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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시프트 (Pandemic Shift)


11화: 불편한 동거와 지하의 질병 (Uncomfortable Cohabitation and the Sickness Below)
두 생존 그룹 간의 긴장 고조, 박 이사 그룹 내에서 원인 불명의 질병 발생, 차유리의 의학적 지식의 중요성 부각.
하준 일행(하준, 민수, 태영, 유리)이 마트에서 확보한 물자를 숨기고 박 이사 그룹과 다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 후, 지하 창고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 이사는 하준 일행의 물자에 침을 흘렸지만, 하준의 강력한 경고와 태영의 위압적인 무력 앞에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며칠이 흘렀다. 하준 일행은 자신들의 은신처에서 식량을 아껴 먹으며 다음 탐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박 이사 그룹 쪽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콜록, 콜록! 젠장, 너무 추워…"
"열이 너무 심해… 온몸이 쑤셔."
박 이사 그룹의 생존자 몇몇이 갑자기 고열과 기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부분 박 이사가 독점한 식량 중에서도 상태가 좋지 않은 비상식량을 먹고, 오염된 물을 마신 사람들이었다. 창고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굶주림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원인이었다.
박 이사는 당황했다. 좀비 바이러스와는 다른, 일반적인 질병이었지만,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이 질병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결국 박 이사는 자존심을 굽히고 하준 일행에게 다가왔다.
"차유리 씨! 당신 간호사라고 들었어. 이 사람들 좀 봐줘! 빨리! 내가 나중에 충분히 보상하겠어!"
차유리는 박 이사의 탐욕에 치를 떨었지만, 환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하준에게 동의를 구했고, 조심스럽게 환자들을 진찰했다.
"식중독과 급성 열병이 겹친 것 같아요. 위생 불량과 영양실조가 원인입니다. 저희가 확보한 항생제와 해열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깨끗한 물과 휴식이 필요해요." 유리가 설명했다.
"항생제라니! 그 귀한 약을 저들에게 쓸 순 없어!" 민수가 반대했다.
하준은 잠시 고민했다. "유리야, 약이 충분해?"
"저희가 쓸 만큼은 충분히 남겨두고, 최소한의 양만 제공할게요. 하지만 박 이사님. 조건이 있습니다." 유리가 박 이사를 똑바로 쳐다봤다. "당신의 물자 창고에서 깨끗한 생수를 20병 꺼내주세요. 그리고 환자들을 저희가 있는 쪽으로 격리하고 청결을 유지하세요. 안 그러면 저희도 당신들과 함께 감염됩니다."
박 이사는 생수를 내주는 것을 망설였지만, 자신의 그룹 멤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차유리의 의학적 지식은 하준 일행에게 강력한 생존 카드가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준 일행의 존재감은 창고 내에서 더욱 확고해졌다.
12화: 지상으로의 첫 탐색 (The First Surface Reconnaissance)
식량 확보의 한계 인지, 지상층 (아파트 로비)으로의 탐색 개시, 폐쇄된 군부대 무전 신호 포착.
지하 창고의 물자를 나눠 쓰며 며칠을 버텼지만, 하준은 현재 상황이 지속될 수 없음을 알았다. 창고 내 식량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좀비들이 언제 지하로 들이닥칠지 알 수 없었다.
"지하 쇼핑몰 구역은 위험도가 너무 높아. 이제 지상층으로 가야 해." 하준이 민수, 태영과 함께 지도를 보며 말했다.
에덴 시티는 주거동(아파트)과 상가동(쇼핑몰)이 연결된 구조였다. 지상층은 주거동 로비로 이어져 있었고, 외부와 연결된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피신하면서 버려둔 물자가 있을 겁니다. 로비에 비상용 구호 물품이 있을 수도 있고요." 민수가 제안했다.
하준과 태영은 만약을 대비해 가장 단단한 복장과 무기를 챙겼다. 차유리는 창고에 남아 환자들을 돌보기로 했다.
지상 1층 주거동 로비로 통하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바깥은 낮이었지만, 셔터와 커튼이 닫혀 어두컴컴했다. 로비는 처참했다. 거대한 로비에는 깨진 유리 파편, 피 묻은 가구들, 그리고 몇 구의 시신이 널려 있었다. 다행히 좀비는 없었다.
하준과 태영은 로비 카운터를 뒤졌다. 그들은 비상용 구호품 상자 대신, 낡은 아마추어 무전기와 배터리 몇 개를 발견했다.
"무전기? 이걸로 외부와 통신이 가능할까요?" 태영이 물었다.
"일단 시도해 봐야지."
하준은 무전기를 켜고 여러 주파수를 돌렸다. 대부분 잡음뿐이었다. 그때, 민수가 거의 들리지 않는 희미한 신호를 포착했다.
"...콜사인 '봉황'. 242... 구역 봉쇄… 생존자… 구조…"
희미했지만, 분명한 군부대의 콜사인과 '봉쇄', '242 구역'이라는 단어였다. 242 구역은 에덴 시티의 정부 지정 방역 유린 구역 코드였다.
"민수야, 주파수 고정해! 군대가 아직 완전히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하준은 희미한 희망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로비 천장 환기구 쪽에서 무언가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륵... 크르륵... 좀비들이 천장 구조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철수! 당장 지하로 복귀한다!" 하준은 무전기와 배터리를 챙겨 급히 지하로 몸을 피했다. 지상층 탐색은 예상보다 훨씬 위험했다.
13화: 희망과 절망의 교차 (The Intersection of Hope and Despair)
무전 신호 해독 실패와 실망, 박 이사 그룹이 하준 일행을 몰래 감시하고 있음을 인지, 내부의 긴장 증폭.
지하로 복귀한 하준 일행은 확보한 물자를 정리하고 무전기 해독에 몰두했다. 민수는 밤새도록 주파수를 조절했지만, 군부대 신호는 다시 잡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시적인 신호였던 것 같아요. 아니면 저희가 너무 가까이 있었거나… 주파수가 불안정해요." 민수가 지쳤는지 고개를 떨궜다.
"아니, 분명 **'봉황', '구조'**라는 단어를 들었어. 정부는 우릴 버렸지만, 이 사태를 알고 있는 군부대가 자체적으로 뭔가 시도하고 있을 수도 있어." 하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전기를 통해 외부 정보를 얻고, 탈출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야 했다.
한편, 차유리의 도움으로 박 이사 그룹의 환자들은 호전되기 시작했다. 박 이사는 생수를 썼지만, 여전히 식량은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환자들이 나아지자, 박 이사의 태도는 다시 거만해졌다.
"역시 간호사 나부랭이 솜씨는 쓸만해. 강하준, 너희가 가진 항생제도 내놔. 나중에라도 우리 그룹 내에서 병이 돌면 안 되니까."
하준은 차갑게 거절했다. "약은 생존자 모두의 것입니다. 저희가 관리하겠습니다. 다시 요구하면, 저희의 도움은 없을 겁니다."
두 그룹 간의 긴장감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하준은 박 이사의 눈빛에서 '언제든지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위험 신호를 감지했다.
그날 밤, 하준이 은신처 밖에서 순찰을 돌던 중이었다. 그는 창고의 거대한 선반 뒤쪽에서 누군가 숨어 있는 듯한 인기척을 느꼈다.
"누구야!" 하준이 외치며 맥가이버 칼을 꺼내 들었다.
선반 뒤에서 박 이사의 충실한 추종자 중 한 명인 덩치 큰 남자가 얼굴을 가린 채 도망치려 했다. 하준은 그를 놓치지 않고 덮쳐 제압했다.
"왜 여기서 숨어 있었지? 대답해!"
남자는 공포에 질려 더듬거렸다. "이… 이사님이 시켰어요. 당신들이 어디에서 물자를 가져오는지, 숨겨둔 물자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라고…"
하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박 이사는 겉으로는 협력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자신들을 감시하고 물자를 빼앗을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갇혀진 공간 안에서, 좀비보다 더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것은 바로 인간의 탐욕이었다. 하준은 박 이사 그룹과의 결별을 결심해야 할 때가 왔음을 느꼈다.
14화: 배신을 감지한 하준의 전략 (Ha-jun's Strategy Against Betrayal)
박 이사의 명백한 배신 의도 확인, 하준의 물자 이동 계획 수립, 좀비 떼 유인용 함정 설치.
하준에게 제압당한 박 이사의 추종자는 결국 박 이사가 하준 일행의 물자를 강탈하기 위해 오늘 밤 기습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박 이사는 자신들이 약에 의존하게 된 상황에서, 하준 일행의 물자뿐만 아니라 약까지 모두 독점할 생각이었다.
"젠장, 인간들의 만행이 끝이 없군." 태영이 분노했다.
"아니, 이건 만행 이전에 생존 본능이야. 하지만 우린 그들의 먹잇감이 되어줄 순 없어." 하준은 냉정함을 유지했다.
하준은 즉시 대책을 세웠다. 이대로 박 이사 그룹과 정면 대결을 벌이면, 양쪽 모두 큰 피해를 입을 것이고, 그 소리가 위층의 좀비들을 지하로 불러들일 것이 분명했다.
"싸움은 피한다. 우리는 오늘 밤 이곳을 떠나 새로운 은신처로 이동한다." 하준이 말했다.
문제는 짐이었다. 물자를 모두 옮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준은 민수에게 창고 구석에 있던 '가짜 물자'를 준비시키고, 정태영에게는 '함정'을 준비시켰다.
하준의 전략
미끼: 박 이사가 찾도록 유도했던 은신처에 '가짜 물자'(쓰레기, 빈 깡통)를 가득 채워둔다.
함정: 가짜 물자 주변에 좀비 떼 유인용 장치를 설치한다. (강한 냄새가 나는 오물을 묻힌 옷가지와 소리 유발 장치)
계획 실행은 한밤중에 이루어졌다. 민수와 유리는 조용히 필수 물품만을 챙겼고, 하준과 태영은 창고 구석에서 좀비 유인용 장치를 설치했다.
"하준아, 이걸로 진짜 좀비가 올까?" 태영이 의구심을 표했다.
"좀비들은 빛보다 소리와 냄새에 더 민감해. 특히 이 창고는 습하고 어두워서 냄새가 잘 퍼질 거야. 박 이사 그룹이 기습을 감행하면, 그 소리가 함정을 작동시킬 거다." 하준이 섬뜩하게 말했다.
새벽 3시. 창고는 완전히 암흑에 잠겼다. 하준 일행은 마지막으로 박 이사 그룹 쪽을 확인했다. 그들은 이미 무장을 하고 공격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준 일행은 주거동 쪽의 비상 탈출로를 이용해 조용히 지하를 벗어나 새로운 은신처로 향했다.
그들이 떠나고 불과 30분 후, 지하 창고에서는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박 이사 그룹의 기습이 시작되었다.
15화: 내부의 파열과 대규모 희생 (Internal Rupture and Mass Sacrifice)
박 이사의 물자 강탈 시도와 함정 작동, 박 이사 그룹과 좀비 떼의 교차 충돌, 하준 일행의 생존과 목격.
새벽의 정적을 뚫고, 박 이사 그룹은 하준 일행의 은신처로 들이닥쳤다.
"잡아! 저 놈들 물자 다 뺏어!" 박 이사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그들이 은신처에 진입했을 때, 하준 일행은 없었고 '가짜 물자'만이 가득했다. 박 이사가 분노하며 가짜 물자를 걷어차는 순간, 쿵! 하고 설치된 함정이 작동했다. 철제 깡통들이 바닥에 굴러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고, 동시에 강한 악취가 진동했다.
"이게 뭐야! 함정이야!" 박 이사가 당황했다.
바로 그때, 하준이 유인용으로 설치한 장치에 반응하여 지하 통로 깊숙한 곳에서부터 좀비 떼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끼이이이익!"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불과 몇 분 후, 수십 마리의 좀비 떼가 지하 창고 입구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마트에서 하준 일행이 조우했던 그 진화된 좀비들이었다.
박 이사 그룹은 혼비백산했다. 좀비 떼의 숫자는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막아! 막으라고! 젠장, 강하준 그 개자식!" 박 이사가 비명을 질렀다.
좀비 떼는 독점된 물자를 지키려던 박 이사의 추종자들에게 무자비하게 달려들었다. 비명과 살점 뜯기는 소리, 그리고 짐승의 울음소리가 지하 창고를 뒤덮었다. 박 이사 그룹의 통제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대규모 희생이 발생했다. 이는 박 이사의 탐욕과 만행에 대한 피의 대가였다.
하준 일행은 주거동 비상 통로를 통해 2층의 폐쇄된 사무 공간에 숨어 있었다. 그들은 지하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소리를 들으며 몸을 떨었다.
"이게…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만행의 결과예요." 유리가 얼굴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하준은 창고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잠잠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박 이사 그룹은 사실상 와해되었다. 좀비들은 이제 그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지하 창고에 자리 잡았을 터였다. 하준은 냉철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이제 완전히 독립했다. 저곳은 이제 우리의 무덤이 아니다."
그들의 시선은 주거동 2층의 폐쇄된 공간과, 그 너머의 미개척 구역으로 향했다. 이제부터 그들은 더 광활하지만, 더 위험한 에덴 시티의 중심으로 향해야 했다. 새로운 생존 게임의 서막이 올랐다.
16화: 새로운 은신처, 2층의 공포 (The New Hideout, Fear on the Second Floor)
2층 주거동 사무실 구역으로 이동, 새로운 은신처 확보와 방어 시스템 구축, 박 이사의 최후에 대한 추측.
하준 일행(하준, 민수, 태영, 유리)은 지하 창고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태의 여파가 가라앉기를 기다린 후, 주거동 2층의 폐쇄된 관리 사무소 구역을 새로운 은신처로 삼았다. 이곳은 주거동 로비와는 계단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분리되어 있어 방어에 용이했고, 내부에는 작은 휴게실과 통제실이 있어 임시 숙소로 적합했다.
은신처를 확보하자마자, 하준은 즉시 방어 시스템 구축을 지시했다.
"태영아, 계단 입구를 최대한 막아. 책장, 가구 전부 동원해서 바리케이드를 쳐. 소리 내지 말고 튼튼하게."
"민수야, 이 방어선 밖에 소음 유발 장치를 설치해. 좀비가 접근하면 우리가 알 수 있도록."
"유리야, 물자를 정리하고, 부상 여부를 다시 확인하자."
새로운 은신처는 지하 창고보다 깨끗했지만, 공포심은 더 컸다. 지하 창고는 좀비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공간이라는 심리적 안전 장치라도 있었지만, 이곳은 언제든지 외부 좀비들의 표적이 될 수 있었다.
민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준아, 박 이사… 그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하준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박 이사가 살았을 가능성은 희박해. 그의 탐욕이 그와 그의 추종자들을 좀비 떼에게 내준 거지. 지하 창고는 이제 좀비들의 소굴이 됐을 거야."
그의 말대로, 지하 창고 쪽에서는 여전히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하준 일행은 박 이사 그룹이 저지른 '만행의 결과'를 등지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좀비뿐만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재앙으로부터도 도망쳐야 했다.
하준은 유리에게 물었다. "유리야, 약품이 얼마나 남았지? 우리가 마트에서 확보한 것 말고, 네가 따로 챙겨둔 건 없어?"
유리는 눈빛을 빛내며 작은 가방을 열었다. "제가 일하던 병원에서 몰래 챙겨둔 고성능 구급 키트가 있어요. 일반 항생제보다 훨씬 강력한 것과, 고농축 영양제도 있습니다. 이걸 아껴야 해요. 앞으로 다칠 일이 많을 겁니다."
유리의 숨겨진 카드는 하준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이 복합 시설 안에서, 의료 능력은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귀한 자원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17화: 주거동 탐색, 개인 물품 확보 (Residential Search, Securing Personal Items)
아파트 주거동으로 본격 진입, 좀비가 없는 빈 집 탐색, 주민들의 개인적인 기록과 절망적인 흔적 발견.
안정적인 은신처를 확보한 하준 일행은 다음 생존 계획을 세웠다. 바로 '주거동' 탐색이었다. 쇼핑몰 물자는 이미 좀비들이 점령한 층에 집중되어 있어 위험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던 아파트에는 의류, 도구, 그리고 뜻밖의 생존 물자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준, 태영, 민수는 무전기로 연락하며 조용히 주거동 3층으로 올라갔다. 아파트 복도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방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을 부수지 마. 조용히, 자물쇠를 딸 수 있는 집만 들어간다. 좀비가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하준이 지시했다.
태영은 쇠파이프를 이용해 간단한 문을 여는 데 재주를 보였다. 그들은 몇 채의 빈 집을 탐색했다. 대부분의 집은 주인이 급히 피신하며 중요한 물건을 챙겨 나간 듯했지만, 미처 챙기지 못한 귀금속, 고급 의류, 그리고 캠핑용품 같은 것들이 남아있었다.
민수가 한 집의 침실에서 낡은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10월 2일. 뉴스는 거짓말이야. 아래층 경비 아저씨가 내 딸을 물었어. 딸은… 변했어. 나는 이 방에 갇혔어. 군대에 신고했지만 아무도 안 와. 물이 없어. 마지막으로 이걸 쓴다. 나는 갇혔다."
절망적인 기록이었다. 이 갇혀진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었다. 하준은 죄책감과 함께 강한 생존 의지를 다졌다.
다른 집에서는 작은 망원경과 전문적인 등산 장비가 발견되었다.
"망원경! 이걸로 건물 옥상에서 바깥을 볼 수 있을 거야. 외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해." 하준이 망원경을 챙겼다.
탐색을 계속하던 중, 그들은 소름 끼치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 아파트 문이 밖에서 쇠사슬로 굳게 감겨 있었다. 그들은 문에 귀를 댔다.
"끼이익… 긁는 소리… 크르르…"
안에는 좀비가 갇혀 있었다. 누군가가 가족이나 이웃을 구하기 위해, 혹은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스스로 문을 봉인하고 떠난 흔적이었다. 하준은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이 갇혀진 공간에는 희생과 절망의 이야기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18화: 위험한 물길, 하수구 탐색 (The Dangerous Waterway, Sewer Search)
식수 고갈 위협, 하수 처리 시설로의 탐색 결정, 좀비 배제 구역인 기계실에서 예상치 못한 단서 발견.
주거동에서 확보한 물품 중 가장 부족한 것은 깨끗한 물이었다. 생수는 한계가 있었다. 하준은 에덴 시티의 거대한 자체 하수 및 폐수 처리 시스템을 이용해 식수를 확보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가장 위험하지만, 장기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탐색이었다.
"하수 처리 시설은 지하 3층에 있어. 좀비들이 득실거릴 가능성이 높지만, 그곳에는 정수 필터와 펌프 시설이 있을 거야." 하준이 설명했다.
차유리가 반대했다. "안 돼, 하준아! 하수도는 박테리아와 독성 물질 천국이야! 게다가 그곳이 감염의 근원지일 수도 있어!"
"하지만 물이 없으면 며칠 안에 우린 굶주림보다 더 빨리 죽을 거야. 유리야, 네가 정수 과정과 관련된 지식을 최대한 동원해 줘야 해."
결국 하준과 태영, 그리고 차유리가 최소한의 방호 장비를 갖추고 하수 처리 시설이 있는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민수는 은신처를 지키기로 했다.
지하 3층은 습기와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다. 하수 처리 시설로 향하는 길목에는 좀비가 거의 없었다. 좀비들은 본능적으로 물의 흐름이 강하거나 냄새가 독한 곳을 피하는 듯했다.
그들이 도착한 것은 중앙 기계실이었다. 거대한 펌프와 파이프들이 얽혀 있는 곳이었다. 유리와 태영은 필터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하준은 주변을 경계했다.
하준은 파이프 뒤편에 가려진 낡고 녹슨 철문을 발견했다. 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 - R&D 구역'이라고 쓰여 있었다.
R&D(Research & Development). 연구 개발 구역.
하준은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에덴 시티가 단순한 복합 시설이 아니라, 생화학 무기 연구소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거라는 그의 막연한 추측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유리야, 태영아. 이 문 좀 봐."
그들이 문을 바라보는 순간, 문틈에서 희미하게 종이가 찢기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불에 탄 듯한 냄새가 새어 나왔다. 누군가 이 구역 안에서 무언가를 은폐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하준은 직감했다. 이 갇혀진 공간의 '진실'이 이 문 뒤에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진실은 곧 좀비 사태와, 그리고 그들을 이곳에 가둔 배후 세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터였다.
19화: 봉인된 문, 음모의 실마리 (The Sealed Door, The Thread of Conspiracy)
R&D 구역 진입 시도, 고성능 잠금장치 발견, 문틈으로 빼낸 데이터 칩 조각을 통해 음모의 실마리 발견.
하준 일행은 R&D 구역 문 앞에 섰다. 문은 외부 잠금장치뿐만 아니라, 전자식 보안 패드까지 설치된 고성능 문이었다.
"태영아, 이건 쇠파이프로는 무리야. 부술 수도 없어." 하준이 말했다.
"이런 곳에 왜 연구 시설이 있죠? 에덴 시티는 분명 아파트 단지였는데…" 유리가 불안하게 중얼거렸다.
하준은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불탄 종이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정부가 '생화학 무기 유출'이라고 발표했지만, '유출'이 아니라 '실험의 실패'였을 수도 있어. 그리고 이 시설 자체가 그 실험을 숨기기 위한 거대한 은폐 장소였던 거야."
민수에게 무전기로 상황을 전달하고, 하준은 맥가이버 칼을 이용해 문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틈으로 보이는 안쪽 바닥에 타다 남은 종이 조각과 작은 금속 파편이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군가 급히 증거를 인멸하려 했지만 실패한 흔적이었다.
하준은 인내심을 가지고 칼날을 이용해 간신히 손톱만한 크기의 금속 파편 하나를 문틈 밖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플라스틱 재질로 덮인, 일반적이지 않은 데이터 칩 조각이었다. 표면에는 희미하게 '프로젝트: 오메가'라는 글자와 함께, '특수 방역 유린 구역-Code: 242'라는 에덴 시티의 코드가 인쇄되어 있었다.
"이게 뭐야? 오메가 프로젝트?" 태영이 놀라 물었다.
유리는 그 파편을 확대해서 보더니 경악했다. "이거… 제가 알기로는 군사용이나 특수 연구 시설에서만 사용하는 고보안 등급의 데이터 칩이에요. 여기 왜 이런 게…"
하준은 확신했다. '오메가 프로젝트'가 바로 이 모든 재앙의 근원이었다. 누군가는 이 에덴 시티라는 '갇혀진 공간'에서 좀비 바이러스(C-7)를 개발하거나 실험했고, 통제 불능 상태가 되자 이곳 전체를 봉쇄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 갇힌 건 단순한 불운이 아니야. 우린 이 음모의 목격자이자, 희생양이다." 하준의 눈빛은 결의에 찼다.
그들의 생존 목표는 이제 바뀌었다.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이 진실을 외부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 그들은 정수된 물을 확보하고, 이 위험한 음모의 심장부인 R&D 구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화: 무전기 재가동과 희미한 구조 신호 (Radio Restart and Faint Rescue Signal)
정비된 무전기 재가동 성공, '봉황' 콜사인으로부터 교신 가능한 신호 포착, 하준의 첫 외부 교신 시도.
R&D 구역이라는 엄청난 정보를 얻었지만, 당장 문을 열 수는 없었다. 그들의 다음 목표는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통신 수단이었다. 하준은 민수와 함께 2층 은신처로 돌아와, 지상층에서 확보했던 낡은 아마추어 무전기 정비에 몰두했다.
차유리의 구급 키트에서 나온 작은 의료용 배터리와 폐쇄된 사무실에서 발견한 전자 부품을 조합하여, 민수는 밤새도록 무전기를 수리하고 주파수 증폭기를 달았다.
다음날 아침. 은신처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민수가 무전기를 켜고, 12화에서 포착했던 군부대 주파수를 다시 맞췄다.
지지직… 지지직…
잠시 잡음만 들리더니, 갑자기 잡음 사이로 명확한 음성 신호가 포착되었다.
"여기는 콜사인 '봉황'. 242 구역 주변 정찰 중. 생존자 반응 없음. 복귀한다. 오버."
명확한 군부대 신호였다! 그들은 에덴 시티(242 구역)를 버리지 않았다. '정찰' 중이었다.
"잡았다! 민수야, 빨리! 지금이야!" 하준이 민수의 어깨를 잡았다.
민수는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여기는 242! 242! 봉황, 들립니까? 우리는 생존자다! 응답하십시오! 오버!"
잠시 후, 무전기에서 놀라움이 섞인 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42 구역 생존자라고? 거짓말 마! 그곳은 이미 포기된 구역이다! 신분을 밝혀라! 오버!"
하준은 마이크를 낚아챘다.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여기는 생존자 강하준! 우리는 에덴 시티 내부, 주거동 2층에 있다! 우리는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다! 우리는 '오메가 프로젝트'의 증거를 가지고 있다! 이 사태는 생화학 무기 유출이 아니라, 통제 불능의 군사 실험이다! 오버!"
그가 '오메가 프로젝트'를 언급하자, 상대편은 갑자기 침묵했다. 잠시 후, 목소리가 바뀌었다. 더 차갑고, 공식적인 어조의 목소리였다.
"…강하준 생존자. 신원 확인 중. 현재 구역은 고위험 지역이다. 절대 움직이지 말고, 무전 대기하라. 오버."
봉황과의 교신은 성공했다. 하지만 하준은 안심할 수 없었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바뀌었다는 것은, 자신의 발언이 군부대의 '높은 곳'에 보고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들이 구출하러 올까? 아니면 음모를 은폐하기 위해 그들을 제거하러 올까?
하준은 태영과 유리에게 무전기를 숨기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방어선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갇혀진 공간 안의 생존은 이제 외부의 거대한 음모 세력과의 위험한 줄다리기로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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