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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온도, 14.5도_05 : 하이틴로멘스

30화: 마지막 가을, 마지막 축제




11월이 되었다.
"벌써 고2도 끝나가네..."
하은이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내년이면 고3..."
"무섭다. 수능..."
"우리 열심히 하면 돼!"
나는 하은이를 격려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 학교에서 중요한 공지가 있었다.
"여러분, 다음 달에 학교 축제가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축제?!"
"고2 마지막 축제다!"
"완전 기대돼!"
나는 가슴이 뛰었다.
'축제... 우리가 처음 만난 곳...'
쉬는 시간, 진혁이 우리 반으로 왔다.
"여름아, 들었어? 축제!"
"응! 들었어!"
"우리... 처음 만난 게 축제였지?"
"맞아. 중2 가을..."
우리는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번 축제도 특별하게 만들자."
"응!"
방송부 회의가 있었다.
"이번 축제 영상 제작은 부부장인 여름이가 총괄해줘."
부장 선배가 말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년 영상도 정말 좋았어. 이번에도 기대할게."
"감사합니다!"
나는 책임감과 함께 설렘을 느꼈다.
축제 준비가 시작됐다.
각 반마다 장기자랑 준비, 부스 준비...
"우리 반은 뭐 할까?"
"카페 어때?"
"아니면 게임 부스?"
학생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우리 반은 '추억의 사진관' 부스를 하기로 했다.
농구부는 이번에도 경기를 준비했다.
"진혁아, 이번에도 우승하자!"
민우가 말했다.
"당연하지. 고2 마지막 축제인데."
"그리고 여름이한테 멋진 모습 보여줘야지?"
민우의 말에 진혁이 웃었다.
"당연하지."
나는 카메라를 들고 학교 곳곳을 다녔다.
축제 준비하는 모습들을 촬영했다.
밴드부, 댄스팀, 미술부, 그리고 농구부...
"진혁아, 카메라 좀 봐봐!"
"응?"
진혁이 카메라를 보며 미소 지었다.
찰칵-
"완벽해!"
축제 일주일 전.
"여름아, 이번 축제 때 짝꿍 장기자랑 있는데..."
하은이가 말했다.
"응?"
"너 진혁이랑 안 해?"
"음... 생각 안 해봤는데..."
"해! 너희 중2 때 했잖아! 그때 완전 대박이었는데!"
하은이의 말에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때... 은채랑 하려다가 진혁이랑 했었지...'
그날 저녁, 진혁에게 전화했다.
"진혁아."
"응?"
"이번 축제 때 짝꿍 장기자랑... 같이 할래?"
진혁이 잠시 침묵했다.
"진짜?"
"응. 중2 때처럼."
"좋아! 당연히 하지!"
"근데 너 농구 경기도 있잖아. 괜찮아?"
"괜찮아. 둘 다 할 수 있어."
"고마워!"
다음 날부터 우리는 짝꿍 장기자랑 연습을 시작했다.
"뭘 할까?"
"중2 때 했던 노래 다시 할까?"
"아니면 새로운 노래?"
고민 끝에 새로운 노래를 선택했다.
조금 더 성숙한, 우리 나이에 맞는 노래.
일주일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
"하나, 둘, 셋, 넷!"
"좋아! 잘하고 있어!"
진혁의 춤 실력도 많이 늘었다.
"진혁아, 진짜 잘한다!"
"중2 때부터 계속 연습했으니까."
우리는 웃었다.
드디어 축제 당일.
나는 일찍 일어나 설렜다.
'오늘... 특별한 날이야...'
카메라를 챙기고, 장기자랑 준비물도 챙겼다.
"여름아, 오늘 잘하고 와!"
엄마가 응원해주셨다.
"네! 다녀올게요!"
학교에 도착하니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와! 장식 예쁘다!"
"완전 축제다!"
학생들이 신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오전에는 각 반 부스를 촬영했다.
"여기는 1반 카페!"
"저기는 3반 게임 부스!"
"우와, 5반 사진관 인기 많네!"
우리 반 부스도 대성공이었다.
점심시간, 진혁과 만났다.
"준비됐어?"
"응! 너는?"
"나도!"
"농구 경기는 몇 시야?"
"2시. 장기자랑은?"
"4시."
"완벽하네. 시간 안 겹쳐서."
우리는 미소 지었다.
오후 2시, 농구 경기가 시작됐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코트 옆에 섰다.
"성일고 화이팅!"
학생들이 열심히 응원했다.
진혁은 이번에도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주장답게 팀을 이끌었다.
마지막 슛이 성공하자 체육관이 터져 나갔다.
"으아아악!!!"
우승!
"여름아! 봤어?!"
진혁이 땀을 흘리며 내게 달려왔다.
"응! 완전 멋있었어!"
"고마워! 이제 네 차례야!"
"응! 샤워하고 와!"
"알았어!"
오후 4시, 짝꿍 장기자랑 시간.
운동장 무대에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
"자, 마지막 팀! 2학년 류진혁, 한여름 커플!"
사회자의 소개에 환호성이 터졌다.
"우와! 진혁이랑 여름이다!"
"중2 때도 했었는데!"
"기대된다!"
우리는 무대에 올랐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
'떨린다...'
하지만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만 봐.'
입모양으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이 시작됐다.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중2 때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연습도 많이 했지만, 무엇보다 서로를 믿었기 때문이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
진혁이 갑자기 마이크를 잡았다.
"잠깐만요!"
음악이 멈췄다.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나도 당황했다.
"진혁아...?"
진혁이 관중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제가 오늘 특별히 준비한 게 있습니다."
"우와!"
"뭐야 뭐야?"
진혁이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한여름."
"응...?"
"우리 처음 만난 게 축제였어. 중2 가을."
진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때 너는 카메라를 들고 나를 찍고 있었어."
"..."
"그때부터 좋아했어. 네가."
학생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해 축제가 끝나고 고백했어."
"응..."
"그때부터 지금까지... 2년하고도 한 달."
진혁이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건 약혼반지 아니야."
진혁의 말에 학생들이 웃었다.
"우리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하지만..."
진혁이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반지가 두 개 들어 있었다.
커플링.
"이건 약속 반지야."
"진혁아..."
"한여름, 나랑 평생 함께해줄래?"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학생들이 숨을 죽였다.
나는 눈물이 났다.
"...응."
"정말?"
"응! 평생 함께할게!"
진혁이 환하게 웃으며 반지를 내 손가락에 끼워줬다.
나도 진혁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줬다.
그리고 우리는 안았다.
"으아아악!!!"
운동장이 환호성으로 터져 나갔다.
무대를 내려온 후.
"진혁아... 준비했던 거야?"
"응. 깜짝 놀랐지?"
"완전... 심장 멎는 줄 알았어..."
"미안해. 근데 하고 싶었어."
"고마워... 정말..."
나는 또 눈물을 흘렸다.
축제가 끝나고 저녁.
우리는 학교 옥상에 올라갔다.
"여기... 우리 추억의 장소지."
"맞아. 중학교 때부터 계속..."
우리는 벤치에 앉았다.
"여름아."
"응?"
"오늘... 정말 완벽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축제도 성공했고, 농구도 우승했고, 장기자랑도 잘했고..."
"그리고 약속 반지도..."
나는 손가락의 반지를 봤다.
"진혁아."
"응?"
"이제 정말... 우리 평생 함께하는 거지?"
"당연하지."
"고3 되어도, 대학 가도, 취업해도..."
"응. 전부 다."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평생."
"여름아, 10년 후 상상해봐."
"10년 후?"
"응. 우리 서른 살."
"음... 나는 PD가 되어 있을 거고..."
"나는 체육 교사."
"맞아."
"그리고 우리는..."
"결혼했겠지?"
"응!"
우리는 웃었다.
"진혁아."
"응?"
"고마워. 지난 2년 동안..."
"뭐가?"
"행복하게 해줘서. 사랑해줘서. 믿어줘서."
"나야말로."
진혁이 나를 안았다.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게 해줄게."
"나도."
우리는 한참 동안 안고 있었다.
"여름아, 춥지 않아?"
"괜찮아. 네가 따뜻하니까."
"그래도..."
진혁이 자기 겉옷을 벗어 내게 입혀줬다.
"고마워."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봤다.
"예쁘다..."
"정말..."
"진혁아."
"응?"
"우리 온도, 기억나?"
"14.5도."
"응. 딱 좋은 온도."
"평생 유지하자."
"응. 평생."
집에 돌아와 마지막 일기를 썼다.
*오늘, 고2 마지막 축제였다.
우리가 처음 만난 곳에서
진혁은 나에게 약속 반지를 줬다.
평생 함께하자는 약속.
2년 전, 중2 가을.
나는 카메라를 들고 진혁을 찍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가 내 인생의 사람이 될 줄.
하지만 지금은 안다.
확신한다.
류진혁은 내 운명이다.
내 사랑이다.
내 평생의 반려자다.
앞으로 고3이 되고,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가고,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할 것이다.
우리의 온도, 14.5도.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
이 온도를 평생 유지하며
함께 살 것이다.
진혁아, 사랑해.
평생 잘 부탁해.
한여름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오늘 정말 완벽했어.]
[나: 나도.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진혁: 반지 예쁘지?]
[나: 응! 완벽해!]
[진혁: 절대 안 뺄 거야.]
[나: 나도!]
[진혁: 여름아.]
[나: 응?]
[진혁: 사랑해. 정말 많이.]
[나: 나도 사랑해. 세상에서 제일 많이.]
[진혁: 평생 함께하자.]
[나: 응. 평생.]
나는 미소 지으며 손가락의 반지를 봤다.
약속 반지.
평생의 약속.
창밖으로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고2의 마지막 가을.
우리의 마지막 고등학교 축제.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평생을 함께할 우리의 이야기의.
[에필로그 - 그로부터 10년 후]
2035년, 가을.
서른 살이 된 나와 진혁.
우리는 약속대로 결혼했다.
나는 방송국 PD가 되었고,
진혁은 고등학교 체육 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옛날 고등학교를 찾았다.
"여기... 우리 학교..."
"응. 추억의 장소..."
교정을 걸으며 옛날을 떠올렸다.
"여기 옥상."
"우리가 매일 만나던 곳."
옥상에 올라갔다.
벤치가 그대로 있었다.
"여기 앉자."
우리는 벤치에 앉았다.
"여보."
"응?"
"행복해?"
"응. 너는?"
"나도. 엄청."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10년 전, 여기서 약속 반지 줬었지."
"기억나. 그때 정말 깜짝 놀랐어."
"미안해. 너무 놀래켰지?"
"아니야. 좋았어."
"그리고 지금..."
진혁이 내 배를 쓰다듬었다.
"우리 아기가 여기 있어."
"응..."
나는 임신 6개월이었다.
"이름 정했어?"
"음... 여름에 태어나면 '하늘'이."
"한하늘. 좋다."
"남자아이면?"
"'별'이. 한별."
"완벽해."
"여보, 온도 재볼까?"
진혁이 휴대폰을 꺼냈다.
"14.5도."
우리는 깜짝 놀랐다.
"진짜?!"
"응. 정확히."
"우리 온도다..."
"운명이야. 정말."
해가 지고 있었다.
"이제 집에 가자."
"응."
우리는 손을 잡고 학교를 나섰다.
"여보."
"응?"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0년이야."
"그러게. 시간 빠르다."
"하지만 행복했어."
"나도."
"그리고 앞으로도..."
진혁이 나를 안았다.
"평생 행복할 거야."
"응. 평생."
우리는 키스했다.
10년 전처럼.
아니, 10년 전보다 더 깊이.
축제의 온도, 14.5도.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
한여름과 류진혁의 사랑은
그 온도처럼 완벽했다.
중학교 2학년 가을부터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평생 계속될 것이다.
14.5도.
그들만의 온도.
그들만의 사랑.
- 끝 -
31화: 고3의 시작 (새로운 도전)




2026년 3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드디어 고3..."
하은이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시작이네."
"응... 수능까지 9개월..."
우리는 서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반 배정표를 확인했다.
'3학년 2반... 나는 2반이고...'
진혁을 찾아봤다.
'3학년 4반... 또 다른 반이네.'
벌써 익숙했다.
"여름아!"
뒤에서 진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혁아!"
"우리 또 다른 반이네."
"응... 근데 괜찮아. 점심시간마다 만나면 되지."
"그래. 고3이라고 우리 약속 안 지킬 순 없지."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첫 조회 시간.
담임 선생님이 교단에 섰다.
"여러분, 고3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 중 하나죠."
학생들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최선을 다하되, 건강도 챙기세요."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중히 하세요. 이 시기의 우정은 평생 가니까요."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진혁을 떠올렸다.
첫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하은이가 다가왔다.
"여름아, 너 어느 대학 목표야?"
"나? 중앙대 영화학과."
"와, 좋은데! 나는 이화여대 경영학과 목표야."
"멋있다! 우리 둘 다 서울이네!"
"그치? 대학 가서도 자주 만나자!"
"당연하지!"
점심시간, 진혁과 만났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랐다.
"여름아, 미안. 오늘은 10분밖에 시간이 없어."
"왜?"
"고3 특강이 점심시간에 있어. 12시 50분부터."
"그렇구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함께 밥을 먹었다.
"진혁아."
"응?"
"고3... 힘들겠지?"
"응. 근데 괜찮아. 우리 함께니까."
"응. 함께니까."
일주일이 지났다.
고3의 현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7시 등교.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
주말에도 보충수업.
"힘들다..."
하은이가 책상에 엎드렸다.
"조금만 참자... 9개월만..."
"9개월이 짧은 시간이 아니야..."
"그래도... 해야지..."
진혁과 만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점심시간 10분.
저녁 자율학습 중간 휴식시간 5분.
그게 전부였다.
"여름아, 미안해. 요즘 시간이 없어서..."
"괜찮아. 나도 바쁘니까."
하지만 속으로는 아쉬웠다.
4월이 되었다.
첫 모의고사가 있었다.
"떨린다..."
"나도..."
시험이 시작됐다.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이게... 수능 수준이구나...'
일주일 후, 성적이 나왔다.
"여름아... 너 몇 등 했어?"
하은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교 15등..."
"괜찮은데? 나는 30등..."
"진혁이는?"
"1등. 역시..."
점심시간, 진혁과 만났다.
"여름아, 성적 봤어?"
"응... 15등..."
"잘했네! 목표 대학 갈 수 있는 성적이야."
"정말?"
"응. 중앙대 영화학과면 충분해."
진혁의 말에 나는 조금 안심했다.
"진혁아, 너는?"
"나? 1등 했어."
"축하해! 서울대 갈 수 있겠다!"
"아직 확신은 못 해. 더 열심히 해야 해."
"넌 할 수 있어."
나는 진혁을 격려했다.
5월이 되자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이번 중간고사 중요해. 생기부에 들어가니까."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이 긴장했다.
나와 진혁은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함께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각자 자습실에서 공부했다.
"여름아, 요즘 진혁이랑 거의 못 만나지?"
하은이가 물었다.
"응... 하루에 15분 정도?"
"힘들겠다..."
"괜찮아. 수능 끝나면 많이 만날 수 있으니까."
나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외로웠다.
어느 날 밤.
진혁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름아, 잠깐 밖으로 나올 수 있어?"
"지금? 밤 11시인데..."
"응. 잠깐만. 5분만."
"알았어..."
나는 조용히 집을 나갔다.
집 앞 공원에서 진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 밤에..."
"그냥... 보고 싶어서."
진혁이 나를 안았다.
"요즘 너무 못 만나서... 미칠 것 같았어."
"나도..."
우리는 한참 동안 안고 있었다.
"여름아."
"응?"
"힘들지?"
"조금... 너는?"
"나도. 공부도 힘들고, 너 못 만나는 것도 힘들고..."
진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근데 버텨야지. 우리 목표가 있으니까."
"응..."
"여름아."
"응?"
"수능 끝나면... 우리 여행 가자."
"여행?"
"응. 둘이서. 제주도."
"좋아!"
"약속이야."
우리는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중간고사가 끝났다.
성적이 나왔다.
"여름아! 전교 12등!"
하은이가 소리쳤다.
"올랐다!"
"축하해!"
진혁은 여전히 1등이었다.
"우리... 잘하고 있는 거 맞지?"
"응. 분명히."
6월이 되었다.
6월 모의고사.
실제 수능과 가장 비슷한 시험.
"이번 시험 정말 중요해."
담임 선생님이 강조하셨다.
시험 당일.
긴장됐다.
'잘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시험을 봤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성적이 나왔다.
국어: 2등급
수학: 3등급
영어: 2등급
"괜찮은데?"
하은이가 말했다.
"중앙대 갈 수 있는 성적이야!"
"정말?"
"응!"
진혁의 성적.
국어: 1등급
수학: 1등급
영어: 1등급
"완벽하다..."
"서울대 갈 수 있겠는걸?"
진혁은 겸손하게 웃었다.
"아직 멀었어. 더 열심히 해야 해."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하지만 고3의 여름방학은 달랐다.
매일 학교에서 보충수업.
"진짜 방학이 방학이 아니야..."
하은이가 투덜거렸다.
"그래도 수능 준비 잘할 수 있잖아."
"그건 맞는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
나는 탈진 직전이었다.
"너무 힘들어..."
보충수업 후 집에 와서 침대에 쓰러졌다.
공부도, 더위도, 모든 게 힘들었다.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여름아, 괜찮아?]
[나: 응... 좀 힘들긴 한데...]
[진혁: 나도... 근데 조금만 더 버티자.]
[나: 응...]
[진혁: 수능 끝나면 제주도 가는 거 잊지 마.]
[나: 응! 그거 생각하면서 버틸게!]
[진혁: 사랑해. 힘내.]
[나: 나도 사랑해.]
8월이 되었다.
더위는 계속됐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은이와 나는 서로를 격려하며 공부했다.
어느 날 밤.
나는 일기를 썼다.
*고3의 여름.
정말 힘들다.
매일 학교 가고, 공부하고, 잠자고...
반복되는 일상.
진혁이도 거의 못 만난다.
하루에 15분?
외롭다.
힘들다.
하지만 버틸 수 있다.
목표가 있으니까.
중앙대 영화학과.
진혁은 서울대 체육교육과.
우리 둘 다 서울.
대학 가면 더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수능 끝나면 제주도.
진혁과 단둘이.
그날을 위해 버틴다.
조금만 더.
파이팅, 한여름!*
9월이 되었다.
9월 모의고사.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
"이번 시험으로 최종 점검하세요."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시험을 봤다.
최선을 다했다.
성적이 나왔다.
국어: 2등급
수학: 2등급 (올랐다!)
영어: 2등급
"여름아! 수학 올랐어!"
"진짜?!"
"응! 이 정도면 중앙대 충분해!"
하은이가 축하해줬다.
진혁은 여전히 전 과목 1등급.
"대단하다..."
"운이 좋았어."
"아니야. 네가 열심히 해서야."
우리는 미소 지었다.
이제 수능까지 두 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자..."
나와 진혁은 매일 밤 통화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여름아, 힘들지?"
"응... 근데 괜찮아. 너는?"
"나도 힘들어. 근데 너 생각하면 버틸 수 있어."
"나도..."
"수능 끝나면 제주도 가자. 잊지 마."
"응. 절대 안 잊어."
[31화 끝]
32화: 수능, 그리고... (마지막 시험)




10월.
수능까지 한 달 남았다.
"D-30..."
하은이가 달력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한 달... 진짜 얼마 안 남았다..."
"응... 무섭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긴장한 표情을 지었다.
학교 분위기도 달라졌다.
"여러분, 이제 마지막 스퍼트입니다!"
선생님들의 격려.
복도에 붙은 응원 포스터들.
"고3 화이팅!"
"수능 대박!"
모든 게 수능을 향하고 있었다.
진혁과 만나는 시간도 더 줄어들었다.
"여름아, 미안. 오늘은 정말 시간이 없어..."
"괜찮아. 공부해야지."
"저녁에 전화할게."
"응."
우리는 짧은 포옹 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10월 중순.
몸살이 났다.
"으... 머리 아파..."
"여름아! 괜찮아?!"
하은이가 놀라며 물었다.
"응... 좀..."
"보건실 가!"
"괜찮아... 수업 들어야 해..."
"안 돼! 몸 망가지면 수능 못 봐!"
하은이가 나를 억지로 보건실로 데려갔다.
보건실에서 쉬고 있는데 진혁이 뛰어왔다.
"여름아! 아프다며?!"
"진혁아... 수업은...?"
"그게 중요해? 너 괜찮아?!"
진혁의 걱정 가득한 얼굴.
"응... 그냥 좀 피곤한 것 같아..."
"무리했구나... 미안해, 내가 더 챙겨줬어야 하는데..."
"아니야. 네 잘못 아니야."
보건 선생님이 체온을 재셨다.
"38.5도. 열이 좀 있네.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는 게 좋겠어."
"하지만..."
"수능 한 달 남았어. 지금 쓰러지면 안 돼."
선생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이 나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잘 쉬어. 알았지?"
"응... 너는 학교 가야지."
"괜찮아. 오늘은 너 챙기는 게 우선이야."
"고마워..."
진혁이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아직도 뜨겁네... 약 먹고 자."
"응..."
침대에 누웠다.
몸은 아팠지만, 진혁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고마워, 진혁아...'
그날은 푹 쉬었다.
다음 날, 컨디션이 좀 나아졌다.
"여름아! 괜찮아?!"
하은이가 달려왔다.
"응. 많이 나아졌어."
"다행이다... 진짜 걱정했어."
"고마워."
진혁도 쉬는 시간마다 와서 확인했다.
"괜찮아?"
"응. 이제 괜찮아."
"무리하지 마. 알았지?"
"응. 걱정해줘서 고마워."
10월 말.
마지막 전국연합학력평가.
수능 일주일 전 마지막 모의고사.
"이게 마지막이다..."
"다음은 진짜 수능..."
긴장됐다.
시험을 봤다.
최선을 다했다.
성적은 일주일 후에 나온다고 했다.
"수능 보고 나서 확인하면 되겠네."
"그러게..."
11월 첫째 주.
D-7.
"일주일 남았다..."
"진짜... 진짜 얼마 안 남았어..."
하은이와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마지막 공부를 했다.
그날 저녁, 진혁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름아."
"응?"
"수능 전에 할 말이 있어."
"뭔데?"
"내일 점심시간에 만나자. 옥상에서."
"알았어."
다음 날 점심시간.
옥상에서 진혁을 만났다.
"무슨 일이야?"
"여름아, 앉아."
우리는 벤치에 앉았다.
"수능까지 일주일 남았어."
"응..."
"그동안... 정말 힘들었지?"
"응... 근데 괜찮았어. 목표가 있었으니까."
진혁이 내 손을 잡았다.
"여름아, 너 정말 열심히 했어."
"너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자랑스러워."
진혁의 진심 어린 말에 나는 눈물이 났다.
"그리고 여름아."
"응?"
"수능 잘 보자. 우리 둘 다."
"응..."
"그리고 수능 끝나면..."
진혁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제주도 비행기 티켓.
"진짜로 예약했어. 수능 끝나고 3일 후."
"진혁아..."
"약속 지킬 거야. 우리 제주도 가는 거."
나는 감동받았다.
"고마워..."
"뭐가?"
"항상 약속 지켜줘서. 나를 믿어줘서."
"당연한 거지."
우리는 서로를 안았다.
"수능 잘 보자. 우리."
"응. 꼭."
11월 13일.
수능 전날.
"내일이면..."
"진짜 수능..."
학교는 조기 하교했다.
"여러분, 내일 잘 보세요!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응원.
집에 돌아와 마지막 점검을 했다.
수험표, 신분증, 시계, 필기구...
"다 챙겼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긴장돼서 잠이 오지 않았다.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자고 있어?]
[나: 아니... 긴장돼서 잠이 안 와...]
[진혁: 나도...]
[진혁: 여름아.]
[나: 응?]
[진혁: 우리 잘할 수 있어.]
[나: ...응.]
[진혁: 긴장하지 말고, 평소 실력대로만 하면 돼.]
[나: 고마워... 너도.]
[진혁: 내일 보자. 시험장에서.]
[나: 응. 잘 자.]
[진혁: 너도. 사랑해.]
[나: 나도 사랑해.]
11월 14일.
수능 당일.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여름아, 일어났어? 아침 먹어야지."
엄마가 준비해주신 아침.
"고마워요."
"떨리지?"
"네... 엄청..."
"괜찮아. 넌 잘할 수 있어."
엄마의 격려가 힘이 됐다.
시험장에 도착했다.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선생님들이 응원하고 계셨다.
"여러분! 잘하고 와요!"
"화이팅!"
교문 앞에서 진혁을 만났다.
"여름아!"
"진혁아!"
우리는 포옹했다.
"떨려?"
"응... 너는?"
"나도. 근데 괜찮아. 우리 잘할 수 있어."
"응!"
시험실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았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1교시 국어 시험이 시작됐다.
시험은... 어려웠다.
특히 수학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모든 시험이 끝났다.
오후 5시.
"끝났다..."
"진짜 끝났어..."
학생들이 환호하고, 울고, 웃었다.
나도 눈물이 났다.
'드디어... 끝났어...'
교문 밖에서 진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아!"
"진혁아!"
우리는 달려가 안았다.
"수고했어..."
"너도..."
우리는 한참 동안 안고 있었다.
"어땠어?"
"음... 어려웠어. 특히 수학..."
"나도. 생각보다 어렵더라."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
"응. 그게 중요한 거야."
"진혁아."
"응?"
"이제... 진짜 끝났어."
"응."
"고3... 끝났어."
"응."
우리는 서로를 보며 울고 웃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쓰러졌다.
'끝났다... 정말 끝났어...'
몸도, 마음도 지쳤다.
하지만 동시에 해방감이 느껴졌다.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수고했어. 정말.]
[나: 너도. 진짜 수고했어.]
[진혁: 이제 쉬자. 그동안 너무 힘들었잖아.]
[나: 응...]
[진혁: 그리고 3일 후...]
[나: 제주도!]
[진혁: 응. 잊지 않았지?]
[나: 당연하지!]
[진혁: 기대돼.]
[나: 나도!]
일기를 썼다.
*오늘, 수능을 봤다.
고3의 마지막 날.
정말... 정말 힘들었다.
9개월 동안.
매일 공부하고, 시험 보고, 반복되는 일상.
진혁이도 거의 못 만나고.
하지만 끝났다.
드디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잘 봤는지, 못 봤는지...
하지만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이제 쉬고 싶다.
진혁이랑 제주도도 가고.
고3... 정말 수고했어, 나 자신.
그리고 고마워, 진혁아.
함께 버텨줘서.*
11월 17일.
수능 3일 후.
진혁과 함께 제주도로 출발했다.
"드디어다!"
"진짜 왔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했다.
"와... 바다다!"
"예쁘다!"
우리는 바다를 보며 환호했다.
"여름아."
"응?"
"이제 진짜 자유야."
"응. 진짜 자유."
우리는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걸었다.
2박 3일 동안 우리는 제주도를 여행했다.
성산일출봉, 한라산, 카페 투어...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마지막 밤.
바닷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여름아."
"응?"
"이번 여행... 정말 좋았어."
"나도."
"고3 동안 힘들었는데... 다 보상받는 기분이야."
"맞아."
"여름아."
"응?"
"성적 발표 며칠 남았지?"
"응... 일주일 후..."
"떨려?"
"응... 너는?"
"나도."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우리는 함께야."
"응. 함께."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봤다.
"예쁘다..."
"정말..."
"진혁아."
"응?"
"고마워. 이번 여행."
"뭘. 약속했잖아."
"응. 항상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평생 지킬 거야."
우리는 키스했다.
바닷가에서.
별빛 아래서.
고3를 끝낸 우리의,
새로운 시작의 키스.
[32화 끝]
33화: 별빛 아래의 약속




축제의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는 저녁 8시.
운동장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에는 여전히 학생들이 북적였고, 먹거리 부스에서는 마지막 할인 이벤트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여름이의 눈에는 그 어떤 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진혁 오빠가... 나한테 고백했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농구 경기가 끝난 후 무대 뒤에서 들었던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네 카메라에 담긴 내 모습이 가장 진짜 나인 것 같아. 내 마음도 네 거야, 한여름."
은채가 옆에서 계속 팔을 흔들어댔지만, 여름이는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야, 한여름! 정신 차려! 지금 네 입꼬리 귀에 걸렸어!"
"어...? 아, 미안."
여름이는 화들짝 놀라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입가의 미소는 감출 수 없었다.
은채가 장난스럽게 여름이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래서 뭐래? 류진혁이 정확히 뭐라고 했는데?"
"그냥... 좋아한다고..."
"그냥이 어딨어! 디테일! 디테일을 말해달라고!"
여름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손으로 뺨을 가렸다. 아직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나중에 얘기해줄게. 지금은 너무... 부끄러워."
"에이, 속 터져! 그래도 축하해, 우리 여름이."
은채가 여름이를 꼭 안아주었다. 친구의 따뜻한 품에 안기자, 여름이는 그제야 이 모든 게 현실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때, 여름이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진혁]: 9시에 별똥별 소원 빌기 이벤트 있잖아. 거기서 보자.
[진혁]: 사람 많은 데 말고 조용한 곳에서.
여름이는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다. 손이 떨려서 답장을 제대로 칠 수가 없었다.
[여름]: 응... 어디서?
[진혁]: 체육관 뒤쪽 벤치. 거기서 별 제일 잘 보여.
[여름]: 알았어.
은채가 몰래 여름이의 휴대폰 화면을 훔쳐봤다.
"오~ 데이트 신청이네? 류진혁 완전 로맨티스트인데?"
"데이트는 무슨... 그냥 축제 이벤트 같이 보자는 거지."
"그게 데이트야, 이 순수한 것아!"
은채는 키득키득 웃으며 여름이를 놀렸다. 여름이는 부끄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오후 8시 50분.
여름이는 체육관 뒤쪽으로 향했다. 축제의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은 상대적으로 조용했고, 가로등 불빛도 약해서 별이 더 잘 보였다.
벤치에는 이미 진혁이 앉아 있었다.
"왔어?"
진혁이 고개를 돌려 여름이를 봤다. 축제 내내 뛰어다녀서 머리가 약간 흐트러진 모습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멋있어 보였다.
"응...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여름이는 조심스럽게 진혁 옆에 앉았다. 둘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너무 가깝게 느껴져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늘에는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 때문에 평소에는 보기 힘든 별들이, 오늘만큼은 특별히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
"예쁘다..."
여름이가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
"응, 정말."
진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름이는 깜짝 놀라 진혁을 봤는데, 그는 별이 아니라 자신을 보고 있었다.
"...오빠."
"왜?"
"지금 나 보고 있었지?"
"응."
진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의 솔직함에 여름이는 얼굴이 또 빨개졌다.
"별 보라고 여기 온 거 아니었어?"
"별도 보고, 너도 보고."
"...부끄럽게."
여름이는 고개를 돌려 하늘만 바라봤다. 하지만 입가의 미소는 감출 수가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편안한 침묵이었다.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그런 순간이었다.
"여름아."
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응?"
"아까 고백했을 때... 놀랐지?"
여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놀랐어. 꿈인 줄 알았어."
"꿈 아니야."
진혁이 손을 뻗어 여름이의 손등을 살짝 톡톡 쳤다.
"아프지?"
"응... 안 아파."
"그럼 꿈 아니네."
둘은 동시에 웃었다. 어색하지만 행복한 웃음이었다.
"근데 오빠는 언제부터... 나를?"
여름이가 용기를 내서 물었다. 진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어. 그냥... 네가 카메라 들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꾸 눈이 가더라. 넌 항상 웃고 있잖아. 그게 좋았어."
"나... 항상 웃어?"
"응. 힘든 일 있어도 금방 웃고. 그게 신기했어. 나는 안 그런데."
진혁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나는... 사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되게 예민하고 걱정도 많이 해. 농구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여름이는 진혁을 바라봤다. 그의 옆얼굴에는 평소에 볼 수 없던 솔직한 표정이 있었다.
"근데 너를 보면... 그런 게 좀 가벼워지는 것 같아. 네가 찍은 영상 속 내 모습은, 내가 알던 나보다 더 자유로워 보였어. 그래서 고마웠어."
"오빠..."
여름이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도... 오빠 덕분에 용기 얻었어. 카메라 뒤에 숨어만 있던 내가, 이제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 그게 다 오빠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봐서야."
진혁이 여름이를 돌아봤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별빛 아래, 그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여름아."
"응?"
"손... 잡아도 돼?"
여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떨려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진혁이 조심스럽게 여름이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큰 손이었다. 여름이의 작은 손을 감싸는 그의 손에서 온기가 전해졌다.
"따뜻하다..."
여름이가 작게 속삭였다.
"너도."
둘은 손을 꼭 잡은 채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때, 운동장 쪽에서 방송이 들려왔다.
"여러분! 지금부터 축제의 하이라이트, 별똥별 소원 빌기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원을 빌어주세요!"
학생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소원 빌어야지."
진혁이 말했다.
"응. 뭐 빌 거야?"
"비밀."
"에이, 알려줘."
"너는?"
여름이는 잠시 생각했다.
'사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는데...'
"나도 비밀."
"너도?"
"응."
둘은 서로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하늘에서는 인공 별똥별(드론에 LED를 달아 만든)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학교 측에서 준비한 이벤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짜 별똥별처럼 느껴졌다.
여름이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진혁 오빠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우리의 이 마음이, 계속 이대로 남아있었으면 좋겠어.'
눈을 뜨니, 진혁도 눈을 감고 있었다. 그가 무슨 소원을 빌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진혁이 눈을 떴다.
"다 빌었어?"
"응."
"이루어질 것 같아?"
"응. 꼭 이루어질 것 같아."
여름이는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진혁이 손을 더 꽉 잡았다.
"나도."
그들은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손을 잡은 채, 별을 보며, 아무 말 없이.
축제의 소음도,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그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는 둘만 있는 것 같았다.
오후 9시 30분.
축제가 끝나갈 시간이 다가왔다.
학생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운동장에는 정리하는 학생회 임원들만 남아 있었다.
여름이와 진혁도 벤치에서 일어났다.
"집에 가야겠다."
"응. 데려다줄게."
"괜찮아. 은채랑 같이 가기로 했어."
"그래도..."
진혁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교문까지는 같이 가자."
"응!"
둘은 천천히 교문을 향해 걸었다. 손은 여전히 잡고 있었다.
교문 근처에서 은채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이와 진혁을 보더니 장난스럽게 윙크를 했다.
"오~ 우리 커플, 데이트 잘했어?"
"언니!"
여름이가 부끄러워하며 은채를 밀었다. 진혁은 조용히 웃기만 했다.
"그럼 나 먼저 갈게."
진혁이 여름이를 봤다.
"조심히 들어가."
"응. 오빠도."
"내일 학교에서 보자."
"응!"
진혁은 한 번 더 여름이를 보고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은채가 여름이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완전 달달하네. 나 치과 가야 할 것 같아."
"언니, 놀리지 마..."
"놀리는 거 아니라 진심으로 부러운 거야. 진짜 잘됐다, 우리 여름이."
"고마워, 은채야."
둘은 팔짱을 끼고 집으로 향했다.
여름이는 계속 뒤를 돌아봤다. 진혁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온기는 아직 손에 남아 있었다.
집에 도착한 여름이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풀썩 누웠다.
'오늘 진짜... 꿈만 같았어.'
천장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진혁]: 잘 들어갔어?
[여름]: 응! 방금 들어왔어.
[진혁]: 다행이다. 오늘 고마웠어.
[여름]: 내가 더 고마워. 오늘... 정말 행복했어.
[진혁]: 나도.
[진혁]: 여름아.
[여름]: 응?
[진혁]: 내일부터 우리 공식적으로 사귀는 거지?
여름이의 심장이 또다시 쿵쾅거렸다.
[여름]: ...응!
[진혁]: 좋아. 그럼 내일 보자, 내 여자친구.
[여름]: 응... 잘 자, 내 남자친구.
여름이는 휴대폰을 가슴에 꼭 안았다. 얼굴이 너무 뜨거워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아, 진짜 어떡해. 너무 좋아...'
그날 밤, 여름이는 한참 동안 잠들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행복한 불면이었다.
축제의 온도, 14.5도.
그 완벽한 온도 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33화 끝.
34화: 소문의 중심에서




월요일 아침, 등교길.
여름이는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뭔가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
'기분 탓인가...?'
평소보다 유독 자신을 쳐다보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여름이를 보자마자 고개를 모아 속삭이기 시작했다.
"쟤 한여름이지?"
"응, 맞아. 류진혁이랑 사귄대."
"진짜? 축제 때부터 소문 돌았잖아."
"대박... 류진혁이 여자친구가 생기다니."
여름이의 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벌써 소문이 났어...?'
은채가 멀리서 달려왔다.
"여름아!"
"은채야..."
"들었어? 학교에 소문 쫙 퍼졌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은채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축제 때 너희 둘이 손잡고 있는 거 본 애들이 꽤 있었나 봐. 그리고 누가 사진도 찍었대."
"사진?!"
여름이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응... SNS에 올라온 건 아닌데, 단톡방에서 돌아다니고 있어. 걱정 마, 얼굴은 잘 안 나왔대."
하지만 여름이는 이미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진혁 오빠는... 괜찮을까?'
1교시 수업 전, 교실.
여름이가 교실에 들어서자, 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오~ 한여름 왔다!"
"여름아, 축하해! 류진혁이랑 사귄다며?"
"완전 부럽다. 어떻게 사귀게 됐어?"
여학생들이 우르르 여름이를 둘러쌌다. 여름이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그게... 그러니까..."
"인정하는 거지? 대박!"
"여름아, 진혁이 되게 차가워 보이는데, 실제로는 어때?"
"고백은 누가 먼저 했어?"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여름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시면서 학생들이 재빨리 자리로 돌아갔다.
여름이는 자리에 앉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하지만 수업 내내,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혁이 완전 인기 많았는데, 한여름이 잡았네."
"나도 진혁이 좋아했는데... 부럽다."
"근데 한여름이랑은 좀 안 어울리지 않아?"
마지막 말에 여름이의 손이 멈췄다.
'안 어울린다...?'
가슴 한쪽이 싸늘해지는 기분이었다.
쉬는 시간.
여름이는 화장실에 가려고 복도로 나왔다.
그런데 복도 끝에서 진혁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오빠!'
여름이는 반가워서 손을 들려다가, 그 순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멈췄다.
진혁도 여름이를 봤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여름이에게 다가왔다.
"여름아."
"오, 오빠..."
주변 학생들이 일제히 그들을 쳐다봤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저기 류진혁이다!"
"진짜 사귀나 봐."
"오~ 학교에서 공개 연애?"
여름이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진혁은 태연한 표情으로 말했다.
"오늘 방과 후에 시간 있어?"
"응...? 왜?"
"같이 얘기 좀 하자. 중요한 거."
"알았어."
"그럼 나중에 봐."
진혁은 짧게 말하고는 자기 반으로 돌아갔다.
여름이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중요한 얘기...? 혹시 소문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걸까?'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점심시간, 급식실.
여름이와 은채는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여름아, 괜찮아?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은데."
"응... 그냥 좀 부담스러워서."
"소문 때문에?"
"응. 그리고... 진혁 오빠가 방과 후에 중요한 얘기 있다고 했어."
은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설마... 헤어지자는 거 아니겠지?"
"몰라... 그럴지도."
여름이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소문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잖아. 오빠는 인기도 많고, 나는 그냥 평범한데..."
"야, 한여름. 그런 생각하지 마."
은채가 여름이의 손을 꼭 잡았다.
"류진혁이 너 좋아해서 고백한 거야. 소문 좀 난다고 마음이 변할 리 없어.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고마워, 은채야."
그때, 급식실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여학생 몇 명이 큰 소리로 떠들며 들어오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눈에 띄었다.
3학년 김하은 선배.
학교에서 유명한 미인 선배였고, 예전부터 진혁에게 관심이 많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은 선배는 여름이를 발견하고는 곧장 다가왔다.
"너 한여름이지?"
"네, 선배님..."
여름이는 긴장한 채 대답했다.
하은 선배는 팔짱을 끼고 여름이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류진혁이랑 사귄다며?"
"...네."
"신기하네. 진혁이가 여자친구를 사귈 줄은 몰랐는데."
하은 선배의 말투에는 은근한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잘 사귀어. 근데 진혁이 인기 많은 거 알지? 질투하는 애들 많을 텐데, 감당할 수 있어?"
"...노력할게요."
"후후, 귀엽네. 그래, 힘내."
하은 선배는 비웃듯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은채가 화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 선배 완전 짜증 나. 뭐 저래?"
"괜찮아..."
하지만 여름이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감당할 수 있냐고...? 나... 할 수 있을까?'
방과 후, 운동장 벤치.
여름이는 약속 장소에서 진혁을 기다렸다. 손이 계속 떨렸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
잠시 후, 진혁이 운동장으로 들어왔다. 농구복 차림이었다.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왔어."
진혁이 여름이 옆에 앉았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여름이는 불안한 마음에 먼저 말을 꺼냈다.
"오빠... 혹시 소문 때문에 부담스러워?"
"응?"
진혁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 왜?"
"그냥... 오늘 학교에서 다들 우리 얘기하고, 선배들도 뭐라 하고..."
여름이는 하은 선배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
"나 때문에 오빠가 힘들까 봐..."
진혁은 잠시 여름이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피식 웃었다.
"너 지금 내가 헤어지자고 할까 봐 걱정했어?"
"...응."
여름이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이 여름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바보. 나 그런 거 신경 안 써. 소문? 그냥 놔둬. 사실이잖아."
"하지만..."
"여름아."
진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여름이를 봤다.
"나는 네가 좋아서 사귀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어. 너만 괜찮으면 돼."
"오빠..."
"오늘 부른 건 헤어지자는 게 아니라,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얘기하고 싶어서야."
"어떻게 하다니?"
진혁이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첫 번째, 학교에서 공개 연애할 거야. 숨기고 싶지 않아."
여름이의 눈이 커졌다.
"둘째, 소문 나는 건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우리가 당당하면 돼."
"당당하게..."
"셋째, 만약 누가 너한테 뭐라고 하면 바로 나한테 말해. 내가 해결할게."
진혁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혁이 여름이의 손을 잡았다.
"불안해하지 마. 나는 네 편이야. 항상."
여름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오빠... 고마워."
"울지 마. 넌 웃는 게 예쁜데."
진혁이 엄지로 여름이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그리고 나도 네 편이니까... 오빠가 힘들 때도 내가 있다는 거 잊지 마."
"응, 알았어."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서로를 바라봤다.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대신 따뜻한 확신이 자리 잡았다.
'우리는... 함께니까.'
그날 저녁, 여름이의 방.
여름이는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소문도 났고, 선배한테 비아냥도 들었지만, 진혁의 말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
휴대폰이 울렸다.
[진혁]: 집에 잘 들어갔어?
[여름]: 응! 오빠도?
[진혁]: 응. 오늘 수고했어.
[여름]: 오빠가 더 수고했어. 덕분에 힘 났어.
[진혁]: 앞으로 더 힘든 일도 있을 거야.
[여름]: 알아. 근데 괜찮아. 오빠랑 함께니까.
[진혁]: 나도.
[진혁]: 그럼 내일 보자. 잘 자, 여름아.
[여름]: 응, 잘 자. 오빠.
여름이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하늘을 봤다.
창밖으로 별이 보였다.
'힘든 일이 있어도... 우리는 함께니까. 괜찮을 거야.'
여름이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눈을 감았다.
다음 날, 학교.
여름이는 당당하게 교문을 들어섰다.
어제와 똑같이 학생들이 쳐다봤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나는 진혁 오빠의 여자친구야.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복도를 걷는데, 진혁이 멀리서 보였다.
그는 여름이를 발견하고는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여름이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제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은채가 옆에서 속삭였다.
"오~ 우리 여름이 완전 당당해졌네?"
"응. 이제 괜찮아."
"그래, 그게 맞지. 사랑은 숨기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하는 거야!"
여름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교실 앞에 하은 선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여름이와 눈이 마주쳤다.
하은 선배는 뭔가 말하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선배도... 결국엔 인정할 거야.'
여름이는 당당하게 교실로 들어갔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소문의 중심에 서 있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34화 끝.
35화: 흔들리는 마음




수요일 오후, 방송부실.
여름이는 다음 주 학교 홍보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축제 날 찍었던 여러 장면들이 지나갔다.
그중에는 진혁이 농구 경기에서 슛을 성공시키는 장면도 있었다.
'오빠 진짜 멋있다...'
여름이는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한여름, 뭐 그렇게 보고 웃어?"
방송부 선배인 민지가 뒤에서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여름이는 화들짝 놀라 화면을 최소화했다.
"혹시 류진혁 보고 있었어? 너희 사귄다며? 축하해."
"감사합니다..."
"근데 조심해. 김하은 선배 알지? 그 선배가 진혁이 좋아한 지 꽤 됐거든. 요즘 기분이 안 좋으신가 봐."
민지 선배의 말에 여름이의 손이 멈췄다.
"하은 선배가... 진혁 오빠를?"
"응. 작년부터 대놓고 관심 보였어. 근데 진혁이가 계속 피했지. 어쨌든 조심해. 그 선배 한번 삐지면 무서워."
민지 선배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여름이의 가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날 방과 후, 복도.
여름이는 진혁을 만나기 위해 3학년 교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복도 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혁아, 잠깐만."
하은 선배였다.
여름이는 재빨리 복도 모퉁이에 몸을 숨겼다.
'왜 숨지? 당당하게 가면 되는데...'
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하은 선배와 진혁의 대화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뭔데, 선배?"
진혁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무뚝뚝했다.
"너 요즘 한여름이랑 사귄다며? 소문 들었어."
"응. 그래서?"
"신기하네. 네가 여자친구를 사귈 줄 몰랐어. 그것도 2학년이랑."
하은 선배의 목소리에는 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선배는 왜 그게 신기해?"
"그냥... 넌 연애 같은 거에 관심 없는 줄 알았거든. 농구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사람은 변해. 선배도 알잖아."
"그래... 근데 진혁아."
하은 선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한여름이는... 좀 어려 보이지 않아? 너랑은 스타일도 다르고."
"무슨 소리야?"
"있잖아, 넌 목표도 확실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도 정해져 있잖아. 근데 한여름이는 그냥... 평범한 애잖아. 너랑 안 맞을 것 같은데."
여름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평범하다고...?'
진혁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배, 그건 선배 생각이고. 나는 여름이가 좋아."
"지금은 그렇겠지. 근데 시간 지나면 달라질 거야. 너희는 너무 달라."
"선배."
진혁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
"나 일 있어서 가봐야 해. 그리고 앞으로 여름이 얘기는 하지 마."
"...알았어. 미안."
발소리가 멀어졌다.
여름이는 모퉁이에서 조용히 숨을 쉬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우리가... 안 맞는다고...?'
하은 선배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저녁, 여름이의 방.
여름이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하은 선배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진혁 오빠랑 나는... 정말 안 맞는 걸까?'
진혁은 농구부 에이스이고, 꿈도 확실했다. 프로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나는?
'나는... 특별한 게 없잖아.'
방송부에서 카메라 담당을 하고 있지만, 그것도 그냥 좋아서 하는 거지 꿈이라고 할 만한 건 아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진혁]: 오늘 못 봐서 미안. 갑자기 연습 들어가서.
[진혁]: 내일 점심때 보자.
여름이는 한참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답장을 보냈다.
[여름]: 응, 괜찮아. 내일 봐.
평소 같으면 이모티콘이라도 붙였을 텐데,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은채한테 전화가 왔다.
"여름아, 왜 이렇게 목소리가 죽어있어?"
"...은채야."
"왜? 무슨 일 있어?"
여름이는 오늘 들었던 하은 선배와 진혁의 대화를 털어놨다.
한참을 듣고 있던 은채가 한숨을 쉬었다.
"한여름, 너 설마 그 말 믿는 거야?"
"그게... 맞는 말 같기도 해서."
"무슨 소리야! 류진혁이 너 좋아해서 사귀는 거잖아!"
"하지만 오빠는 목표가 확실하고, 나는..."
"너도 있잖아! 카메라 찍는 거 좋아하고, 방송부 활동도 열심히 하고."
"그건... 그냥 취미지. 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은채가 답답한 듯 말했다.
"여름아, 지금 네가 하은 선배 말에 흔들리는 거야. 그게 선배가 원하는 거고."
"...알아. 근데 불안해."
"걱정 마. 류진혁은 네 편이야. 그 선배 말 따위에 흔들리지 마."
"응... 고마워, 은채야."
전화를 끊은 후, 여름이는 다시 천장을 바라봤다.
'은채 말이 맞아. 흔들리면 안 돼.'
하지만 가슴 한쪽의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 날 점심시간, 옥상.
여름이는 진혁과 약속한 옥상으로 올라갔다.
진혁이 먼저 와 있었다.
"여름아."
"응... 안녕."
여름이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작았다. 진혁이 눈치챘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것도."
"거짓말. 네 표정 보면 다 알아."
진혁이 여름이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무슨 일인데? 말해 봐."
여름이는 한참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오빠... 나한테 물어볼 게 있어."
"뭔데?"
"오빠는... 나랑 사귀는 거 후회 안 해?"
진혁의 눈이 커졌다.
"뭔 소리야? 갑자기 왜 그래?"
"그냥... 우리 너무 다른 것 같아서. 오빠는 꿈도 확실하고, 농구도 잘하고, 인기도 많잖아. 근데 나는..."
"너는?"
"나는... 평범해. 특별한 것도 없고."
여름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진혁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었다.
"누가 그런 소리 했어?"
"...어?"
"누가 너한테 그런 말 했냐고."
여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진혁이 한숨을 쉬었다.
"하은 선배지?"
"...어떻게 알았어?"
"어제 선배가 이상한 소리 했거든. 너도 들었구나."
여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이 여름이의 손을 잡았다.
"여름아, 잘 들어. 하은 선배 말은 신경 쓰지 마."
"하지만..."
"평범하다고? 그게 뭐가 나빠? 나는 그런 네가 좋은데."
"진짜...?"
"응. 넌 항상 웃고,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고, 사람들한테 따뜻하게 대하잖아. 그게 특별한 거야."
진혁의 목소리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넌 카메라로 세상을 담잖아. 그것도 네 꿈이 될 수 있어. 아직 확실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오빠..."
"우리가 다르다는 건 인정해. 근데 그래서 뭐? 다르니까 서로 배우는 거 아냐?"
여름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나... 오빠한테 짐이 되는 거 아닐까 봐 걱정됐어."
"무슨 짐? 너는 내 여자친구야. 짐이 아니라 힘이지."
진혁이 여름이를 꼭 안아주었다.
"앞으로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마. 우리 둘만 괜찮으면 돼."
"응..."
여름이는 진혁의 품에서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그래... 나는 너무 쉽게 흔들렸어.'
진혁이 여름이를 놓아주며 말했다.
"그리고 하은 선배 문제는 내가 확실하게 정리할게."
"어떻게?"
"선배한테 똑바로 말할 거야. 내 여자친구는 한여름이고, 다른 사람은 관심 없다고."
"...오빠, 너무 직설적인 거 아냐?"
"그래야 확실하지."
진혁이 빙그레 웃었다.
여름이도 따라 웃었다. 가슴속의 불안감이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방과 후, 3학년 복도.
진혁은 하은 선배를 찾았다.
"선배, 잠깐만요."
"어, 진혁아. 무슨 일이야?"
"할 말 있어요."
진혁의 표정이 진지했다. 하은 선배도 분위기를 느꼈는지 긴장했다.
"어제 선배가 한 말... 여름이가 들었어요."
"...아."
"선배, 저 한여름이 좋아해요. 앞으로도 계속 사귈 거고요."
"진혁아, 나는 그냥..."
"선배 마음은 알아요. 근데 저는 선배를 그렇게 안 봐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
하은 선배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여름이한테 상처 주는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참기 힘들어요."
진혁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하은 선배는 한참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미안해."
"괜찮아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
진혁은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름이... 기다리고 있겠지?'
교문 앞.
여름이는 교문 앞에서 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진혁이 달려왔다.
"기다렸어?"
"응! 오빠, 하은 선배한테 뭐라고 했어?"
"다 정리했어. 이제 선배도 우리 그만 신경 쓸 거야."
"정말?"
"응. 걱정 마."
진혁이 자연스럽게 여름이의 손을 잡았다.
"이제 집에 갈까?"
"응!"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걸었다.
주변 학생들이 또 쳐다봤지만, 이제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여름이는 진혁을 보며 생각했다.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오빠.'
석양이 지는 길을 걸으며, 두 사람은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오늘의 불안도, 하은 선배의 말도,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이 시간이었다.
35화 끝
36화: 함께라면




금요일 방과 후, 체육관.
여름이는 방송부 촬영을 위해 농구부 연습 장면을 찍고 있었다.
다음 주에 있을 시합을 앞두고, 농구부는 특별 훈련 중이었다.
"진혁아, 패스!"
코치의 외침과 함께 공이 날아왔다.
진혁이 점프하며 공을 받았다. 그리고 착지하는 순간—
"으악!"
쿵!
진혁이 바닥에 쓰러졌다.
"진혁아!"
"류진혁!"
체육관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여름이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달려갔다.
"오빠! 괜찮아?!"
진혁은 발목을 움켜쥔 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 발목..."
코치가 급히 달려와 진혁의 발목을 확인했다.
"심하게 삔 것 같은데. 일단 보건실 가자."
"코치님, 저 괜찮아요. 조금만 쉬면..."
"무슨 소리야! 당장 보건실 가!"
코치의 단호한 목소리에 진혁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
여름이와 팀원들이 진혁을 부축해 보건실로 갔다.
보건실.
보건 선생님이 진혁의 발목을 살펴봤다.
"많이 부었네. 일단 냉찜질하고, 병원 가서 정확한 검사 받아야겠어."
"선생님, 저 다음 주 시합 나갈 수 있죠?"
진혁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글쎄... 지금으로선 장담 못 해. 병원 가봐야 알겠지만, 최소 2주는 쉬어야 할 것 같은데."
"2주...?"
진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여름이는 옆에서 진혁의 손을 꼭 잡았다.
"오빠, 괜찮아. 병원 가면 괜찮다고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저녁, 병원.
엑스레이 결과를 들고 나온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심각했다.
"인대가 늘어났네요. 심하지는 않지만, 최소 3주는 절대 안정이 필요합니다."
"3주요...? 그럼 다음 주 시합은요?"
"당연히 못 나가죠. 무리하면 더 다칠 수 있어요."
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름이는 옆에서 진혁의 손을 놓지 않았다.
병원을 나오는 진혁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목발을 짚고 걷는 모습이 평소와 너무 달랐다.
"오빠..."
"괜찮아. 걱정 마."
진혁은 그렇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토요일 오후, 진혁의 집.
여름이는 진혁을 보러 그의 집에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진혁의 어머니가 문을 열어주셨다.
"어머, 여름이구나! 진혁이가 많이 기다렸어. 들어와."
"안녕하세요, 어머님."
여름이는 간단한 과일 바구니를 들고 진혁의 방으로 갔다.
방문을 노크했다.
"오빠, 나야."
"...응, 들어와."
문을 여니, 진혁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의 활기찬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오빠, 괜찮아?"
여름이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응..."
진혁의 대답은 무기력했다.
"과일 깎아줄까?"
"괜찮아. 먹고 싶지 않아."
"오빠..."
여름이는 걱정스럽게 진혁을 바라봤다.
한참을 침묵이 흘렀다.
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름아."
"응?"
"나... 정말 최악이야."
진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다음 주 시합... 진짜 중요한 경기였거든. 스카우터들도 온다고 했어. 그 시합에서 잘하면 좋은 고등학교 추천받을 수 있었는데..."
"오빠..."
"근데 이렇게 다쳐버렸어. 바보같이."
진혁이 팔로 눈을 가렸다.
"다 내 잘못이야. 몸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여름이는 진혁의 손을 잡았다.
"오빠, 그건 오빠 잘못이 아니야. 사고였어."
"그래도... 나 때문에 팀도 힘들어질 텐데. 다들 나한테 의지하고 있었는데..."
진혁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여름이는 가슴이 아팠다.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진혁의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
"오빠."
여름이가 진혁의 팔을 살짝 내렸다.
진혁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오빠가 지금 힘든 거 알아. 근데... 혼자 힘들어하지 마."
"...여름아."
"나도 있잖아. 내가 옆에 있을게."
여름이는 진혁의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쌌다.
"이번 시합은 못 나가도, 다음 기회가 있을 거야. 오빠는 정말 농구를 잘하잖아. 스카우터들도 그걸 알 거야."
"하지만..."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빨리 낫는 거야. 무리하면 더 다칠 수 있어. 그럼 오빠의 꿈은 어떻게 돼?"
진혁이 여름이를 바라봤다.
"넌... 왜 이렇게 긍정적이야?"
"긍정적인 게 아니라... 오빠를 믿으니까."
여름이가 미소 지었다.
"오빠는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이런 일로 무너질 사람도 아니고. 그치?"
진혁은 한참 여름이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여름아."
"천만에. 그리고 오빠."
"응?"
"나 오늘부터 매일 올게. 오빠 간병인 자청할게."
"간병인?"
"응! 과일도 깎아주고, 숙제도 같이 하고, 심심하면 얘기도 해주고."
여름이의 밝은 목소리에 진혁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부탁할게."
"오케이!"
여름이는 과일을 깎기 시작했다.
서툰 손놀림이었지만, 정성스럽게 깎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오빠, 사과 먹어봐. 내가 깎은 거야."
"...모양이 좀 그렇네."
"뭐? 그래도 맛있어! 먹어봐."
진혁은 웃으며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있다."
"그치? 내가 정성껏 깎았어."
두 사람은 조용히 웃었다.
무거웠던 분위기가 조금씩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날 밤, 여름이의 방.
여름이는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힘들어하는 진혁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오빠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여름이는 벌떡 일어났다.
"맞다!"
여름이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축제 때 찍었던 영상 파일들을 열었다.
'오빠한테 힘이 될 만한 영상을 만들어주자.'
여름이는 밤새 영상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진혁이 농구를 하는 모습, 연습하는 모습, 경기에서 슛을 성공시키는 모습...
그리고 중간중간 응원 메시지를 넣었다.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오빠는 이길 수 있어. 항상 그래왔으니까."
"나는 언제나 오빠를 응원해."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영상이 완성되었다.
여름이는 피곤했지만,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내일 오빠한테 보여줘야지.'
일요일 오후, 진혁의 집.
"오빠! 선물 있어!"
여름이는 태블릿을 들고 진혁의 방으로 들어왔다.
"선물?"
"응! 내가 만든 영상이야. 봐봐."
여름이는 태블릿을 진혁에게 건넸다.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진혁이 농구를 하는 모습이 멋진 음악과 함께 흘러나왔다.
슛을 성공시키는 순간, 팀원들과 하이파이브하는 순간, 땀을 닦으며 웃는 순간...
그리고 마지막에 여름이의 음성이 들렸다.
"오빠, 지금은 힘들겠지만, 이 시간도 지나갈 거야."
"오빠는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알아."
"왜냐하면 오빠는...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사람이니까."
"힘내, 류진혁.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영상이 끝났다.
진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여름이를 봤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여름아..."
"어때? 괜찮아?"
"...고마워."
진혁이 여름이를 꼭 안아주었다.
"정말 고마워.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여름이는 진혁의 품에 안긴 채 조용히 웃었다.
"나도...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야."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서로의 마음이 충분히 전해졌다.
월요일, 학교.
진혁은 목발을 짚고 등교했다.
복도를 지나가자, 학생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진혁아, 괜찮아?"
"발목 많이 아파?"
"시합은 어떻게 돼?"
질문이 쏟아졌지만, 진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괜찮아. 곧 나을 거야."
교실에 들어가자, 시우 선배가 다가왔다.
"진혁아, 많이 힘들지?"
"선배... 괜찮아요."
"다음 주 시합... 미안해. 네가 나가야 하는데."
시우 선배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묻어났다.
"선배, 괜찮아요. 팀이 잘할 거예요. 저 없어도."
"하지만..."
"전 벤치에서라도 응원할게요.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어요."
진혁의 말에 시우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우리가 꼭 이길게."
"네, 믿어요."
점심시간, 옥상.
여름이와 진혁은 옥상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오빠, 반찬 더 줄까?"
"아니, 괜찮아. 너도 먹어."
"근데 오빠, 오늘 표정 많이 좋아졌다?"
"응... 여름이 덕분에."
진혁이 빙그레 웃었다.
"어제 영상 보고 많이 생각했어. 나 혼자 힘들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더라. 오히려 주변 사람들만 걱정하게 하고."
"오빠..."
"그래서 결심했어. 빨리 회복해서 더 멋진 모습 보여주겠다고."
진혁의 눈빛에는 다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래, 그게 우리 오빠지!"
여름이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여름아."
"응?"
"고마워. 내 옆에 있어줘서."
"나도 고마워. 오빠가 내 남자친구여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시원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방과 후, 체육관.
진혁은 목발을 짚고 체육관에 들어갔다.
팀원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벤치에 조용히 앉았다.
'나도 뛰고 싶은데...'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지금은 쉬는 게 최선이야.'
여름이가 카메라를 들고 다가왔다.
"오빠, 촬영해도 돼?"
"응, 해."
여름이는 연습하는 팀원들을 촬영하면서, 가끔 진혁도 찍었다.
벤치에 앉아 팀원들을 응원하는 진혁의 모습.
비록 경기에는 못 나가지만, 여전히 팀의 일원인 그의 모습.
여름이는 그 장면을 소중하게 담았다.
'오빠의 이 순간도... 나중에 보면 소중한 추억이 될 거야.'
연습이 끝나고, 팀원들이 진혁에게 다가왔다.
"진혁아, 다음 주 시합 우리가 꼭 이길게."
"너 대신 우리가 두 배로 뛸게."
"빨리 나아. 우리 에이스 없으면 안 돼."
진혁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고마워, 너희들. 나도 꼭 응원할게."
팀원들과 손을 맞부딪친 진혁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36화 끝
37화: 벤치에서 보낸 응원




시합 당일, 토요일 오전.
여름이는 일찍 일어나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은 진혁이 나가지 못하는 중요한 시합이 있는 날이었다.
'오빠를 위해 뭔가 특별한 걸 준비해야 해.'
여름이는 가방에 무언가를 챙기며 집을 나섰다.
오전 10시, 학교 체육관.
체육관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상대 학교 응원단과 우리 학교 학생들이 양쪽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여름이는 은채와 함께 관중석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여름아, 이거 봐!"
은채가 큰 현수막을 펼쳤다.
"한솔중 파이팅! 진혁이도 함께!"
"와, 은채야! 이거 언제 만들었어?"
"어제 밤새 만들었지. 류진혁 없어도 우리가 응원 제대로 해줘야지!"
"고마워, 은채야."
여름이도 가방에서 꺼낸 작은 피켓을 펼쳤다.
"진혁 오빠, 우리가 이길게요!"
그리고 응원 도구들을 꺼냈다. 메가폰, 응원봉, 작은 북까지.
"대박, 너 완전 준비했네?"
"당연하지! 오늘은 내가 오빠 대신 두 배로 응원할 거야!"
그때, 체육관 입구로 진혁이 목발을 짚고 들어왔다.
벤치 코트를 입은 그의 모습이 보였다.
여름이는 손을 흔들었다.
"오빠!"
진혁이 고개를 돌려 여름이를 봤다.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시우 선배와 팀원들이 진혁을 반갑게 맞이했다.
"진혁아, 왔구나!"
"형, 제가 응원은 꼭 해야죠."
"고마워. 너만 있어도 힘이 나."
팀원들이 진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시합 시작 전, 벤치.
코치가 작전판을 들고 선수들을 모았다.
"오늘 상대는 만만치 않아.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어."
코치가 진혁을 바라봤다.
"진혁이는 코트에 없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있어. 그치?"
"네!"
선수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진혁이 일어서서 팀원들에게 말했다.
"형들, 후배들. 오늘 제가 못 뛰는 건 아쉽지만, 여러분을 믿어요. 우리가 이길 수 있어요."
"오오!"
"그리고... 제 몫까지 뛰어주세요. 저는 여기서 최고의 응원을 할게요."
진혁의 말에 팀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진혁아, 네 몫까지 꼭 뛸게!"
"우리가 이기는 모습 잘 봐!"
팀원들이 진혁과 손을 맞부딪쳤다.
오전 10시 30분, 시합 시작.
심판의 호루라기가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름이는 메가폰을 들고 목청껏 소리쳤다.
"한솔중 파이팅!"
은채도 함께 응원했다.
"가자 한솔! 이겨라 한솔!"
진혁은 벤치에 앉아 코트를 지켜봤다.
팀원들이 열심히 뛰고 있었지만, 상대팀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5분, 상대팀이 먼저 점수를 냈다.
"아..."
관중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진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있었으면...'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애들을 믿어야 해.'
"시우 형! 왼쪽 공간 비었어요!"
진혁이 벤치에서 소리쳤다.
시우 선배가 진혁의 말을 듣고 왼쪽으로 패스했다.
슛 성공!
"좋아!"
벤치의 선수들과 진혁이 일어나 환호했다.
여름이도 관중석에서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잘했어! 오빠, 봤어?!"
진혁이 관중석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반전 종료, 32:28.
우리 팀이 4점 앞서고 있었다.
선수들이 벤치로 돌아왔다. 모두 땀범벅이었다.
"잘하고 있어요!"
진혁이 물병을 건네며 말했다.
"진혁아, 네가 알려준 대로 했더니 통하더라."
시우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형이 잘하신 거죠. 후반전도 그렇게만 하면 돼요."
코치가 작전판을 들며 설명했다.
"상대 4번 선수가 계속 오른쪽으로 돌파하려고 해. 그걸 막아야 해."
"제가 막을게요."
주전 가드가 자신 있게 말했다.
진혁이 덧붙였다.
"4번 선수는 왼손잡이예요. 왼쪽을 막으면 돌파를 못 해요."
"오, 좋은 정보다!"
코치가 진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코트에 없어도 넌 우리 팀의 두뇌야."
진혁은 미소 지었다.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야.'
후반전 시작.
상대팀이 거세게 몰아쳤다.
점수 차이가 점점 좁혀졌다.
38:36.
이제 2점 차.
관중석의 여름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코트를 바라봤다.
"은채야... 우리 팀 괜찮을까?"
"괜찮아, 여름아. 우리 애들 잘하고 있어."
하지만 은채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묻어났다.
진혁은 벤치에서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봤다.
'제발... 이겨줘.'
그때, 상대팀의 역습.
우리 팀 수비가 뚫렸다.
상대 선수가 레이업 슛을 시도했다.
공이 림을 맴돌다가...
툭!
들어갔다.
38:38 동점.
관중석이 술렁였다.
"타임!"
코치가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선수들이 벤치로 모였다. 모두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괜찮아, 아직 시간 있어. 침착하게 하자."
코치가 작전을 지시했다.
진혁이 시우 선배에게 다가가 귓속말했다.
"형, 픽앤롤 작전 해보세요. 제가 봤는데 상대 센터가 스위칭 늦어요."
"알았어."
시우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임아웃이 끝나고 경기가 재개되었다.
남은 시간 2분.
시우 선배가 공을 잡았다.
센터에게 신호를 보냈다.
픽앤롤!
센터가 스크린을 쳐주고, 시우 선배가 돌파했다.
상대 센터의 스위칭이 늦었다.
시우 선배가 점프 슛!
슈욱!
들어갔다!
40:38!
"좋아!"
진혁이 벤치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여름이도 관중석에서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잘했어! 시우 선배!"
하지만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상대팀도 곧바로 반격했다.
40:40 다시 동점.
남은 시간 40초.
마지막 공격 기회.
시우 선배가 공을 잡았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30초... 20초... 10초...
시우 선배가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수비에 막혔다.
다급하게 후배에게 패스!
후배가 3점 슛을 시도했다.
공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모두의 시선이 공에 집중되었다.
진혁도, 여름이도, 모든 관중이 숨을 죽였다.
공이 림에 맞았다.
튕!
한 번 더 튕겼다.
그리고...
슈욱!
들어갔다!
43:40!
삐이익!
동시에 경기 종료 호루라기가 울렸다.
"와아아!"
체육관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이겼다!"
팀원들이 코트에서 서로 껴안았다.
진혁도 목발을 짚고 일어나 환호했다.
"우리가 이겼어!"
여름이는 관중석에서 눈물을 흘리며 박수쳤다.
"오빠! 우리 이겼어!"
시합 종료 후, 체육관 복도.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고, 진혁은 복도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여름이가 달려왔다.
"오빠!"
"여름아!"
여름이는 진혁을 꼭 안아주었다.
"오빠, 우리 이겼어! 정말 이겼어!"
"응, 봤어. 정말 잘 싸웠어."
진혁의 목소리에는 감격이 묻어났다.
"오빠도 정말 잘했어. 벤치에서 계속 조언해주는 거 봤어."
"나는... 그냥 응원한 것뿐인데."
"아니야. 오빠가 있어서 팀이 이긴 거야. 오빠의 조언이 없었으면 못 이겼을걸?"
여름이의 말에 진혁은 웃었다.
"고마워, 여름아. 네가 응원해줘서 나도 힘이 났어."
그때, 시우 선배가 나왔다.
"진혁아! 네 덕분에 이겼다!"
"형이 잘하신 거죠."
"아니야. 네가 알려준 작전이 통했어. 넌 코트에 없어도 우리 팀의 에이스야."
시우 선배의 말에 진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형..."
"빨리 나아서 다음 시합엔 같이 뛰자. 약속이야."
"네, 꼭요!"
두 사람이 주먹을 맞부딪쳤다.
저녁, 치킨집.
팀원들과 여름이, 은채까지 함께 모여 승리를 자축했다.
"오늘 진짜 대박이었어!"
"시우 형 마지막 어시스트 완전 멋있었어요!"
"근데 진짜 MVP는 진혁이 아냐? 벤치에서 작전 짜주는 거 완전 감독님 같았어."
팀원들의 칭찬에 진혁은 머쓱하게 웃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무슨 소리야! 네가 있어서 우리가 이긴 거야."
여름이가 진혁의 손을 꼭 잡았다.
"오빠, 자랑스러워."
"나도... 우리 팀이 자랑스러워."
진혁은 팀원들을 둘러보며 미소 지었다.
비록 코트에서 뛰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팀과 함께 승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그리고 여름아."
"응?"
"오늘 응원 고마웠어. 네 목소리 들리더라."
"진짜? 나 엄청 크게 응원했거든!"
"응, 알아. 덕분에 힘 났어."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은채가 옆에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에이, 또 시작이네. 치킨이나 먹어!"
모두가 웃으며 치킨을 먹었다.
체육관에서의 승리,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 그리고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
진혁은 지금 이 순간이 완벽하다고 느꼈다.
'비록 코트에 서지 못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네.'
그날 밤, 여름이의 방.
여름이는 오늘 찍은 사진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벤치에서 응원하는 진혁의 모습, 이겼을 때 환호하는 팀원들, 함께 치킨을 먹는 행복한 순간들.
휴대폰이 울렸다.
[진혁]: 오늘 정말 고마웠어.
[여름]: 나야말로. 오빠 멋있었어.
[진혁]: 코트에 서지도 못했는데?
[여름]: 그래도 멋있었어. 오빠는 어디에 있든 빛나니까.
[진혁]: ...여름아.
[여름]: 응?
[진혁]: 사랑해.
여름이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진혁이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여름]: 나도... 사랑해, 오빠.
[진혁]: 빨리 나아서 다음엔 네 앞에서 멋진 모습 보여줄게.
[여름]: 응. 기다릴게.
[진혁]: 잘 자, 내 사랑.
[여름]: 잘 자, 오빠.
여름이는 휴대폰을 가슴에 안았다.
오늘 하루가 꿈만 같았다.
팀의 승리도, 진혁의 고백도, 모든 게 완벽했다.
창밖에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여름이는 별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이 행복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37화 끝
38화: 다시, 코트 위로





3주 후, 금요일 방과 후.
"류진혁, 이제 발목 완전히 나았네. 다음 주 시합부터 출전 가능해."
병원에서 돌아온 진혁이 코치에게 진단서를 건넸다.
"좋아! 드디어 우리 에이스가 돌아오는구나!"
코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팀원들도 환호했다.
"진혁아! 축하해!"
"이제 다시 같이 뛸 수 있겠네!"
"다음 주 시합은 우리가 완전 씹어 먹는다!"
하지만 진혁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형들... 고마워요."
진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그날 저녁, 여름이의 방.
여름이는 진혁에게서 온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진혁]: 여름아, 내일 시간 있어?
[여름]: 응! 왜?
[진혁]: 만나서 얘기 좀 하고 싶어. 중요한 거.
[여름]: 알았어. 몇 시에?
[진혁]: 오후 2시, 학교 운동장으로 와줄래?
[여름]: 응, 갈게!
여름이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빠 목소리가... 좀 이상한데. 무슨 일 있나?'
토요일 오후 2시, 학교 운동장.
여름이는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했다.
운동장 벤치에 앉아 진혁을 기다렸다.
잠시 후, 진혁이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손에는 농구공을 들고 있었다.
"오빠!"
"왔어?"
진혁이 여름이 옆에 앉았다.
"발목은 괜찮아?"
"응, 완전히 나았어."
"그럼 다행이다! 다음 주 시합 나가는 거지?"
"...응."
진혁의 대답은 힘이 없었다.
여름이는 진혁의 표정을 살폈다.
"오빠,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은데."
진혁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여름아... 나 솔직히 말하면, 무섭거든."
"무섭다고? 뭐가?"
"코트에 다시 서는 게."
진혁이 농구공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3주 동안 쉬었잖아. 그동안 감각도 많이 떨어졌을 거고... 그리고 또 다칠까 봐 겁나."
"오빠..."
"만약에 경기 중에 또 다치면 어떡하지? 팀한테 또 피해 주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계속 들어."
진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여름이는 진혁의 손을 잡았다.
"오빠, 그런 생각 하는 거 당연해. 누구라도 그럴 거야."
"근데 난... 에이스잖아. 이런 모습 보이면 안 되는데."
"왜? 에이스라고 해서 무서울 게 없어야 해? 에이스도 사람인데."
여름이의 말에 진혁이 고개를 들었다.
"오빠, 무서워하는 게 나쁜 게 아니야. 오히려 그게 더 용기 있는 거야."
"무슨 소리야?"
"무섭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도전하는 게 진짜 용기잖아. 오빠는 지금 그걸 하려는 거고."
여름이가 진혁의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오빠, 혼자가 아니야. 팀 동료들도 있고, 코치님도 있고... 나도 있잖아."
"여름아..."
"나는 언제나 오빠 편이야. 코트 위에서 넘어져도, 실수해도,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진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마워...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오빠, 지금 연습해 볼래? 내가 같이 있어줄게."
"정말?"
"응! 내가 리바운드 잡아줄게!"
여름이가 환하게 웃었다.
진혁도 따라 웃으며 일어났다.
"그럼... 슬슬 해볼까?"
운동장 농구 코트.
진혁은 공을 들고 프리드로 라인에 섰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할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드리블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러다 점점 속도를 올렸다.
발목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확인하며 움직였다.
레이업 슛!
공이 림을 맞고 튕겨 나갔다.
"아..."
진혁의 얼굴이 굳었다.
"괜찮아, 오빠!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어! 다시 해봐!"
여름이가 공을 주워서 진혁에게 던졌다.
진혁은 다시 드리블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점프 슛.
슈욱!
들어갔다.
"좋아!"
여름이가 박수 쳤다.
"봤지? 오빠는 할 수 있어!"
진혁의 얼굴에 조금씩 자신감이 돌아왔다.
계속해서 슛을 쌓았다.
처음에는 실패도 많았지만, 점점 감각이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30분쯤 지났을까.
진혁은 땀을 닦으며 벤치에 앉았다.
여름이가 물병을 건넸다.
"오빠, 어때? 감각 좀 돌아왔어?"
"응... 생각보다 괜찮네. 발목도 괜찮고."
"그치? 오빠는 할 수 있어. 내가 알잖아."
진혁이 여름이를 바라봤다.
"여름아, 너 정말... 나한테 천사야."
"무슨 소리야. 나는 그냥 오빠가 좋은 것뿐인데."
"그래도 고마워. 항상 내 편이 되어줘서."
"당연하지. 나는 오빠 여자친구니까."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때, 진혁이 갑자기 일어났다.
"여름아, 한 번만 더 할게.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응, 해!"
진혁은 다시 코트로 나갔다.
이번에는 조금 더 과감하게 움직였다.
드리블, 크로스오버, 그리고 점프!
덩크 슛 동작!
공이 힘차게 림에 꽂혔다.
"와!"
여름이가 환호했다.
진혁은 착지 후 발목을 확인했다.
괜찮았다.
아무런 통증도 없었다.
"오빠! 완전 멋있었어!"
"응... 괜찮네. 이 정도면 경기 뛸 수 있을 것 같아."
진혁의 얼굴에 자신감이 돌아왔다.
"그래! 그게 우리 오빠지!"
여름이가 달려와 진혁을 꼭 안았다.
"오빠는 할 수 있어. 나는 항상 믿었어."
"응, 고마워. 나도 이제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주 월요일, 체육관.
진혁은 팀 연습에 합류했다.
"진혁이 왔다!"
"오~ 드디어!"
팀원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형들, 오랜만이에요."
"발목은 괜찮아?"
"완전히 나았어요. 이제 뛸 수 있어요."
코치가 다가왔다.
"진혁아, 무리하지 마. 오늘은 가벼운 연습만 해."
"네, 코치님."
연습이 시작되었다.
진혁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확실하게 움직였다.
패스, 드리블, 슛.
모든 동작이 예전처럼 자연스러웠다.
"오~ 진혁이 완전히 돌아왔네!"
"이번 시합은 우리가 이긴다!"
팀원들의 환호 속에서, 진혁은 미소 지었다.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여름이 말처럼.'
연습을 지켜보던 여름이가 카메라로 진혁의 모습을 담았다.
역광 속에서 농구하는 진혁의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오빠, 정말 돌아왔구나.'
여름이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수요일 저녁, 옥상.
진혁과 여름이는 옥상에서 야경을 보고 있었다.
"내일이 복귀 첫 경기네."
"응... 긴장돼."
"당연하지. 근데 오빠는 잘할 거야."
"넌 어떻게 그렇게 나를 믿어?"
"그냥... 알아. 오빠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내가 다 봤잖아."
여름이가 진혁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오빠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야. 그게 오빠의 가장 멋진 점이야."
"여름아..."
"내일 경기에서 오빠가 뛰는 모습, 내가 꼭 카메라에 담을게. 그러니까 멋진 모습 많이 보여줘."
"응, 약속할게."
진혁이 여름이를 꼭 안았다.
"고마워. 정말로."
"나도 고마워. 오빠를 응원할 수 있어서."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었다.
내일의 경기, 긴장과 설렘,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
모든 게 이 순간 속에 담겨 있었다.
목요일, 시합 당일.
체육관은 관중들로 가득 찼다.
진혁은 라커룸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시우 선배가 다가왔다.
"긴장되지?"
"...네, 솔직히요."
"당연해. 나도 처음 복귀할 때 엄청 떨렸어."
시우 선배가 진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근데 말이야, 코트에 들어서면 모든 게 달라져. 네 몸이 기억하고 있어."
"형..."
"너는 할 수 있어. 우리 모두 믿어."
"고마워요, 형."
팀원들이 둥글게 모여 손을 모았다.
"한솔중 파이팅!"
"파이팅!"
시합 시작.
진혁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코치는 진혁을 2쿼터부터 투입할 계획이었다.
1쿼터가 끝나고, 코치가 진혁을 불렀다.
"진혁아, 준비됐지?"
"네!"
"무리하지 말고, 네 플레이를 해. 알겠지?"
"네, 코치님!"
진혁은 코트로 걸어 나갔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류진혁!"
"진혁이 나온다!"
여름이는 카메라를 들고 진혁을 찍었다.
'오빠, 할 수 있어. 나는 믿어.'
심판의 호루라기가 울렸다.
2쿼터 시작.
진혁이 공을 잡았다.
순간, 모든 긴장이 사라졌다.
코트 위, 이곳이 바로 자신의 자리였다.
드리블을 시작했다.
발목은 괜찮았다. 아무 문제도 없었다.
크로스오버로 수비를 제치고, 페인트존으로 돌진했다.
점프!
레이업 슛!
슈욱!
들어갔다!
"좋아!"
관중석이 들썩였다.
여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쳤다.
"오빠... 해냈어..."
진혁은 코트를 뛰며 미소 지었다.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돌아왔어.'
38화 끝.
39화: 우리의 미래





2월 초, 겨울방학.
차가운 바람이 부는 어느 오후, 여름이는 카페에서 은채와 마주 앉아 있었다.
"여름아, 너 고등학교는 어디로 갈 거야?"
은채의 질문에 여름이는 핫초코 컵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 방송 관련 동아리가 있는 학교로 가고 싶긴 한데."
"류진혁은?"
"오빠는... 농구 명문 고등학교 추천받았대. 근데 여기서 좀 멀어."
여름이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은채가 눈치챘다.
"설마... 너 고등학교 때문에 고민하는 거야?"
"응... 오빠랑 다른 학교 가게 될 수도 있잖아. 그럼 자주 못 보겠지."
"에이, 요즘 세상에 그게 뭐가 문제야. 주말에 보면 되지."
"그래도..."
여름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더 큰 걱정이 있었다.
'오빠가 다른 학교 가면... 우리 관계가 달라지는 건 아닐까?'
그날 저녁, 진혁의 방.
진혁은 책상 앞에 앉아 고등학교 자료들을 펼쳐놓고 있었다.
청솔고등학교 - 농구 명문, 전국 대회 우승 3회
한빛고등학교 - 지역 강호, 여름이네 학군
두 학교의 팜플렛을 번갈아 보며 진혁은 한숨을 쉬었다.
"형은 어느 학교 갈 거야?"
동생 진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직 못 정했어."
"청솔고가 더 좋은 거 아냐? 거기 프로 선수 많이 배출했잖아."
"그건 그런데..."
진혁은 책상 위 사진을 바라봤다.
여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여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거지?"
"...너는 어떻게 알아?"
"형 표정 보면 다 알아. 누나 좋아하는 거 티 나."
진우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근데 형, 진짜 중요한 거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냐? 형 꿈이 프로 선수잖아."
"알아... 그게 맞는 거 알아."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며칠 후, 토요일 오후.
진혁은 여름이에게 전화했다.
"여름아, 오늘 시간 돼?"
"응! 왜?"
"만나서 얘기 좀 하자. 중요한 거."
"...알았어. 어디서?"
"학교 옥상. 2시에."
전화를 끊은 여름이는 불안한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중요한 얘기라니... 혹시...?'
오후 2시, 학교 옥상.
여름이는 일찍 도착해서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겨울 하늘은 맑고 푸르렀지만, 바람은 차가웠다.
"여름아."
뒤에서 진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진혁이 다가와 여름이 옆에 섰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 모두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여름아, 나..."
"오빠, 나..."
동시에 말을 꺼냈다가 멈췄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쓸쓸히 웃었다.
"오빠가 먼저 말해."
"아니, 너부터 해."
"그럼... 같이 말할까?"
"응."
둘은 심호흡을 했다.
"고등학교..."
동시에 말하고, 다시 멈췄다.
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름아, 나... 청솔고등학교 추천받았어."
"...알아. 오빠한테 잘 맞는 학교야."
"근데 여기서 버스로 1시간 반 정도 걸려."
"응..."
여름이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너는 어디로 갈 거야?"
"나는... 한빛고 갈 것 같아. 방송반이 좋다고 해서."
"그렇구나..."
진혁은 난간을 꽉 잡았다.
"우리... 다른 학교 가게 되는구나."
"응..."
침묵이 다시 흘렀다.
차가운 바람만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여름이가 먼저 물었다.
"오빠... 우리 어떻게 될까?"
"무슨 소리야?"
"다른 학교 가면... 자주 못 볼 텐데. 오빠는 농구 때문에 바쁠 거고, 나도 방송반 활동하면..."
"여름아."
진혁이 여름이의 손을 잡았다.
"너 지금 헤어지자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여름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불안해. 우리가 점점 멀어지는 건 아닐까 하고."
진혁은 한참 여름이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여름아, 나도 솔직히 불안해."
"...오빠도?"
"응. 나도 똑같은 생각 했어. 다른 학교 가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이가 변하는 건 아닐까."
진혁이 여름이의 손을 꼭 쥐었다.
"근데 말이야, 생각해 봤어. 우리가 왜 좋아하게 됐는지."
"...왜?"
"서로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 때문이었잖아. 나는 네가 카메라 들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이 좋았고, 너는 내가 농구 연습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잖아."
"맞아..."
"그럼 우리 각자 꿈을 향해 가는 게 맞는 거 아닐까? 그게 서로를 위한 거고."
진혁의 말에 여름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멀어지는 건 싫어."
"나도 싫어. 당연히 싫지."
진혁이 여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근데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까지 멀어지는 건 아니잖아. 우리가 노력하면 되지."
"노력...?"
"응. 주말마다 만나고, 매일 연락하고, 서로 응원해 주고. 그러면 되는 거 아냐?"
여름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오빠... 나 정말 걱정했어. 오빠가 고등학교 가면 나 잊는 거 아닐까 하고."
"바보. 내가 어떻게 너를 잊어?"
진혁이 여름이를 꼭 안아주었다.
"너는 내 첫사랑이야.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고. 그게 고등학교 간다고 변할 것 같아?"
"...아니."
"그럼 됐어. 우리 각자 열심히 하자. 그러다 주말에 만나서 서로 자랑하고."
여름이는 진혁의 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빠 말이 맞아."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었다.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었다.
진혁이 여름이를 놓아주며 말했다.
"그리고 여름아."
"응?"
"3년 후, 우리 대학생 되면... 그때는 같은 학교 다니자."
"...정말?"
"응. 약속."
진혁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여름이도 새끼손가락을 걸며 웃었다.
"약속!"
"도장 찍어."
두 사람은 엄지를 맞대며 웃었다.
며칠 후, 여름이의 방.
여름이는 책상 앞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었다.
2월 10일, 맑음
오늘 오빠랑 고등학교 얘기를 했다.
처음엔 불안하고 걱정됐는데, 오빠 말을 듣고 나니 괜찮아졌다.
우리는 각자의 꿈을 위해 노력할 거고, 그러면서도 서로를 응원할 거야.
멀어진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빠, 고등학교 가서도 잘하자.
나도 열심히 할게.
3년 후, 우리 꼭 같은 대학 가자.
여름이는 일기장을 덮고 창밖을 바라봤다.
겨울 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2월 말, 졸업식 전날.
진혁과 여름이는 학교 운동장을 산책하고 있었다.
"내일이면 중학교 졸업이네."
"응... 빠르다."
"여름아, 중학교 생활 중에 뭐가 가장 기억에 남아?"
진혁의 질문에 여름이는 잠시 생각했다.
"음... 축제?"
"역시. 나도."
"오빠가 고백했던 그날...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
"나도. 너무 떨려서 심장 터질 뻔했어."
"진짜? 그런 티 안 났는데?"
"연기한 거야. 속으로는 완전 떨었어."
두 사람은 웃으며 벤치에 앉았다.
"오빠, 고등학교 가서도 연락 자주 하자."
"당연하지. 매일 할 거야."
"그리고 주말마다 만나자."
"응, 약속."
"오빠가 경기 있으면 나 꼭 보러 갈게."
"나도 네 방송반 발표회 있으면 꼭 갈게."
"약속!"
두 사람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때, 여름이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오빠, 이거..."
작은 상자였다.
"뭔데?"
"졸업 선물. 열어봐."
진혁이 상자를 열자, 안에는 팔찌가 들어 있었다.
심플한 디자인에 작은 농구공 모양 참이 달려 있었다.
"와... 이거 네가 만든 거야?"
"응! 오빠 생각하면서 만들었어. 경기 나갈 때 차고 가."
"고마워, 여름아. 소중하게 쓸게."
진혁이 팔찌를 차며 웃었다.
"나도 준비한 게 있어."
진혁도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여름이가 열어보니,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작은 카메라 모양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였다.
"오빠..."
"네가 꿈을 잊지 않았으면 해서. 항상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담는 한여름이었으면 좋겠어."
여름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오빠... 고마워. 정말 소중히 할게."
"여기 뒤에 글씨 새겨져 있어."
여름이가 펜던트를 뒤집어 보니,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Keep shining - JH"
"계속 빛나라는 뜻이야. 너는 항상 빛나는 사람이니까."
여름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 너무 좋아. 고마워."
"울지 마. 이건 시작이야, 끝이 아니라."
진혁이 여름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고등학교 가서도 우리 계속 함께할 거잖아. 멀리 있어도 마음은 가까이."
"응... 맞아."
여름이는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 한참을 말없이 석양을 바라봤다.
운동장에는 그들의 추억이 가득했다.
처음 만났던 날, 축제 날 밤, 손을 잡았던 순간들...
모든 것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었다.
"여름아."
"응?"
"사랑해."
"나도... 사랑해, 오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함께 석양을 바라봤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그들에게, 미래는 불확실했지만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서로가 있었으니까.
39화 끝
40화(최종화): 영원한 14.5도




3월 1일, 졸업식 당일.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아침, 여름이는 교복을 단정히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중학교 교복을 입는 마지막 날.
감회가 새로웠다.
휴대폰이 울렸다.
[진혁]: 학교 앞에서 봐. 같이 들어가자.
[여름]: 응! 금방 갈게.
여름이는 목에 진혁이 선물한 카메라 목걸이를 걸었다.
작은 펜던트가 햇빛에 반짝였다.
'오빠... 오늘 마지막까지 잘 보내자.'
학교 정문.
진혁은 정문 앞에서 여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목에는 여름이가 선물한 농구공 팔찌가 차여 있었다.
"오빠!"
멀리서 여름이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왔어?"
"응!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진혁이 자연스럽게 여름이의 손을 잡았다.
"같이 들어가자."
"응!"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학교로 들어갔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 교정은 아름다웠다.
"오빠, 사진 찍자!"
"지금?"
"응! 마지막인데 기념으로."
여름이가 카메라를 꺼냈다.
"셀카 찍을까?"
"좋아."
두 사람은 벚꽃나무 아래에서 셀카를 찍었다.
활짝 웃는 얼굴, 꼭 잡은 손, 그리고 날리는 벚꽃 잎.
완벽한 순간이었다.
오전 10시, 강당.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단상으로 올라가 졸업장을 받았다.
"2학년 3반, 한여름."
여름이의 이름이 불렸다.
"와아!"
은채와 반 친구들이 박수쳤다.
진혁도 관객석에서 힘차게 박수쳤다.
여름이는 단상에 올라가 졸업장을 받았다.
무대에서 내려오며 진혁을 봤다.
진혁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여름이는 환하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2학년 5반, 류진혁."
이번에는 진혁의 차례였다.
"진혁아!"
"류진혁!"
농구부 선배들과 팀원들이 환호했다.
여름이도 힘껏 박수쳤다.
진혁은 당당하게 단상에 올라가 졸업장을 받았다.
그리고 내려오며 여름이를 찾아 눈을 맞췄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졸업식 후, 교실.
학생들은 교실로 돌아와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담임 선생님이 한 명씩 불러 조언을 해주었다.
"한여름, 고등학교 가서도 밝은 모습 잃지 마. 네 긍정적인 에너지는 정말 특별해."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리고... 류진혁이랑 잘 사귀고 있지?"
여름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네, 선생님..."
"좋은 사람 만났네. 서로 응원해 주며 사귀렴. 그게 진짜 사랑이야."
"네! 감사합니다!"
여름이는 선생님께 깊이 인사했다.
점심시간, 옥상.
여름이, 진혁, 은채, 시우 선배, 그리고 몇몇 친구들이 옥상에 모였다.
"야, 마지막이라고 다 모였네!"
은채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우리 추억 많은 곳인데."
시우 선배가 음료수를 나눠줬다.
"자, 다들 잔 들어!"
"건배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건배!"
모두가 음료수 캔을 부딪쳤다.
"근데 너희 둘은 고등학교 달라도 계속 만나지?"
은채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당연하지!"
여름이와 진혁이 동시에 대답했다.
"오~ 케미 좋네!"
모두가 웃었다.
시우 선배가 진지하게 말했다.
"진혁아, 고등학교 가서도 농구 열심히 해. 너 정말 재능 있어."
"감사합니다, 형. 형도 고등학교 가서 학생회장 하시죠?"
"하하, 그건 모르겠고. 어쨌든 다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네!"
은채가 여름이를 보며 말했다.
"여름아, 우리 고등학교 가서도 베프지?"
"당연하지! 영원한 베프야!"
"좋아! 그럼 주말마다 만나자!"
친구들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웃음소리가 옥상을 가득 채웠다.
진혁은 여름이의 손을 살짝 잡았다.
여름이도 진혁의 손을 꼭 잡았다.
말은 없었지만, 서로의 마음이 전해졌다.
'우리, 계속 함께할 거야.'
오후 3시, 교문 앞.
졸업식이 모두 끝나고, 학생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여름이와 진혁은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오빠... 이제 진짜 끝이네."
"응... 중학교 생활."
"3년이 정말 빨랐어."
"그러게. 특히 우리 사귄 이후로는 더 빨랐던 것 같아."
진혁이 여름이를 보며 웃었다.
"오빠, 고등학교 가서도 연락 자주 하자."
"당연하지. 매일 할 거야."
"그리고 주말마다 만나자."
"응, 꼭."
"약속!"
두 사람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때, 은채가 달려왔다.
"야! 너희 둘 사진 찍어줄까?"
"응? 고마워!"
은채가 두 사람의 사진을 찍어줬다.
교문 앞, 교복을 입은 채, 손을 잡고 웃고 있는 두 사람.
"와, 완전 잘 나왔다! 보내줄게!"
"고마워, 은채야!"
저녁, 공원.
여름이와 진혁은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노을이 지는 하늘이 아름다웠다.
"여름아."
"응?"
"우리 축제에서 처음 만났던 날 기억나?"
"당연하지. 내가 오빠 농구 연습하는 거 카메라에 담았잖아."
"그때... 나 완전 떨렸어."
"진짜?"
"응. 카메라 들고 있는 네가 너무 예뻐 보여서."
여름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오빠... 갑자기 왜 그래?"
"그냥... 고마워서. 네가 내 인생에 들어와 줘서."
진혁이 걸음을 멈추고 여름이를 마주 봤다.
"너를 만나고 나서, 내 삶이 달라졌어. 더 행복해졌고, 더 열심히 살고 싶어졌어."
"오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우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응원하면서 함께 성장하자."
여름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응... 나도 오빠 덕분에 많이 변했어. 더 용감해졌고, 꿈을 갖게 됐어."
"그래?"
"응. 오빠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서 나도 열심히 할 거야."
"우리 둘 다 열심히 하자. 그러다 3년 후에 같은 대학 가자."
"약속!"
두 사람은 또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조용히 포옹했다.
석양빛 속에서, 두 사람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밤 10시, 여름이의 방.
여름이는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떠올렸다.
졸업식, 친구들과의 시간, 그리고 진혁과의 약속.
모든 게 소중한 추억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진혁]: 오늘 고마웠어. 덕분에 좋은 추억 만들었어.
[여름]: 나야말로 고마워. 오빠랑 함께여서 행복했어.
[진혁]: 여름아.
[여름]: 응?
[진혁]: 사랑해. 진짜 많이.
[여름]: 나도 사랑해, 오빠. 진짜 많이.
[진혁]: 고등학교 가서도 우리 이대로 가자.
[여름]: 응! 약속.
[진혁]: 잘 자, 내 사랑.
[여름]: 잘 자, 오빠.
여름이는 휴대폰을 가슴에 안았다.
창밖으로 별이 보였다.
'우리의 시작은 축제였어. 14.5도의 완벽한 온도.'
'그리고 그 온도는 지금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야.'
여름이는 눈을 감으며 미소 지었다.
3년 후, 대학 입학식.
"한여름!"
누군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여름이는 뒤를 돌아봤다.
진혁이 서 있었다.
훨씬 더 성숙해진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그 눈빛은 따뜻했다.
"오빠!"
여름이가 달려가 진혁을 안았다.
"우리... 정말 같은 대학 왔어!"
"응, 약속 지켰지?"
"고마워, 오빠. 나 기다려줘서."
"나야말로 고마워. 너도 나 기다려줘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캠퍼스를 걸었다.
봄바람이 불어왔다.
벚꽃이 날리고 있었다.
"여름아, 온도 얼마야?"
진혁이 물었다.
여름이는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14.5도."
"완벽하네."
"응, 완벽해."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축제의 온도, 14.5도.
그들이 처음 사랑을 시작했던 그 완벽한 온도.
그 온도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었다.
"오빠, 사랑해."
"나도 사랑해, 한여름."
벚꽃 잎이 바람에 날리는 캠퍼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갔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
함께할 미래를 향해.
에필로그





5년 후.
"자, 다들 모였죠?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여름이는 이제 대학교 4학년, 방송국 PD 지망생이 되어 있었다.
카메라 뒤에서 그녀는 여전히 세상을 담고 있었다.
"여름아, 오늘 촬영 언제 끝나?"
진혁이 전화했다.
그는 대학 농구팀의 주장이 되어 있었고, 프로 구단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상태였다.
"음... 6시쯤? 왜?"
"저녁 같이 먹자. 할 얘기 있어."
"무슨 얘기?"
"직접 만나서 할게. 중요한 거야."
"알았어. 6시에 학교 앞에서 보자."
저녁 6시, 학교 앞.
여름이가 도착하자, 진혁이 손에 뭔가를 들고 서 있었다.
작은 상자였다.
"오빠, 그게 뭐야?"
"여름아."
진혁이 무릎을 꿇었다.
여름이의 눈이 커졌다.
"오빠... 설마..."
"한여름, 우리 만난 지 8년 됐어.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진혁이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반지가 들어 있었다.
"너와 함께한 8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
"오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어. 평생."
진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여름, 나와 결혼해 줄래?"
여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응... 응!"
"정말?"
"당연하지! 나도 오빠랑 평생 함께하고 싶어!"
진혁이 일어나 여름이를 꼭 안았다.
주변 사람들이 박수쳤다.
"축하해요!"
"와, 프러포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은 채 울고 웃었다.
진혁이 여름이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완벽해."
"응, 완벽해."
"여름아, 지금 온도 얼마야?"
여름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14.5도."
"역시. 우리는 영원히 14.5도야."
"응, 영원히."
두 사람은 키스했다.
축제에서 시작된 사랑.
14.5도의 완벽한 온도.
그 사랑은 이제 평생으로 이어질 약속이 되었다.
결혼식은 봄에 올렸다.
벚꽃이 만개한 4월의 어느 토요일, 한여름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진혁의 손을 잡았다.
"긴장돼?"
진혁이 속삭였다.
"응... 근데 행복해."
"나도."
식장에는 은채를 비롯한 중학교 친구들, 시우 선배와 농구부 선배들, 그리고 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사랑합니다.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요."
진혁의 서약에 여름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나도 사랑해요. 오빠의 꿈을 항상 응원할게요."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은채가 눈물을 닦으며 소리쳤다.
"한여름! 축하해!"
"고마워, 은채야!"
결혼 3년 차.
여름이는 방송국 PD로 일하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팀에 배치되어 여전히 카메라로 세상을 담고 있었다.
진혁은 프로 농구 선수가 되었다.
2군에서 시작해 이제는 1군 주전으로 뛰고 있었다.
"오빠, 오늘 경기 대박이었어!"
경기가 끝난 후 여름이가 진혁을 안았다.
"네가 응원해 줘서 힘 났어."
"나 오늘도 카메라에 다 담았어. 오빠 덩크슛 완전 멋있었어!"
"나중에 같이 보자."
"응!"
퇴근 후 집에서, 두 사람은 함께 오늘의 경기 영상을 봤다.
"오빠, 여기 봐! 이 장면 완전 영화 같아!"
"너 진짜 촬영 잘하네. 역시 내 와이프."
"에헤헤."
여름이는 진혁의 어깨에 기대었다.
"오빠, 우리 행복하지?"
"당연하지. 너랑 있으면 매일이 행복해."
"나도."
결혼 5년 차.
"여보, 말 있어."
어느 날 저녁, 여름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뭔데?"
"나... 임신했어."
진혁의 눈이 커졌다.
"정말?!"
"응! 오늘 병원에서 확인했어. 7주래."
진혁이 여름이를 꼭 안았다.
"여보...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도 고마워. 우리 아기 낳자."
"응, 건강하게 낳자."
9개월 후, 봄이 왔다.
벚꽃이 피던 4월, 여름이는 건강한 딸을 낳았다.
"이름 뭐로 할까?"
"음... 봄이 어때? 한봄이."
"좋아. 우리가 만난 계절이기도 하고."
"그럼 한봄이로 하자."
작은 아기를 안고 있는 여름이를 보며, 진혁은 눈물을 흘렸다.
"여보, 사랑해."
"나도 사랑해, 오빠."
결혼 10년 차.
한봄이는 이제 다섯 살이 되었다.
명랑하고 활발한 성격은 엄마를 닮았고, 운동을 좋아하는 건 아빠를 닮았다.
"엄마, 나 카메라 갖고 싶어!"
"정말? 우리 봄이도 사진 찍고 싶어?"
"응! 엄마처럼!"
여름이는 미소 지으며 작은 키즈 카메라를 선물했다.
"아빠, 나 농구 하고 싶어!"
"그래? 그럼 아빠가 가르쳐줄까?"
"응!"
진혁은 봄이와 함께 공원에서 농구를 했다.
작은 손으로 공을 던지는 봄이를 보며, 진혁은 옛날 생각이 났다.
'중학교 때... 여름이가 나를 처음 카메라에 담았을 때처럼.'
어느 토요일 오후.
가족 셋은 중학교 시절을 보낸 학교 앞에 섰다.
"여보, 여기 정말 오랜만이다."
"그러게. 15년 만인가?"
"엄마, 아빠, 여기가 어디야?"
"여기는 엄마 아빠가 처음 만난 곳이야."
"우와! 정말?"
"응. 여기서 엄마가 아빠를 카메라에 처음 담았어."
"그리고 여기서 아빠가 엄마한테 고백했지."
"진짜? 낭만적이다!"
봄이가 키득거렸다.
세 사람은 교정을 걸으며 추억을 되새겼다.
"여보, 여기 벤치. 우리 처음 손잡았던 곳."
"맞아. 그때 너 얼마나 떨었는지 알아?"
"나? 오빠가 더 떨었어!"
"하하, 인정."
봄이가 엄마의 카메라로 부모님 사진을 찍었다.
"엄마 아빠, 웃어요! 하나, 둘, 셋!"
찰칵!
사진 속에는 벤치에 앉아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이 담겼다.
15년 전 그날처럼.
"오빠, 지금 온도 얼마야?"
여름이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14.5도."
"역시."
"우리는 영원히 14.5도야."
"응, 영원히."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았다.
봄이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석양이 지는 교정.
벚꽃이 날리는 봄날.
14.5도의 완벽한 온도.
그들의 사랑은 15년이 지나도,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마지막 장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봄이가 물었다.
"엄마, 아빠는 왜 사랑하게 됐어?"
여름이와 진혁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음... 아빠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엄마가 항상 밝게 웃어서?"
"그것뿐이야?"
"그리고... 서로를 응원해 주고, 함께 꿈을 향해 가고 싶어서."
"우와..."
봄이가 눈을 반짝였다.
"나도 나중에 그런 사람 만나고 싶어!"
"그래, 우리 봄이도 좋은 사람 만나."
"근데 엄마, 사랑이 뭐야?"
여름이는 진혁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사랑은 말이야... 14.5도 같은 거야."
"14.5도?"
"응. 너무 춥지도, 너무 덥지도 않은 완벽한 온도."
"그리고 함께 있으면 항상 따뜻한 거."
진혁이 덧붙였다.
"우와... 멋있다!"
세 사람은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갔다.
석양이 그들의 뒷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축제의 온도, 14.5도.
그것은 첫사랑의 온도이자, 평생의 온도였다.
THE END
책 소개글

너무 춥지도, 너무 덥지도 않은 완벽한 온도. 바로 14.5도처럼, 우리의 첫사랑도 그랬습니다.
평범한 중학교 2학년 한여름은 학교 방송부 카메라 담당으로 축제 준비 과정을 기록하게 됩니다. 렌즈 너머로 바라본 농구부 에이스 류진혁의 모습은, 무심해 보이지만 꿈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진짜 그였습니다.
축제를 준비하며 자주 마주치게 된 두 사람. 예상치 못한 파트너가 되어 함께 무대에 서고, 오해와 갈등을 겪으며 서로의 진심을 확인해 갑니다. 축제의 마지막 밤, 별똥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에서 진혁은 여름이에게 고백합니다. "네 카메라에 담긴 내 모습이 가장 진짜 나인 것 같아."
하지만 달콤한 시간도 잠시, 소문과 질투, 부상과 이별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된 두 사람은 불안해하지만, 결국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서로를 응원하기로 약속합니다.
중학생의 풋풋하고 순수한 첫사랑, 그리고 꿈을 향한 성장 이야기. 14.5도의 완벽한 온도처럼,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을 설렘을 선사하는 청춘 로맨스 소설입니다.
책 소개글

14.5도. 너무 춥지도, 너무 덥지도 않은 완벽한 온도.
그날 축제의 온도처럼, 우리의 첫사랑도 완벽했습니다.
평범한 중학교 2학년 한여름. 명랑하고 긍정적이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부끄러워하는 소녀입니다. 학교 방송부에서 카메라 담당을 맡게 된 그녀는 축제 준비 과정을 기록하는 임무를 받습니다. 렌즈를 통해 우연히 자주 담게 된 사람, 전교생의 인기남이자 농구부 에이스 류진혁. 시크하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카메라 속 그는 꿈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리는 열정적인 소년이었습니다.
축제 준비 과정에서 자주 마주치게 된 두 사람. 여름이의 단짝 은채가 갑자기 불참하면서, 여름이는 진혁과 함께 '짝꿍 장기자랑' 무대에 서게 됩니다. 어색했던 첫 만남은 점점 특별한 인연으로 발전하고, 진혁은 겉으로만 보던 여름이의 밝고 따뜻한 매력에 서서히 끌리게 됩니다. 여름이 역시 진혁의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하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여름이를 짝사랑하는 학생회 선배 강시우의 착한 오해, 진혁을 좋아하던 3학년 선배 김하은의 질투 어린 견제. 두 사람 사이에는 크고 작은 오해와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축제의 마지막 밤, 별똥별 소원 빌기 이벤트가 열리는 체육관 뒤 벤치에서 진혁은 용기를 냅니다. "네 카메라에 담긴 내 모습이 가장 진짜 나인 것 같아. 내 마음도 네 거야, 한여름."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별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사귀기 시작한 두 사람에게 새로운 시련이 찾아옵니다. 학교에 소문이 퍼지고, 진혁에게 관심 있던 여학생들의 질투를 받게 됩니다. 하은 선배는 여름이에게 "너희는 너무 달라. 안 어울려"라는 말로 불안감을 심습니다. 흔들리는 여름이를 진혁은 단호하게 지켜주며,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집니다.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진혁이 발목 부상을 당합니다. 좌절하는 진혁 곁에서 여름이는 꾸준히 그를 격려하고, 특별한 응원 영상을 만들어 선물합니다. 진혁 없이 치러진 시합에서 팀은 승리하고, 진혁은 벤치에서도 자신이 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3주 후 복귀전을 앞두고 다시 불안해하는 진혁. 여름이는 그와 함께 운동장에서 연습하며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무섭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도전하는 게 진짜 용기야." 결국 진혁은 성공적으로 코트에 복귀하고, 여름이는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됩니다. 불안해하는 여름이에게 진혁은 말합니다.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까지 멀어지는 건 아니야. 우리가 노력하면 돼." 서로에게 팔찌와 목걸이를 선물하며, 3년 후 같은 대학에 가자고 약속합니다.
졸업식 날, 벚꽃이 날리는 캠퍼스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시작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3년 후, 약속대로 같은 대학에 입학한 두 사람. 5년 후에는 프러포즈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결말.
중학생의 풋풋한 첫사랑에서 시작해 평생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꿈을 향한 열정, 서로를 향한 믿음,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아름다움을 담은 청춘 로맨스 소설 『축제의 온도, 14.5도』는 당신의 마음에 따뜻한 봄날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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