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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둥지

남의 둥지가 거짓인양

똬리를 이들의 마음이

새들이 지어논 둥지에

알을 낳고 떠나는

못된 마음같아

사람인가 싶다

 

도둑질이란 이런 것 아닌가

남의 둥지에서 자란새

남의 것을 먹는 새들의 모습

날아가 버리면 그만엔 인연

 

남의 둥지에 머문건

지나가는 인연이었을뿐

머물 수는 인연은 못되는 듯 싶다

남의 둥지에 머문다는 것

세상에는 겉으로는 조용하고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묘한 불편함을 남기는 장면들이 있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떠나는 새의 모습이 그렇다. 그것은 단순한 생존의 방식일지도 모르지만,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딘가 모르게 부정직하고 이기적인 행동처럼 느껴진다.

둥지는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성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바람을 막고, 비를 피하며, 생명을 품기 위해 준비된 자리다. 그곳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떠나는 존재는 과연 자연의 일부일까, 아니면 도둑과 다름없는 걸까. 시는 이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던진다.

사람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누군가가 쌓아 올린 자리, 누군가의 희생과 수고로 만들어진 공간에 들어와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머물다 떠나는 사람들. 그들은 관계를 가볍게 여기고, 인연을 소비하며, 책임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떠난 뒤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흔적조차 지우려 한다.

하지만 남의 둥지에서 자란 것은 결국 자신의 것이 아니다. 잠시 머물며 얻은 따뜻함과 편안함은 진짜 자신의 삶이 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떠나야 한다. 남겨진 것은 공허함과 상처, 그리고 뒤늦은 깨달음뿐이다.

인연이란 머문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인연은 함께 지어가는 것이다. 서로의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보태어 하나의 둥지를 완성해가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깊어진다. 잠시 스쳐가는 관계는 인연일 수는 있어도, 머물 자격까지 주어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한 번쯤 ‘남의 둥지’에 머물렀던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누군가에게 우리의 둥지를 내어준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깨닫느냐일 것이다. 남의 것을 빌려 사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둥지를 짓고 지켜가는 삶. 그것이야말로 진짜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결국 둥지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 마음에 책임 없이 들어왔다가 떠나는 것은, 도둑질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그리고 그 자리에 머물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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