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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조용한 산책길
봄날도 아닌데
따뜻하다
참새떼가 두배로
많아졌다
겨울내내 푹쉬고 일어난
살찌어진 모습
가지 가지 사이에 모여
재재거린다
한 마리 새
가지 주어다
집을 다시 짓는지
분주하다
걷는 걸음 앞에
조용히 앉은 소나무길
하얀 비둘기
머물다 날아간다
처음 보는 만남이
지난 시절을 함께한
강아지의 영혼처럼
고와서
좋은 날이다.


영혼이 머문 산책길
조용한 산책길을 걷다 보면, 계절과는 상관없이 마음이 먼저 봄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아직 공기에는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도, 이상하게 따뜻한 기운이 발걸음을 감싼다. 그 따뜻함은 햇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곁에 함께 걷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참새떼가 유난히 많아 보인다. 겨울 내내 어디선가 숨을 고르며 쉬었을 작은 생명들이, 이제는 살이 오른 몸으로 가지 사이에 모여 재잘거린다. 그들의 분주함은 단순한 생존의 움직임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겠다는 의지처럼 느껴진다. 한 마리 새가 부지런히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는 모습은, 무너진 시간을 다시 쌓아 올리는 작은 기적 같다.
그 길 위에는 소나무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의 발걸음이 지나가도, 바람이 스쳐도, 늘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듯한 고요함. 그 앞에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잠시 내려앉았다가 이내 날아오른다. 그 짧은 머묾이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르는 존재가 있다. 오래전 함께했던 강아지. 말은 없었지만 언제나 곁을 지켜주던 그 작은 생명. 오늘 만난 비둘기의 고요한 눈빛과 맑은 기운 속에서, 그 아이의 영혼이 스쳐 지나간 것만 같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따뜻함과 그리움이 마음을 적신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한 날이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언가를 분명히 만난 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우리 곁에 얼마나 깊이 머물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날이다.
산책길은 여전히 조용하지만, 그 고요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영혼이 함께 숨 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길 위에서, 아주 잠깐이나마 그들과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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