고, 궁인은 빠르게 따라붙어 왔다. 새봄은 숨이 차올라 헉헉거리면서 담장 쪽으로 달렸다. 저기 어딘가 내가 들어온 틈이 있을 텐데—
그런데 모퉁이를 돌다가 무언가에 쾅 하고 부딪혔다.
새봄이 비틀거리며 뒤를 봤다. 아니, 앞을. 눈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열여섯이나 일곱쯤 돼 보이는 소년이었다. 키가 새봄보다 한 뼘쯤 컸다. 검은 빛이 도는 곤룡포는 아니었고, 귀족 집 도련님 같은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손에는 활을 들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과녁이라도 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소년의 눈이 새봄과 마주쳤다.
새봄은 그 눈을 보자마자 얼어붙었다.
이상한 눈이었다. 차갑고 날카로운데, 왜인지 겁나지 않았다. 그냥 서늘했다. 가을 새벽 공기처럼.
뒤에서 궁인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기, 저기요——"
새봄이 소년의 소맷자락을 잡았다. 매달리듯이.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저 쑥 캐러 왔어요. 진짜로요. 그냥 풀 캐러요. 제발요."
소년은 새봄을 한 번 위아래로 훑어봤다. 흙 묻은 버선,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 쑥이 절반도 안 찬 대바구니.
어이없다는 듯 눈썹이 아주 살짝 올라갔다.
그다음 순간, 소년은 새봄의 팔을 끌고 담장 옆 커다란 나무 뒤로 홱 당겼다.
숨소리도 못 내게 등을 벽에 밀착시키고 자신도 그 옆에 붙었다. 궁인의 발소리가 딱 그 나무 앞에서 멈칫했다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멀어졌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소년이 천천히 새봄에게서 한 발 물러섰다.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새봄이 먼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소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냥 새봄을 봤다. 무표정하게. 차갑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눈빛에 호기심 같은 게 살짝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새봄은 그 눈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 1회 끝 —

제 1 회태종 원년 · 1400년 봄
나는 그냥 약초 캐러 왔다고요!
💡 나의 실수가 예상치 못한 인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한양의 봄은 늘 이런 식으로 왔다.
진달래가 먼저 피고, 그다음 개나리, 그다음 벚꽃. 그러고 나면 새봄네 약방 할머니가 부엌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외쳤다. "새봄아, 쑥 좀 캐오너라."
올해도 어김없이 그 말이 떨어졌다.
한새봄은 등에 대바구니를 걸치고 신발 끈을 묶으면서 투덜거렸다. 열다섯이나 먹었는데 아직도 심부름이냐고. 시전 골목 친구들은 이미 다들 자기 할 일이 생겼다. 베를 짜거나, 떡을 팔거나, 어떤 애는 벌써 혼처 얘기가 오간다고 했다. 그런데 한새봄만은 여전히 할머니 심부름꾼이었다.
물론 억울하지는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조금 억울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약이 한양 시전에서 제일 잘 듣는다는 것도 알았고, 그 약 때문에 밥 굶지 않고 사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까 투덜거리면서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문제는 오늘 할머니가 일러준 방향이었다.
"북쪽 담장 너머 후원 쪽에 쑥이 제일 좋더라. 경복궁 담 바깥 바위틈에 한가득이야. 거기 가면 돼."
새봄은 눈을 찡그렸다.
"할머니, 거기 궁 아니에요? 가까이 가면 혼나는 거 아니에요?"
"담 바깥이라니까. 안에 들어가라는 게 아니잖니."
그 말이 맞았다. 담 바깥이면 괜찮았다. 새봄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전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경복궁 북쪽 담장 바깥에서 쑥을 캐다 보니 담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뻥 뚫려 있었다는 것이다.
오래된 돌 담장이 내려앉으면서 생긴 틈이었다. 사람 한 명쯤은 거뜬히 빠져들어 갈 만한 크기였다. 새봄은 그 틈을 통해 담 너머를 들여다봤다. 초록색 풀이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풀들 사이에 쑥이—봄볕을 잔뜩 받아 퉁퉁하게 오른 쑥이—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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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안에 있는 건 맞는데…… 바깥 쑥은 다 캤고…… 이 쑥들이 담 가까이에 있는 건 사실이니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들어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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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새봄은 대바구니를 먼저 틈새로 밀어 넣었다. 그다음 자신이 쪼그리고 앉아 조심조심 담을 통과했다. 옷자락이 돌에 걸릴 뻔했지만 가까스로 벗어났다. 후원 안이었다. 봄볕이 따뜻했다. 새들이 울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새봄은 숨을 참으며 쑥을 캐기 시작했다. 아주 빨리, 조용히, 티 나지 않게. 두 움큼, 세 움큼. 바구니가 금방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거기 누구냐!"
심장이 내려앉았다. 새봄이 고개를 홱 들었다. 저 멀리 나무 그늘에서 갑옷을 걸친 궁인 하나가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창을 들고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잡아라! 침입자다!"
새봄은 바구니를 부여잡고 냅다 뛰었다. 쑥이 왕창 쏟아졌다. 상관없었다. 목숨이 먼저였다.
후원은 생각보다 넓었다. 뛰어봐야 나갈 구멍도 안 보이고, 담은 높고, 궁인은 빠르게 따라붙어 왔다. 새봄은 숨이 차올라 헉헉거리면서 담장 쪽으로 달렸다. 저기 어딘가 내가 들어온 틈이 있을 텐데—
그런데 모퉁이를 돌다가 무언가에 쾅 하고 부딪혔다.
새봄이 비틀거리며 뒤를 봤다. 아니, 앞을. 눈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열여섯이나 일곱쯤 돼 보이는 소년이었다. 키가 새봄보다 한 뼘쯤 컸다. 검은 빛이 도는 곤룡포는 아니었고, 귀족 집 도련님 같은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손에는 활을 들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과녁이라도 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소년의 눈이 새봄과 마주쳤다.
새봄은 그 눈을 보자마자 얼어붙었다.
이상한 눈이었다. 차갑고 날카로운데, 왜인지 겁나지 않았다. 그냥 서늘했다. 가을 새벽 공기처럼.
뒤에서 궁인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기, 저기요——"
새봄이 소년의 소맷자락을 잡았다. 매달리듯이.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저 쑥 캐러 왔어요. 진짜로요. 그냥 풀 캐러요. 제발요."
소년은 새봄을 한 번 위아래로 훑어봤다. 흙 묻은 버선,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 쑥이 절반도 안 찬 대바구니.
어이없다는 듯 눈썹이 아주 살짝 올라갔다.
그다음 순간, 소년은 새봄의 팔을 끌고 담장 옆 커다란 나무 뒤로 홱 당겼다.
숨소리도 못 내게 등을 벽에 밀착시키고 자신도 그 옆에 붙었다. 궁인의 발소리가 딱 그 나무 앞에서 멈칫했다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멀어졌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소년이 천천히 새봄에게서 한 발 물러섰다.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새봄이 먼저 간신히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소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냥 새봄을 봤다. 무표정하게. 차갑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눈빛에 호기심 같은 게 살짝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새봄은 그 눈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 1회 끝 —
다음 회: 그 소년, 눈빛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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