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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소설

축제의 온도, 14.5도_03 : 하이틴로멘스

breathinghappiness 2025. 12. 24. 19:01

축제의 온도, 14.5도_03 : 하이틴로멘스

15화: 겨울의 시작

11월 말, 첫눈이 내렸다.

"여름아! 눈 온다!"

은채가 창밖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교실 아이들이 모두 창가로 몰려갔다.

"와, 진짜 예쁘다!"

"올해 첫눈이다!"

하얀 눈송이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봤다.

'첫눈... 진혁이랑 같이 보고 싶은데...'

바로 그때, 교실 문이 열렸다.

류진혁이 들어왔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진혁이 창밖을 보고는 미소 지었다.

'점심시간에 보자.'

입모양으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시간, 옥상으로 올라가니 진혁이 벌써 와 있었다.

"여름아!"

"진혁아!"

우리는 눈 내리는 옥상에 서 있었다.

"첫눈이다."

"응..."

"예쁘다."

진혁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너 더 예쁜데?"

"에이..."

나는 얼굴을 붉히며 진혁을 밀었다.

"진짜야. 눈송이가 네 머리에 앉았어."

진혁이 내 머리에 앉은 눈을 털어줬다.

"고마워."

우리는 한참 동안 눈을 맞으며 서 있었다.

"여름아."

"응?"

"이번 겨울, 우리 많은 추억 만들자."

"좋아!"

"스케이트도 타고, 눈사람도 만들고..."

"크리스마스에는 뭐 할까?"

내 질문에 진혁이 웃었다.

"비밀이야. 그때 가서 알려줄게."

"야! 또 비밀이야?"

"응. 깜짝 놀래키고 싶어서."

진혁의 장난스러운 표정에 나는 웃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시 교육청으로 향했다.

민서 선배와 함께였다.

"여름아, 긴장돼?"

"네... 엄청..."

"괜찮아. 넌 잘할 거야."

시상식장에 도착하니 많은 학교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와... 사람 진짜 많다..."

"그러게. 다들 우수한 작품들을 만들었나 봐."

시상식이 시작됐다.

"우수상은... 성원중학교 한여름 학생!"

내 이름이 불렸다.

"여름아! 가!"

민서 선배가 내 등을 밀었다.

나는 떨리는 걸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상장과 트로피를 받았다.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심사위원장님이 악수를 청했다.

"감사합니다!"

무대를 내려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해냈어... 정말 해냈어...'

시상식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왔다.

교문 앞에서 진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혁아? 어떻게 여기...?"

"너 오는 시간 계산해서 왔지."

진혁이 손에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이거..."

"축하해. 우리 여자친구."

진혁이 꽃다발을 건넸다.

"고마워..."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울지 마. 오늘은 축하하는 날이잖아."

"행복해서 우는 거야..."

진혁이 나를 안았다.

"자랑스러워. 정말."

"고마워, 진혁아..."

다음 주, 드디어 스케이트장에 갔다.

"와! 사람 많다!"

주말이라 스케이트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스케이트 신어봤어?"

"아니... 처음이야."

"알았어. 천천히 가르쳐줄게."

우리는 스케이트를 신고 링크로 들어갔다.

"으악!"

첫발부터 휘청거렸다.

"조심해!"

진혁이 나를 잡아줬다.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

"괜찮아. 내가 잡아줄게."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천천히 링크를 돌았다.

"봐, 잘하고 있어!"

"진짜?"

"응. 조금만 연습하면 혼자서도 탈 수 있을 거야."

진혁의 격려에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30분 정도 연습하니 조금씩 나아졌다.

"진혁아, 나 혼자 해볼게!"

"조심해!"

나는 진혁의 손을 놓고 혼자 앞으로 나갔다.

"잘하는데?"

그 순간, 균형을 잃었다.

"으악!"

넘어지려는 순간, 진혁이 뒤에서 나를 잡았다.

"조심하라니까!"

"미안..."

진혁의 품에 안긴 채로, 나는 그의 눈을 봤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여름아."

"응?"

"너... 지금 되게 귀여워."

"뭐?!"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진혁을 밀었다.

하지만 스케이트를 신고 있어서 둘 다 넘어졌다.

"아야..."

우리는 얼음 위에 앉아 웃었다.

스케이트를 타고 나와 근처 카페에 들렀다.

"핫초코 두 잔이요!"

진혁이 주문했다.

"고마워. 오늘 정말 재밌었어."

"나도. 네가 스케이트 타는 거 가르쳐줄 수 있어서 좋았어."

"다음에 또 오자!"

"좋아. 그때는 너 혼자서도 탈 수 있게 해줄게."

우리는 핫초코를 마시며 창밖을 봤다.

눈이 또 내리고 있었다.

"여름아."

"응?"

"크리스마스 약속 있어?"

"아니, 왜?"

"나랑 보내줄래?"

진혁의 제안에 나는 환하게 웃었다.

"당연하지!"

"좋아. 그날 특별한 거 준비할게."

"뭔데?"

"비밀이야."

"에이!"

나는 장난스럽게 진혁을 때렸다.

12월이 되자 학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 찼다.

복도에는 트리가 설치되었고, 교실마다 장식들이 붙었다.

"여름아, 우리 반도 꾸미자!"

은채가 제안했다.

"좋아!"

반 친구들과 함께 교실을 꾸몄다.

벽에는 눈송이 장식을, 창문에는 스티커를, 교실 뒤쪽에는 작은 트리를 세웠다.

"완벽해!"

"우리 반 제일 예쁜 것 같아!"

친구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수업이 끝나고, 방송부 회의가 있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 할 거예요."

민서 선배가 말했다.

"학생들 인터뷰하고, 크리스마스 소원 받고..."

"여름아, 올해도 촬영 부탁해."

"네, 선배님!"

"그리고 말이야..."

민서 선배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베스트 커플인 너희도 인터뷰할 거야."

"네?!"

"당연하지! 다들 너희 인터뷰 보고 싶어 해!"

"부끄러운데..."

"괜찮아. 잘할 거야!"

그날 저녁, 집에서 옷장을 정리하다가 문득 생각났다.

'크리스마스에 뭐 입지?'

진혁이 특별한 걸 준비한다고 했으니, 나도 예쁘게 입어야 할 것 같았다.

삐- 삐-

은채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은채: 여름아! 크리스마스에 뭐 입을 거야?]

[나: 고민 중이야... 추천해줄 수 있어?]

[은채: 당연하지! 내일 같이 쇼핑 가자!]

[나: 좋아!]

다음 날 방과 후, 은채와 쇼핑을 나갔다.

"여기 옷 귀엽다!"

"이것도 예쁜데?"

우리는 여러 가게를 돌아다녔다.

"여름아, 이거 입어봐!"

은채가 연한 핑크색 원피스를 꺼냈다.

"예쁘긴 한데... 너무 화려한 거 아니야?"

"아니야! 네한테 완전 잘 어울릴 것 같아!"

"그래?"

나는 원피스를 입어봤다.

거울을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대박! 완전 예쁘다!"

"정말?"

"응! 진혁이 보면 기절할 듯!"

은채의 말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럼 이거 살까?"

"당연하지!"

집에 돌아와 원피스를 옷장에 걸었다.

'크리스마스에 입으면 진혁이가 좋아할까?'

생각만 해도 설렜다.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여름아, 크리스마스 날 6시에 만나자.]

[나: 어디서?]

[진혁: 학교 앞 공원.]

[나: 알았어!]

[진혁: 그리고...]

[나: 응?]

[진혁: 예쁘게 입고 와.]

[나: 왜?]

[진혁: 특별한 날이니까.]

[나: 알았어!]

나는 미소 지으며 원피스를 다시 한번 봤다.

'완벽해...'

크리스마스까지 일주일.

학교는 더욱 들떠 있었다.

"여름아, 크리스마스에 진혁이랑 뭐 할 거야?"

친구들이 물었다.

"비밀이래. 진혁이가 깜짝 놀래킬 거래."

"와, 완전 로맨틱하다!"

"부럽다!"

친구들의 부러움 섞인 목소리에 나는 행복했다.

점심시간, 옥상에서 진혁과 만났다.

"여름아."

"응?"

"크리스마스 진짜 기대돼."

"나도! 근데 뭐 준비한 거야?"

"말했잖아. 비밀이야."

"힌트라도!"

"안 돼. 당일 날 봐야지."

진혁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야!"

나는 진혁을 때렸지만, 사실 기대됐다.

'진혁이가 뭘 준비했을까...'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아침부터 설렜다.

'오늘... 오늘이야...'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갔다.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화장하고...

은채가 추천한 연한 핑크색 원피스를 입었다.

거울을 보니 평소보다 훨씬 예뻐 보였다.

'좋아. 준비 완료!'

시계를 보니 5시 30분.

'출발해야겠다.'

학교 앞 공원에 도착하니 6시 정각.

하지만 진혁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안 왔나?'

5분을 기다렸다.

10분을 기다렸다.

'진혁아... 어디 있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한여름."

돌아보니 류진혁이 서 있었다.

정장을 입고, 손에는 장미 꽃다발을 들고...

"진혁아..."

"메리 크리스마스, 한여름."

진혁이 꽃다발을 건넸다.

"고마워..."

"그리고... 따라와. 준비한 게 있어."

진혁이 내 손을 잡았다.

"어디로?"

"곧 알게 될 거야."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몰랐지만, 진혁과 함께라면 괜찮았다.

[15화 끝]

16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진혁이 나를 데려간 곳은 학교였다.

"학교? 왜 학교로...?"

"들어가 봐."

진혁이 교문을 열었다.

교정은 크리스마스 조명으로 가득했다.

"와..."

나무마다 반짝이는 전구들이 걸려 있었고, 길 양옆으로 촛불이 켜져 있었다.

"이게... 언제...?"

"오늘 오후에. 친구들이 도와줬어."

진혁이 내 손을 잡고 앞으로 걸었다.

촛불 길을 따라가니 운동장에 도착했다.

운동장 한가운데...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었다.

"진혁아... 이게 다 뭐야..."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

트리 아래에는 작은 테이블이 차려져 있었다.

촛불, 꽃, 그리고 음식들...

"앉아."

진혁이 의자를 빼줬다.

나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 모든 걸... 언제 준비한 거야?"

"일주일 전부터. 민우랑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어."

"고마워... 정말..."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진혁이 휴대폰으로 뭔가를 조작했다.

갑자기 운동장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축제 때 장기자랑에서 부른 노래.

"이 노래..."

"기억나지? 우리가 처음 같이 무대에 선 날."

진혁이 손을 내밀었다.

"춤출래?"

"여기서?"

"응. 우리 둘만 있잖아."

나는 진혁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서 춤을 췄다.

별빛 아래, 음악에 맞춰...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한여름."

"응?"

"너 오늘 정말 예쁘다."

"고마워..."

"아니, 항상 예쁘지만... 오늘은 특히 더."

진혁의 말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너도... 정장 입으니까 더 멋있어."

"그래?"

"응."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노래가 끝나고, 우리는 테이블에 앉았다.

"배고프지?"

"응... 조금."

진혁이 뚜껑을 열자 맛있는 음식들이 나타났다.

"이건 내가 직접 만들었어."

"진짜? 네가?"

"응. 샌드위치랑 샐러드. 간단한 거지만..."

"와... 대단한데?"

나는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있어!"

"다행이다. 걱정했는데."

"진혁아, 너 요리도 할 줄 알았어?"

"아니, 이번에 유튜브 보고 배웠어."

진혁의 솔직한 대답에 나는 웃음이 터졌다.

"고마워. 나를 위해서..."

"당연한 거지."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름아, 잠깐만."

진혁이 트리 뒤로 갔다가 작은 상자를 들고 왔다.

"이게..."

"크리스마스 선물."

진혁이 상자를 건넸다.

"고마워... 근데 나 준비 못했는데..."

"괜찮아. 네가 여기 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나는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은색 목걸이에 작은 별 펜던트.

"예쁘다..."

"뒤집어봐."

펜던트를 뒤집으니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14.5°C - Forever'

"진혁아..."

"우리 온도, 기억나지? 평생 간직하고 싶어서."

진혁이 내 뒤로 돌아가 목걸이를 채워줬다.

"어때?"

"완벽해..."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왜 울어?"

"행복해서..."

진혁이 내 눈물을 닦아줬다.

"나도 행복해. 너와 함께여서."

"여름아."

"응?"

"사실... 오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진혁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뭔데?"

"우리... 사귄 지 두 달 됐잖아."

"응."

"이 두 달 동안... 정말 행복했어."

"나도..."

"그래서 말인데..."

진혁이 잠시 망설였다.

"나... 평생 너랑 함께하고 싶어."

"응?"

"지금 당장은 아니고... 나중에, 우리가 어른이 되면..."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결혼하자."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지, 지금 프러포즈하는 거야?"

"아니... 약속? 나중에 꼭 하자는."

진혁의 진심 어린 눈빛에 나는 웃음이 났다.

"우리 아직 중학생인데?"

"알아. 근데 진심이야. 나는 너랑 평생 함께하고 싶어."

"진혁아..."

"대답 안 해도 돼. 그냥...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해서."

나는 진혁의 손을 꼭 잡았다.

"나도... 너랑 평생 함께하고 싶어."

진혁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

"응. 진심이야."

"고마워..."

진혁이 나를 안았다.

우리는 한참 동안 그렇게 있었다.

"여름아, 아직 하나 더 남았어."

"뭐?"

진혁이 다시 휴대폰을 조작했다.

갑자기 운동장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트리에 불이 켜졌다.

하지만 보통 트리가 아니었다.

전구들이... 문구를 만들고 있었다.

'한여름, 사랑해'

"진혁아..."

"보이지? 저기."

진혁이 트리를 가리켰다.

"일주일 동안 저걸 만들었어. 전구 배치하는 거 진짜 어렵더라."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는 또 눈물이 났다.

"오늘 울기만 하네?"

"행복해서 그래..."

"나도 행복해."

우리는 트리 앞에서 손을 잡고 섰다.

"사진 찍을까?"

"좋아!"

진혁이 삼각대를 꺼냈다.

"이것도 준비했어?"

"당연하지. 오늘을 기록해야지."

우리는 트리 앞에 섰다.

카메라 타이머가 작동했다.

10초, 9초, 8초...

"여름아."

"응?"

5초, 4초, 3초...

"사랑해."

2초, 1초...

찰칵-

사진이 찍혔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밤 9시.

"이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야."

"그래..."

진혁이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도와줄게."

"괜찮아. 내일 친구들이랑 치울 거야."

"그래도..."

"넌 그냥 오늘 받은 거 잘 간직해."

진혁이 내 목걸이를 가리켰다.

"응. 평생 간직할게."

학교 앞까지 걸어오는 동안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여름아."

"응?"

"오늘 정말 행복했어."

"나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

"좋아. 그럼 내 목적은 달성했네."

진혁이 웃었다.

"근데 말이야..."

"응?"

"내년에는 더 특별하게 해줄게."

"에이, 이것보다 더 특별할 수 있어?"

"있지. 내가 연구해볼게."

진혁의 자신감에 나는 웃었다.

집 앞에 도착했다.

"들어가. 추워."

"응. 오늘 정말 고마웠어."

"나야말로. 와줘서 고마워."

"당연한 거지."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여름아."

"응?"

"메리 크리스마스."

"너도. 메리 크리스마스."

진혁이 내 이마에 키스했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집에 들어가 거울을 봤다.

목에 걸린 목걸이가 반짝였다.

'14.5°C - Forever'

나는 목걸이를 만지며 미소 지었다.

오늘은 정말... 마법 같은 하루였다.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잘 들어갔어?]

[나: 응!]

[진혁: 오늘 사진 보내줄게.]

잠시 후 사진이 왔다.

트리 앞에서 우리가 웃고 있는 사진.

정말 행복해 보였다.

[나: 완벽해. 고마워, 진혁아.]

[진혁: 뭘. 나도 고마워.]

[진혁: 여름아.]

[나: 응?]

[진혁: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계속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자.]

[나: 당연하지!]

[진혁: 약속이야.]

[나: 약속!]

[진혁: 좋은 꿈 꿔. 오늘 꿈에서 봐.]

[나: 너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오늘 일어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트리, 촛불, 음악, 춤, 목걸이, 그리고 진혁의 고백...

모든 게 완벽했다.

'평생 함께하자...'

진혁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우리는 아직 어렸지만, 그 약속은 진심이었다.

나도 진혁과 평생 함께하고 싶었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송이들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는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다음 날, 학교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목격담] 어제 학교에서 본 것

어제 저녁에 학교 앞 지나가다가 봤는데, 운동장에 크리스마스트리 있고 촛불도 엄청 많았음. 그리고 진혁이랑 여름이 있었음. 완전 로맨틱했음.

댓글들이 주르륵 달렸다.

"헐 대박"

"진혁이가 준비한 거야?"

"완전 영화 같은데?"

"부럽다ㅠㅠ"

나는 얼굴을 붉히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다들 봤구나...'

하지만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진혁이 나를 위해 그렇게 준비해준 것이.

쉬는 시간, 친구들이 몰려왔다.

"여름아! 어제 진짜야?"

"응..."

"대박! 완전 로맨틱하다!"

"진혁이 정말 멋있다!"

"너희 진짜 베스트 커플이다!"

친구들의 부러움 섞인 목소리에 나는 행복했다.

"여름아."

뒤에서 진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진혁이 웃고 있었다.

"잠깐 나와볼래?"

"응."

우리는 복도로 나갔다.

"소문 봤어?"

"응... 부끄러워..."

"나도. 근데 괜찮아."

"응?"

"다들 알아도 돼.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진혁의 말에 나는 웃었다.

"너... 요즘 말이 많이 달달해졌어."

"네 영향이야."

"내 영향?"

"응. 너랑 있으면 자꾸 이런 말 하고 싶어져."

진혁이 쑥스럽게 웃었다.

"나도... 너랑 있으면 행복해."

"나도."

우리는 복도에서 손을 잡았다.

이제는 사람들 눈치 보지 않아도 됐다.

우리의 사랑을 다들 알고, 축하해주니까.

점심시간, 옥상에서 만났다.

"여름아."

"응?"

"올해도 이제 며칠 안 남았네."

"그러게. 시간 빠르다..."

"올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맞아. 우리 사귀기 시작한 것도 올해고..."

"축제도 하고, 베스트 커플도 되고..."

"크리스마스도..."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내년에는 어떤 일이 있을까?"

내 질문에 진혁이 생각에 잠겼다.

"글쎄... 뭐가 있을까?"

"중3이 되고... 고등학교 입시 준비하고..."

"그래도 우리는 계속 함께하겠지?"

"당연하지!"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계속."

"응. 계속."

우리는 약속했다.

겨울 하늘이 맑고 푸르렀다.

[16화 끝]

17화: 새해의 약속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여름아,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진혁이 물었다.

"응. 왜?"

"친구들이랑 같이 새해 맞이하려고. 너도 올래?"

"좋아!"

"은채도 부를까?"

"응! 은채한테 물어볼게!"

저녁 7시, 학교 앞 공원에서 만났다.

진혁, 민우, 그리고 농구부 친구들.

나와 은채, 그리고 반 친구들.

총 10명 정도가 모였다.

"와, 다들 왔네!"

"새해 맞이하러!"

우리는 공원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일단 음식부터 먹자!"

민우가 가방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꺼냈다.

"오! 준비성 철저하네!"

"당연하지!"

모두 둘러앉아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 뭐야?"

민우가 물었다.

"나는 축제!"

"나도!"

"축제 때 진짜 재밌었지."

"특히 진혁이 농구 경기 대박이었어."

"그리고 진혁이랑 여름이 장기자랑!"

친구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너희는?"

민우가 우리를 쳐다봤다.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나도... 축제가 제일 기억에 남아."

"나도."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알지, 알아. 너희 축제 때 사귀기 시작했으니까."

"에이..."

우리는 웃었다.

시간이 지나 밤 11시.

"이제 한 시간 남았다!"

"새해까지!"

모두 들뜨기 시작했다.

"다들 새해 소원 있어?"

은채가 물었다.

"나는 고등학교 잘 가는 거!"

"나는 키 더 크는 거!"

"나는 여자친구 생기는 거!"

친구들이 하나씩 소원을 말했다.

"여름아, 너는?"

"음... 영상 일 계속 잘하는 거?"

"좋은데!"

"진혁이 너는?"

"나는..."

진혁이 나를 쳐다봤다.

"여름이랑 계속 행복하게 사귀는 거."

"으~~"

친구들이 야유를 보냈다.

"치이는구나~"

"진혁이 완전 로맨티스트 됐네!"

진혁은 부끄러운 듯 웃었다.

밤 11시 50분.

"10분 남았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운트다운 준비!"

모두 흥분한 표정이었다.

"5분 전!"

"3분 전!"

"1분 전!"

긴장감이 고조됐다.

"30초!"

"20초!"

"10초!"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10!"

"9!"

"8!"

"7!"

"6!"

"5!"

"4!"

"3!"

"2!"

"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두가 환호했다.

진혁이 나를 안았다.

"새해 복 많이 받아."

"너도."

"올해도 잘 부탁해."

"응. 나도."

우리는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야, 너희 둘! 사진 찍자!"

민우가 카메라를 들었다.

우리는 모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하나, 둘, 셋! 치즈!"

찰칵-

새해의 첫 사진.

모두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새해 첫날, 1월 1일.

나는 늦잠을 잤다.

'어젯밤에 너무 늦게 들어와서...'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하니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진혁: 새해 복 많이 받아! 잘 잤어?]

[나: 응!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

[진혁: 오늘 오후에 만날래? 산책하면서 이야기하자.]

[나: 좋아!]

오후 2시, 공원에서 만났다.

"추워?"

"조금..."

진혁이 자기 목도리를 풀어 내 목에 둘러줬다.

"고마워."

"겨울이니까 따뜻하게 해야지."

우리는 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여름아."

"응?"

"올해 목표가 뭐야?"

"목표? 음..."

나는 잠시 생각했다.

"영상 실력 더 키우고, 성적도 올리고... 그리고..."

"그리고?"

"너랑 더 많은 추억 만들기."

내 대답에 진혁이 웃었다.

"나도 그게 목표야."

"너도?"

"응. 너랑 더 많은 시간 보내고 싶어."

"진혁아..."

"그리고 농구도 더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 가서도 주전으로 뛰고 싶어."

"할 수 있어. 넌 정말 잘하니까."

"고마워."

우리는 벤치에 앉았다.

"여름아."

"응?"

"우리... 중3 되면 더 바빠지겠지?"

"응... 입시 준비해야 하니까..."

"그래도 시간 내서 만나자."

"당연하지!"

"약속이야."

진혁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

우리는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말이야..."

"응?"

"같은 고등학교 가면 좋겠어."

진혁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같은 고등학교?"

"응.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같이 준비하자. 같은 학교 목표로."

"좋아!"

우리는 미소 지었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중학교 3학년.

"드디어 최고 학년이다!"

은채가 신나게 말했다.

"그러게. 이제 우리가 제일 선배네."

"책임감 느껴지는데?"

"맞아."

교실에 들어서니 새로운 반 배정표가 붙어 있었다.

'3학년 2반... 나는 2반이네.'

친구들을 찾아봤다.

은채... 2반.

그리고...

류진혁... 2반.

"헐! 진혁이랑 같은 반이야!"

은채가 소리쳤다.

"정말?!"

나는 다시 확인했다.

진짜였다.

'올해도 진혁이랑 같은 반이구나...'

기분이 좋았다.

개학 첫날, 교실에서 진혁을 만났다.

"여름아!"

"진혁아! 우리 또 같은 반이야!"

"응! 진짜 다행이다."

"올해도 잘 부탁해!"

"나도!"

우리는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작년처럼 진혁은 뒤쪽, 나는 중간쯤 자리.

"여름아!"

은채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은채야! 우리 셋 다 같은 반이네!"

"대박이지? 운명인가 봐!"

우리는 신나게 떠들었다.

첫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올해는 입시 준비 중요한 해입니다. 다들 열심히 하세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벌써 입시라니..."

"시간 빠르다..."

"고등학교... 어디 갈까..."

나도 고민이 됐다.

'어느 고등학교를 목표로 해야 하지?'

점심시간, 진혁과 옥상에서 만났다.

"여름아, 어느 고등학교 생각하고 있어?"

"음... 아직 정확히는... 너는?"

"나는 성일고 가려고."

"성일고?"

"응. 농구부가 강하거든. 거기 가서 계속 농구 하고 싶어."

"그렇구나..."

성일고는 우리 지역에서 가장 좋은 학교 중 하나였다.

"넌 어떤 학교 가고 싶어?"

"나도... 성일고 괜찮을 것 같아. 방송부도 있다던데."

"정말?!"

진혁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같이 준비하자!"

"응!"

그날부터 우리는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다.

방과 후, 도서관에서.

"이 문제 어떻게 푸는 거야?"

"음... 여기는 이렇게..."

서로 가르쳐주고, 함께 공부했다.

"진혁아, 잠깐 쉬자."

"좋아."

우리는 도서관 밖으로 나가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샀다.

"여름아."

"응?"

"같이 공부하니까 더 잘되는 것 같아."

"나도!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

"그치?"

우리는 웃으며 음료수를 마셨다.

일주일이 지나고, 첫 모의고사가 있었다.

"떨린다..."

"괜찮아. 잘할 수 있어."

진혁이 내 손을 꼭 쥐었다.

"고마워."

시험이 시작됐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집중하자... 할 수 있어...'

시험이 끝나고 일주일 후, 성적이 나왔다.

"여름아, 몇 등 했어?"

은채가 물었다.

"15등..."

"오! 잘했네! 작년보다 올랐잖아!"

"그래?"

"응! 진혁이는?"

"5등이래."

"역시 진혁이!"

나는 진혁에게 달려갔다.

"진혁아, 축하해!"

"고마워. 너도 잘했어! 15등이면 정말 잘한 거야."

"같이 공부한 덕분이야."

"우리 계속 이렇게 하자."

"응!"

2월이 되자 날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봄이 오나 봐."

"그러게. 이제 곧 졸업 시즌이네."

"3학년 선배들 졸업하면... 우리가 제일 선배가 되는 거지?"

"응."

교정을 걸으며 진혁이 말했다.

"여름아."

"응?"

"우리도 내년에는 졸업하는 거야."

"맞다... 벌써 그런 시기구나."

"시간 빠르다."

"정말..."

우리는 잠시 멈춰 섰다.

"진혁아."

"응?"

"졸업하고도... 우리 계속 사귈 거지?"

나의 불안한 질문에 진혁이 웃었다.

"당연하지. 크리스마스 때 뭐라고 했는데?"

"평생 함께하자..."

"맞아. 그거 진심이었어."

진혁이 내 손을 잡았다.

"졸업해도, 고등학교 가도, 대학 가도... 계속 함께야."

"...응."

나는 안심이 됐다.

그날 저녁, 집에서 창밖을 봤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었다.

'이번 겨울... 정말 특별했어.'

진혁과 함께한 첫 겨울.

크리스마스, 새해, 그리고 새 학기...

모든 게 완벽했다.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오늘도 수고했어. 공부하느라.]

[나: 너도!]

[진혁: 내일도 도서관에서 만나자.]

[나: 응! 몇 시에?]

[진혁: 4시?]

[나: 좋아!]

[진혁: 여름아.]

[나: 응?]

[진혁: 오늘 생각했는데...]

[나: 뭐?]

[진혁: 너랑 공부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해.]

[나: 나도!]

[진혁: 성일고 꼭 같이 가자.]

[나: 응! 약속!]

[진혁: 좋은 꿈 꿔. 사랑해.]

[나: 나도 사랑해.]

나는 미소 지으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올해도 진혁과 함께.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17화 끝]

18화: 봄날의 시련

3월이 되자 학교는 봄꽃으로 가득했다.

"벚꽃 예쁘다!"

"완전 포토존이네!"

학생들이 교정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카메라를 들고 벚꽃을 촬영했다.

"여름아, 여기서 찍어줘!"

은채가 벚꽃나무 아래에서 포즈를 취했다.

찰칵-

"예쁘게 나왔어!"

"고마워! 너도 찍자!"

우리는 벚꽃을 배경으로 여러 장 찍었다.

"한여름 학생."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돌아보니 강시우 선배가 서 있었다.

"선배님!"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네! 선배님은요?"

"나? 고등학교 입시 준비로 바빠. 너도 이제 곧 그렇게 될 거야."

"네..."

"진혁이랑은 잘 지내고?"

"네! 덕분에 행복해요."

시우 선배가 부드럽게 웃었다.

"다행이다. 너희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져."

"감사합니다, 선배님."

"참, 여름 학생. 한 가지 조언해줄까?"

"네?"

"입시 준비하면서... 서로 의지하되 너무 의존하지는 마. 각자의 목표도 중요하니까."

시우 선배의 진지한 눈빛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할게요."

그날 오후, 도서관에서 진혁과 공부하고 있었다.

"여름아, 이 문제 봐봐."

"응?"

진혁이 수학 문제를 가리켰다.

"이거 어떻게 푸는 거야?"

"음... 이건..."

설명하려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으..."

"여름아? 괜찮아?"

"응... 좀 피곤한가 봐..."

"너 요즘 무리하는 거 아니야? 매일 늦게까지 공부하고..."

"괜찮아. 성일고 가려면 열심히 해야지."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야."

진혁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자. 쉬어야 해."

"아니야, 괜찮아. 조금만 더..."

"안 돼. 나 말 들어."

진혁의 단호한 말에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시우 선배 말이 맞을까... 내가 진혁이한테 너무 의존하는 건 아닐까...'

요즘 나는 진혁과 함께 공부하고, 진혁의 도움으로 문제를 풀고 있었다.

'혼자서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불안감이 밀려왔다.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잘 들어갔어? 푹 쉬어.]

[나: 응. 걱정해줘서 고마워.]

[진혁: 내일은 무리하지 마. 알았지?]

[나: 응...]

[진혁: 잘 자. 사랑해.]

[나: 나도.]

다음 날, 나는 혼자 도서관에 갔다.

'오늘은 혼자 공부해보자.'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펼쳤다.

수학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혔다.

'어떻게 푸는 거였지...?'

진혁이 가르쳐준 방법을 떠올려봤지만, 잘 기억나지 않았다.

'아... 혼자서는 안 되는구나...'

좌절감이 밀려왔다.

한 시간을 고민하다가 결국 진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름아?"

"진혁아... 미안한데, 이 문제 좀 알려줄 수 있어?"

"응, 물론이지. 근데 너 혼자 도서관 있어?"

"응..."

"왜? 같이 하자고 했잖아."

"그냥... 혼자서도 해보고 싶어서..."

진혁이 잠시 침묵했다.

"여름아, 혹시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것도..."

"거짓말. 목소리 들으면 알아. 뭔가 고민 있지?"

진혁의 날카로운 지적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시우 선배가... 서로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했어."

"..."

"그래서 혼자서도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렇구나."

진혁의 목소리가 조금 어두워졌다.

"알았어. 그럼 혼자 해봐. 나는... 응원할게."

"진혁아..."

"괜찮아. 너한테 필요한 시간이니까."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멍하니 있었다.

'내가... 잘못한 건가...?'

일주일이 지났다.

나와 진혁은 전처럼 친하게 지냈지만, 뭔가 미묘한 거리감이 생겼다.

공부는 각자 했고, 만나는 시간도 줄었다.

"여름아, 요즘 진혁이랑 왜 그래?"

은채가 물었다.

"아니... 그냥..."

"거짓말. 뭔가 있잖아. 너희 요즘 같이 안 다니던데."

"각자 공부하기로 했어..."

"왜? 무슨 일 있었어?"

나는 은채에게 시우 선배의 조언과 최근 일들을 얘기했다.

"흠..."

은채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여름아, 내 생각엔..."

"응?"

"선배 말도 맞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

"그래?"

"응. 서로 의지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 그게 연애인데."

"하지만 너무 의존하면..."

"의존이랑 의지는 달라. 너는 진혁이를 의지하는 거지, 의존하는 게 아니야."

은채의 말에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진혁이도 마찬가지야. 그 애도 너를 의지하잖아."

"그렇긴 한데..."

"여름아, 솔직하게 말해봐. 진혁이랑 떨어져서 공부하니까 더 잘돼?"

"...아니."

"오히려 더 힘들지?"

"...응."

"그럼 답은 정해진 거 아니야?"

은채의 말에 나는 깨달았다.

'맞아... 나는 진혁이랑 함께할 때가 더 좋았어...'

점심시간, 나는 용기를 내서 진혁을 찾아갔다.

옥상에 진혁이 혼자 서 있었다.

"진혁아."

"여름아?"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응."

우리는 벤치에 앉았다.

"진혁아, 미안해."

"왜?"

"내가...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

나는 솔직하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다.

"시우 선배 말을 듣고, 내가 너한테 너무 의존하는 건 아닐까 걱정됐어."

"..."

"그래서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더 힘들었어."

진혁이 내 손을 잡았다.

"나도 미안해."

"왜?"

"너한테 부담 준 것 같아서. 내가 너무 많이 도와주려고 해서..."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네가 불편했다면..."

"진혁아."

나는 진혁을 똑바로 쳐다봤다.

"나는 너랑 함께할 때가 제일 좋아. 공부도, 그냥 시간 보내는 것도."

"나도..."

"우리... 다시 같이 하자. 서로 의지하면서."

진혁이 환하게 웃었다.

"좋아."

그날부터 우리는 다시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이 문제 먼저 혼자 풀어보고, 모르면 그때 물어볼게."

"좋아. 나도 그렇게 할게."

각자 먼저 시도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서로 가르쳐줬다.

"이제 균형을 찾은 것 같아."

"응. 이게 우리한테 맞는 방식인 것 같아."

4월 중순, 두 번째 모의고사가 있었다.

이번에는 나도 혼자 힘으로 많이 풀 수 있었다.

'할 수 있어... 진혁이가 가르쳐준 방법... 기억났어...'

시험이 끝나고 일주일 후, 성적이 나왔다.

"여름아! 11등 했어!"

은채가 소리쳤다.

"정말?!"

"응! 지난번보다 4등이나 올랐어!"

"대박..."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진혁이는?"

"3등이래!"

나는 진혁에게 달려갔다.

"진혁아! 축하해! 3등이래!"

"고마워. 너도 축하해! 11등 대박인데?"

"너 덕분이야."

"아니야. 네가 열심히 한 거야."

진혁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잘하고 있어."

"응!"

그날 방과 후, 우리는 교정을 걸었다.

벚꽃이 지고 신록이 자라나고 있었다.

"여름아."

"응?"

"저번 일로 우리 관계가 더 단단해진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앞으로도 이런 일 있을 거야. 우리가 다투거나, 오해하거나..."

"응..."

"하지만 그때마다 솔직하게 대화하면 되는 거지?"

진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소통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

"맞아."

우리는 손을 꼭 잡았다.

"그나저나 진혁아."

"응?"

"5월에 체육대회 있잖아."

"응. 알아."

"우리 반 응원단장 누가 할까?"

"당연히 너지!"

"나?!"

"응. 네가 제일 잘 어울려."

"에이... 부끄러운데..."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진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여름아."

"응?"

"체육대회 때 내 경기 꼭 봐줘."

"당연하지!"

"그럼 멋진 모습 보여줄게."

"기대할게!"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최근 일주일은 힘들었지만, 배운 것도 많았다.

'서로 의지하되 의존하지 않기...'

'소통의 중요성...'

'균형 찾기...'

모든 게 우리 관계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오늘 수고했어. 성적 올라서 정말 자랑스러워.]

[나: 고마워. 너도!]

[진혁: 여름아.]

[나: 응?]

[진혁: 저번 주는 좀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우리 더 가까워진 것 같아.]

[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진혁: 앞으로도 뭐든 솔직하게 말하자.]

[나: 응! 약속!]

[진혁: 사랑해.]

[나: 나도 사랑해.]

나는 미소 지으며 창밖을 봤다.

봄이 깊어가고 있었다.

우리의 사랑도 함께.

[18화 끝]

19화: 체육대회의 열기

 

5월이 되자 학교는 체육대회 준비로 분주해졌다.

"여러분, 이번 체육대회 응원단장은... 한여름 학생!"

담임 선생님의 발표에 나는 깜짝 놀랐다.

"네?!"

"다들 동의하지?"

"네!"

"여름이 잘할 것 같아요!"

반 친구들이 박수를 쳤다.

"여름아, 축하해!"

은채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 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너 축제 때도 무대 섰잖아!"

"그건... 진혁이랑 같이였는데..."

"괜찮아. 이번에도 우리가 다 도와줄게!"

친구들의 응원에 나는 용기를 냈다.

점심시간, 옥상에서 진혁에게 털어놓았다.

"응원단장... 떨려."

"괜찮아. 너 잘할 수 있어."

"정말?"

"응. 넌 생각보다 무대 체질이야."

진혁이 웃으며 말했다.

"무대 체질?"

"응. 축제 때 봤잖아. 처음엔 떨렸지만, 막상 시작하니까 완전 잘했어."

"그건... 네가 옆에 있어서..."

"이번에도 내가 있어. 관중석에서."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나만 보면 돼."

"...응."

방과 후, 응원 연습이 시작됐다.

"자, 다들 모였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응원가부터 정해야 할 것 같아요."

"작년 거 쓰면 안 돼?"

"새로운 거 하는 게 어때?"

친구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그럼... 투표로 정할까요?"

결국 새로운 응원가를 만들기로 했다.

"가사는 누가 쓸까?"

"여름이가!"

"네?! 나는..."

"여름이 글 잘 쓰잖아!"

"맞아! 영상도 잘 만들고!"

친구들의 압박에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해볼게..."

그날 밤, 책상 앞에 앉아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반을 응원하는 가사...'

'힘차고, 밝고, 모두가 함께 부를 수 있는...'

한 시간을 고민한 끝에 초안을 완성했다.

[3학년 2반 응원가]

우리는 2반 최고의 팀

하나 되어 달려가자

포기 없이 끝까지

우리가 바로 챔피언

'이 정도면... 괜찮을까?'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가사 쓰고 있어?]

[나: 응... 다 썼어.]

[진혁: 보내줄래? 확인해볼게.]

나는 가사를 보냈다.

잠시 후...

[진혁: 완벽한데? 진짜 좋아!]

[나: 정말?]

[진혁: 응! 내일 친구들한테 보여주면 다들 좋아할 거야.]

[나: 고마워... 걱정됐는데 안심됐어.]

[진혁: 넌 잘할 수 있어. 항상.]

진혁의 응원에 나는 힘이 났다.

다음 날, 가사를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와, 완전 좋은데?"

"여름이 진짜 잘 썼다!"

"이거면 1등 할 수 있겠는걸?"

친구들의 반응이 좋아서 나는 뿌듯했다.

"그럼 이제 안무를 정해야죠?"

"안무는 댄스부 있는 애들한테 부탁할까?"

"좋은 생각이다!"

우리는 댄스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안무를 만들었다.

일주일 동안 매일 방과 후 연습했다.

"하나, 둘, 셋, 넷!"

"우리는 2반 최고의 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맞춰졌다.

"완전 멋있어!"

"우리 1등 할 수 있겠는걸?"

친구들의 자신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떨렸다.

'내가... 앞에서 이끌어야 하는데...'

체육대회 전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내일...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삐- 삐-

진혁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름아, 안 자?"

"응... 잠이 안 와..."

"떨려?"

"응..."

"괜찮아. 나 말했잖아. 나만 보면 된다고."

"...응."

"그리고 말이야."

"응?"

"내일 나도 농구 경기 있어. 나도 떨려."

"너도?"

"응. 근데 네가 보고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

진혁의 말에 나는 미소 지었다.

"그럼 우리 서로 응원하자."

"좋아. 약속이야."

"응. 잘 자, 진혁아."

"너도. 내일 봐."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맞아. 진혁이도 떨리는 거야.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까...'

체육대회 당일.

운동장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각 반마다 색깔 티셔츠를 입고, 응원 도구를 들고 있었다.

"3학년 2반! 화이팅!"

우리 반은 파란색 티셔츠.

"여름아, 준비됐어?"

은채가 물었다.

"응... 떨리지만..."

"괜찮아. 우리가 다 있잖아!"

첫 번째 순서는 반별 응원전.

각 반 응원단장이 나와서 응원을 선보이는 것.

"3학년 1반!"

1반이 먼저 시작했다.

"3학년 2반!"

우리 차례가 왔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앞으로 나갔다.

마이크를 잡는 손이 떨렸다.

운동장을 둘러봤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진혁이... 어디 있지...'

관중석을 찾다가 진혁을 발견했다.

그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웃고 있었다.

'나만 보면 돼...'

나는 용기를 냈다.

"안녕하세요! 3학년 2반 응원단장 한여름입니다!"

내 목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우리 2반! 오늘 최고가 될 거예요!"

"우와아아!"

우리 반 친구들이 환호했다.

"자, 다 같이! 하나, 둘, 셋!"

음악이 시작됐다.

"우리는 2반 최고의 팀~!"

친구들이 함께 노래하고 춤췄다.

나도 앞에서 열심히 이끌었다.

처음의 떨림은 사라지고, 온몸에 에너지가 흘렀다.

'재밌다... 이거 진짜 재밌어!'

응원이 끝나자 운동장이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2반 대박!"

"여름이 완전 잘했어!"

친구들이 나를 안아줬다.

"여름아, 진짜 멋있었어!"

"완전 프로 같았어!"

칭찬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점심시간, 진혁이 내게 달려왔다.

"여름아! 완전 멋있었어!"

"정말?"

"응! 떨리는 것 같았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완전 프로였어!"

"고마워..."

"자랑스러워. 진짜."

진혁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네 경기 차례지?"

"응. 오후 2시에 농구 경기 있어."

"열심히 응원할게!"

"고마워."

오후 2시, 농구 경기가 시작됐다.

3학년 2반 대 3학년 1반.

"진혁이 화이팅!"

"2반 화이팅!"

우리 반 친구들이 열심히 응원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진혁을 촬영했다.

'이 순간도 기록해야지...'

경기가 시작됐다.

진혁은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드리블, 패스, 슛...

모든 동작이 정확했다.

"좋았어! 진혁아!"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경기는 치열했다.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점수는 45대 43.

우리 반이 2점 앞서고 있었다.

진혁이 공을 잡았다.

3점 라인에서 슛 자세를 잡았다.

'들어가라...'

나는 숨을 죽였다.

슛!

쏴아앙-

스우욱-

골인!

"으아아아악!!!"

운동장이 환호성으로 터졌다.

48대 43. 우리 반 승리!

경기가 끝나고 진혁이 내게 달려왔다.

"봤어?!"

"응! 완전 멋있었어!"

"너도! 오늘 응원 진짜 대박이었어!"

우리는 환호하며 웃었다.

"여름아."

"응?"

"우리... 오늘 진짜 멋있었지?"

"응! 서로 최고였어!"

"그치?"

진혁이 나를 안았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시상식이 있었다.

"응원상은... 3학년 2반!"

"으악! 우리가 1등이야!"

친구들이 환호했다.

나는 대표로 나가 상장을 받았다.

"축하합니다. 훌륭한 응원이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악수를 청했다.

"감사합니다!"

무대를 내려오는데 친구들이 나를 들어올렸다.

"여름이! 최고!"

"우리 응원단장!"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혁과 함께 걸었다.

"오늘 정말 완벽한 하루였어."

"응. 나도!"

"우리 둘 다 최고였지?"

"맞아!"

우리는 웃으며 손을 잡았다.

"여름아."

"응?"

"너 오늘 보면서 느낀 게 있어."

"뭐?"

"너... 정말 성장했어."

진혁의 진지한 말에 나는 그를 쳐다봤다.

"처음에는 카메라 뒤에 숨어 있던 네가,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서 있잖아."

"...그건 다 너 덕분이야."

"아니야. 네 안에 있던 용기를 네가 꺼낸 거야."

진혁의 말에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고마워, 진혁아. 항상 용기를 줘서."

"나야말로. 너도 나한테 힘이 돼."

우리는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집에 돌아와 상장을 벽에 걸었다.

'응원상...'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섰던 날.

그리고 성공한 날.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오늘 사진 보내줄게.]

사진이 여러 장 왔다.

응원하는 나, 농구하는 진혁, 그리고 함께 웃는 우리...

[나: 완벽해. 평생 간직할게.]

[진혁: 나도. 오늘 같은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

[나: 분명 그럴 거야. 우리 함께니까.]

[진혁: 맞아. 우리 함께니까.]

[진혁: 사랑해, 한여름.]

[나: 나도 사랑해, 류진혁.]

나는 미소 지으며 창밖을 봤다.

5월의 밤이 따뜻했다.

우리의 사랑처럼.

[19화 끝]

20화: 여름이 오기 전에

6월이 되자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다.

"여름이다!"

"진짜 덥다..."

학생들이 부채질을 하며 투덜거렸다.

"여름아, 네 이름 계절이네!"

은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맞아. 한여름이니까."

"완전 딱 맞는 이름이다!"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이번 시험 중요해. 고등학교 입시 반영되니까."

담임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이 긴장했다.

"열심히 준비하세요."

나와 진혁은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여름아, 이 문제 어떻게 풀었어?"

"음... 이렇게..."

우리는 서로 가르쳐주며 함께 성장했다.

시험 일주일 전.

"여름아, 너무 무리하지 마."

진혁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성일고 가려면..."

"알아. 근데 건강도 중요해."

"응..."

하지만 나는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이번 시험... 잘 봐야 해...'

시험 당일.

나는 최선을 다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시험이 끝나고 일주일 후, 성적이 나왔다.

"여름아! 8등 했어!"

은채가 소리쳤다.

"정말?!"

"응! 지난번보다 3등이나 올랐어!"

"대박..."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진혁이는?"

"1등이래!"

"헐!"

나는 진혁에게 달려갔다.

"진혁아! 1등 축하해!"

"고마워. 너도 축하해! 8등 대단한데?"

"우리... 정말 열심히 했지?"

"응. 진짜 자랑스러워."

진혁이 나를 꼭 안았다.

6월 중순.

"학생 여러분, 이제 고등학교 원서 제출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나는 고민에 빠졌다.

'성일고... 갈 수 있을까?'

성적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점심시간, 진혁과 상담했다.

"여름아, 성일고 지원할 거지?"

"응... 근데 떨려."

"왜?"

"혹시 떨어지면..."

"안 떨어져. 네 성적이면 충분해."

"정말?"

"응. 그리고 설령 떨어진다 해도..."

진혁이 내 손을 잡았다.

"우리는 계속 함께야. 같은 학교 못 가도."

"진혁아..."

"하지만 안 떨어질 거야. 우리 함께 갈 거니까."

진혁의 확신에 나는 용기를 얻었다.

"응. 지원할게. 성일고."

원서를 제출하고 며칠 후.

학교에서 진로 상담이 있었다.

"한여름 학생, 성일고 지원했네요?"

"네, 선생님."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훌륭해요."

"감사합니다."

"합격 가능성 높습니다. 자신감 가지세요."

선생님의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7월이 되자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드디어 방학이다!"

"완전 기대돼!"

학생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방학도 공부할 시간이었다.

"여름아, 방학 때도 같이 공부하자."

"응!"

우리는 매일 도서관에서 만나 공부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늘은 너무 더운데... 잠깐 쉴까?"

진혁이 제안했다.

"좋아!"

우리는 도서관을 나와 근처 카페로 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봤다.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여름아."

"응?"

"우리 사귄 지 벌써 9개월이야."

"진짜? 벌써?"

"응. 시간 빠르다."

진혁이 내 손을 잡았다.

"이 9개월... 정말 행복했어."

"나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어."

"당연하지."

우리는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여름아."

"응?"

"우리 추억 한번 돌아볼까?"

"추억?"

"응. 처음부터 지금까지."

진혁이 휴대폰을 꺼냈다.

"여기 봐."

사진들이 가득했다.

축제 때 찍은 사진, 크리스마스 사진, 체육대회 사진...

"우리...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

"그러게."

"처음 고백했을 때 기억나?"

"응... 체육관에서..."

"떨렸어. 진짜."

"나도..."

우리는 웃으며 사진들을 넘겼다.

"여름아."

"응?"

"이 사진들 보면서 느낀 게 있어."

"뭐?"

"우리... 정말 많이 성장했어. 둘 다."

진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는 카메라 뒤에 숨어 있었는데..."

"이제는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서 있잖아."

"다 너 덕분이야."

"아니야. 네 안에 있던 용기를 네가 꺼낸 거야."

8월 말.

합격자 발표 날이 다가왔다.

"떨려..."

"나도..."

진혁과 나는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같이 확인하자."

"응..."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발표 시간이었다.

"클릭할까?"

"...응."

진혁이 마우스를 클릭했다.

로딩...

로딩...

화면이 바뀌었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합격했어!!!"

우리는 소리쳤다.

"진짜?! 진짜 합격했어?!"

"응! 둘 다!"

우리는 환호하며 서로를 안았다.

"해냈어... 우리 해냈어..."

"응... 같은 학교 가게 됐어..."

우리는 눈물을 흘렸다.

행복한 눈물이었다.

그날 저녁, 학교 앞 공원에서 만났다.

"축하해, 여름아."

"너도, 진혁아."

우리는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고등학교... 기대된다."

"응. 나도."

"또 새로운 시작이네."

"맞아. 근데 이번에는..."

진혁이 내 손을 잡았다.

"우리 함께니까 괜찮아."

"응. 함께니까."

"여름아."

"응?"

"우리 처음 만난 게 언제였지?"

"중1 입학식..."

"그때부터 지금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어."

"응..."

"고백하고, 사귀고, 축제하고, 베스트 커플 되고..."

"크리스마스도 보내고, 체육대회도 하고..."

"그리고 이제 같은 고등학교도 가고."

우리는 웃었다.

"진혁아."

"응?"

"고등학교 가서도... 계속 우리 이야기 만들자."

"당연하지. 평생 만들 거야."

진혁의 확신에 찬 대답에 나는 웃었다.

"그나저나 진혁아."

"응?"

"우리 온도 기억나?"

"14.5도?"

"응. 우리가 처음 고백한 날 온도."

나는 손목의 팔찌를 만졌다.

'14.5°C - Forever'

"지금은 몇 도야?"

진혁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28도."

"완전 더워졌네."

"그러게. 계절이 바뀌었어."

"하지만..."

나는 진혁을 쳐다봤다.

"우리 온도는 변하지 않았어."

"맞아. 14.5도."

"딱 좋은 온도."

"우리에게 완벽한 온도."

우리는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여름아."

"응?"

"사랑해."

"나도 사랑해."

진혁이 나를 안았다.

여름밤의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매미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였다.

그로부터 3년 후.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우리는 여전히 함께였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서로를 응원하며...

"여름아, 영상학과 합격 축하해!"

"고마워! 너도 체육교육과 합격 축하해!"

우리는 각자의 꿈을 이루며 성장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 4년 후.

대학을 졸업한 우리는...

"한여름, 나와 결혼해줄래?"

"...응!"

약속을 지켰다.

평생 함께하기로 한 약속.

결혼식 날.

"신랑 신부 입장하겠습니다!"

우리는 손을 잡고 입장했다.

하객들이 박수를 쳤다.

"축하해!"

"행복해 보인다!"

단상에 올라 서로를 마주 봤다.

"여름아."

"응?"

"지금 온도 알아?"

진혁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몰라. 몇 도야?"

"14.5도."

"정말?"

"응. 우리 온도."

나는 웃었다.

"완벽해."

"우리처럼."

"이제 서약을 하겠습니다."

"신랑 류진혁, 신부 한여름을..."

목사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평생 사랑하고 아끼겠습니까?"

"예."

우리는 동시에 대답했다.

"이제 키스하셔도 됩니다."

진혁이 나를 안았다.

그리고 키스했다.

하객들이 환호했다.

"축하합니다!"

피로연장에서 우리의 영상이 재생됐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들...

축제, 크리스마스, 체육대회, 졸업식, 대학생활...

모든 순간이 담겨 있었다.

"우리... 정말 오래 사귀었네."

"10년이야. 벌써."

"긴 시간이었어."

"하지만 행복했어."

"나도."

우리는 손을 꼭 잡았다.

피로연이 끝나고, 우리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중학교 때 자주 가던 그 옥상.

"여기... 추억의 장소네."

"응. 처음 고백한 곳."

"점심시간마다 만나던 곳."

"우리 이야기가 시작된 곳."

우리는 벤치에 앉았다.

"여름아."

"응?"

"행복해?"

"응. 너는?"

"나도."

진혁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우리...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거야."

"응. 분명히."

"약속이야."

"응. 약속."

그날 밤.

나는 일기를 썼다.

오늘, 나는 류진혁과 결혼했다.

중학교 2학년 가을, 축제 준비를 하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10년.

많은 일이 있었다.

기쁜 일도, 힘든 일도, 설레는 일도.

하지만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진혁과 함께였으니까.

우리의 온도는 14.5도.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

우리의 사랑처럼.

완벽한 온도.

앞으로도 이 온도로

평생을 함께 걸어가고 싶다.

류진혁,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내 인생의 가장 특별한 사람이 되어줘서.

- 한여름의 일기 중에서

21화: 새로운 시작 (고등학교 1학년 봄)

3월 2일, 성일고등학교 입학식.

"여름아, 긴장돼?"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응... 엄청..."

우리는 교복을 입고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성일고등학교.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학교.

"사진 찍을까?"

"좋아!"

진혁이 휴대폰을 꺼내 셀카를 찍었다.

교문을 배경으로 웃고 있는 우리.

"완벽해. 첫 날 기념 사진."

"평생 간직할게."

강당에서 입학식이 열렸다.

"신입생 여러분, 입학을 축하합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나는 진혁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드디어... 같은 고등학교에...'

"이제 여러분은 성일고등학교의 일원입니다."

박수 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

입학식이 끝나고 반 배정이 있었다.

"나는... 1학년 3반."

"나는 1학년 5반."

우리는 다른 반이었다.

"아... 같은 반 아니네..."

"괜찮아. 같은 학교잖아."

진혁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점심시간이랑 쉬는 시간에 보면 돼."

"응..."

아쉬웠지만, 같은 학교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1학년 3반 교실에 들어갔다.

낯선 얼굴들이 가득했다.

'새로운 시작이네...'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안녕? 나는 김하은이야!"

옆자리 여학생이 밝게 인사했다.

"안녕. 나는 한여름이야."

"한여름? 이름 예쁘다!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응, 좋아!"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첫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복도로 나가니 진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아!"

"진혁아!"

"첫 수업 어땠어?"

"괜찮았어. 너는?"

"나도. 새 친구들 사귀었어?"

"응! 옆자리 애가 되게 친절해."

"다행이다."

우리는 복도 창가에 기대어 섰다.

"고등학교... 어떤 것 같아?"

"음... 중학교보다 뭔가 더 진지한 느낌?"

"그치? 나도 그렇게 느꼈어."

우리는 웃었다.

점심시간.

"여름아, 같이 밥 먹자!"

하은이가 내 팔을 잡았다.

"응, 좋아! 근데 내 남자친구도 같이 먹어도 돼?"

"남자친구?! 벌써 있어?!"

"응... 중학교 때부터..."

"헐, 대박! 당연히 같이 먹자!"

우리는 급식실로 향했다.

진혁도 친구들과 함께 오고 있었다.

"진혁아!"

"여름아! 여기!"

우리는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소개해줄게. 내 남자친구 류진혁."

"안녕하세요."

진혁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헐... 완전 잘생겼다..."

하은이가 작게 속삭였다.

"그치?"

나는 자랑스럽게 웃었다.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너희 언제부터 사귀었어?"

"중2 가을부터."

"헐, 오래됐네! 어떻게 만났어?"

"같은 반이었어. 축제 준비하면서..."

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간단히 들려줬다.

"완전 로맨틱하다! 부럽다..."

"하은이도 곧 좋은 사람 만날 거야!"

"그럴까?"

우리는 웃으며 밥을 먹었다.

방과 후.

"한여름 학생?"

담임 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네, 선생님."

"너 중학교 때 방송부였지?"

"네."

"우리 학교 방송부에서 신입 부원 모집한대. 관심 있어?"

"정말요?!"

나는 눈이 반짝였다.

"응. 네 포트폴리오 봤는데, 실력이 좋더라. 한번 가봐."

"감사합니다!"

방송부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선배들이 회의 중이었다.

"실례합니다. 신입생인데요..."

"어! 신입생! 들어와!"

한 선배가 반갑게 맞아줬다.

"이름이 뭐야?"

"한여름입니다."

"한여름? 혹시... 축제 영상 만든 한여름?"

"네?! 어떻게 아세요?"

"너 유명해! 그 영상 시 교육청에서 상 받았잖아!"

"아..."

"잘 왔어! 우리 방송부 꼭 들어와!"

선배들의 열렬한 환영에 나는 기뻤다.

저녁, 진혁과 함께 집으로 가는 길.

"방송부 가입했어?"

"응! 선배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잘했네! 네가 좋아하는 일 계속 할 수 있겠다."

"응! 진혁이 너는?"

"나는 농구부 가입했어."

"역시!"

"내일부터 연습 시작이래."

"힘들겠다..."

"괜찮아. 좋아하는 일이니까."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다.

집 앞에 도착했다.

"오늘 첫 날 어땠어?"

"좋았어. 새로운 게 많아서 설레."

"나도. 고등학교... 기대된다."

"응. 우리 앞으로 3년... 잘 보내자."

"당연하지."

진혁이 내 이마에 키스했다.

"내일 봐."

"응, 내일 봐."

집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고등학교 첫 날...'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선생님들, 새로운 환경...

모든 게 낯설었지만, 설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혁이 같은 학교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오늘 수고했어. 첫 날.]

[나: 너도!]

[진혁: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네.]

[나: 응. 떨리지만 기대돼.]

[진혁: 나도. 그리고 여름아.]

[나: 응?]

[진혁: 같은 학교 와서 정말 기뻐.]

[나: 나도. 진짜 행복해.]

[진혁: 3년 동안 잘 부탁해.]

[나: 나도 잘 부탁해!]

[진혁: 사랑해.]

[나: 나도 사랑해.]

일주일이 지났다.

학교 생활에 조금씩 적응했다.

"여름아, 오늘 방송부 회의 있지?"

하은이가 물었다.

"응. 신입생 환영회 준비한대."

"재밌겠다!"

"너도 동아리 정했어?"

"응! 나는 댄스부!"

"완전 잘 어울린다!"

우리는 웃으며 교실을 나섰다.

방송부실에서 회의가 시작됐다.

"신입생 환영회 영상을 만들 거야."

부장 선배가 말했다.

"여름아, 네가 촬영 담당할래?"

"네! 기쁘게 하겠습니다!"

"좋아! 내일부터 촬영 시작하자."

나는 카메라를 받아 들었다.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할 수 있겠구나...'

방과 후, 진혁의 농구 연습을 촬영하러 갔다.

체육관에서 농구부가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좋아, 한 번 더!"

코치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진혁은 3점 슛을 성공시켰다.

"좋았어!"

나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전히 멋있어...'

연습이 끝나고 진혁이 내게 다가왔다.

"오늘도 찍었어?"

"응. 습관이야."

"중학교 때부터 계속 찍어줬지."

"응. 앞으로도 계속 찍을 거야."

"고마워."

진혁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근데 여름아."

"응?"

"다음 주에 첫 공식 경기 있어."

"정말?!"

"응. 다른 학교랑."

"응원하러 갈게!"

"고마워. 네가 있으면 힘이 나."

다음 주, 진혁의 첫 경기 날.

나는 카메라를 들고 체육관에 갔다.

"성일고 화이팅!"

학생들이 열심히 응원했다.

경기가 시작됐다.

진혁은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역시... 프로야...'

나는 감탄하며 촬영했다.

경기는 우리 학교의 승리로 끝났다.

"으아아악!"

학생들이 환호했다.

진혁은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경기가 끝나고 진혁이 내게 왔다.

"봤어?"

"응! 완전 멋있었어!"

"고마워. 너 덕분에 잘한 것 같아."

"내가 뭘 했다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

진혁의 말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집으로 가는 길.

"진혁아."

"응?"

"고등학교 오니까 어때?"

"음... 좋아. 중학교 때보다 더 자유로운 느낌?"

"맞아. 나도 그래."

"그리고..."

진혁이 내 손을 꼭 잡았다.

"너랑 같은 학교라서 더 좋아."

"나도."

우리는 미소 지으며 걸었다.

4월이 되자 벚꽃이 피었다.

"여름아! 벚꽃 예쁘다!"

하은이가 소리쳤다.

"진짜 예쁘다!"

교정이 온통 핑크빛이었다.

"사진 찍자!"

우리는 벚꽃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점심시간, 진혁과 벚꽃나무 아래에서 만났다.

"여기 예쁘다."

"응. 우리 중학교 때도 벚꽃 아래에서 사진 찍었었지."

"기억나. 입학식 날."

진혁이 웃었다.

"그때부터 너를 봤어. 벚꽃 사진 찍던 너를."

"알아. 말해줬잖아."

"응. 그때부터 좋아했어."

"나는 중2 가을에 반했지만... 너는 더 오래 좋아했네."

"그러게. 나 인내심 대단하지?"

진혁의 장난에 나는 웃었다.

"여름아."

"응?"

"우리 고등학교에서도 많은 추억 만들자."

"당연하지!"

"축제도 하고, 체육대회도 하고..."

"그리고 졸업도 하고..."

"응. 함께."

우리는 벚꽃 아래에서 손을 잡았다.

꽃잎이 바람에 흩날렸다.

마치 축복하듯.

5월, 첫 중간고사.

"떨려..."

"괜찮아. 우리 열심히 준비했잖아."

진혁이 나를 격려했다.

"응..."

시험을 봤다.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최선을 다했다.

일주일 후, 성적이 나왔다.

"여름아! 전교 15등!"

하은이가 소리쳤다.

"정말?!"

"응! 대박이야!"

"진혁이는?"

"전교 3등이래!"

나는 진혁을 찾아갔다.

"진혁아! 3등 축하해!"

"고마워. 너도 15등 대단해!"

"우리... 고등학교에서도 잘하고 있는 거 맞지?"

"응. 분명히."

저녁, 공원을 산책했다.

"여름아."

"응?"

"고등학교 와서 두 달 됐네."

"벌써?"

"응. 시간 빠르다."

"정말..."

"이 속도면 금방 졸업하겠는걸?"

"그러게..."

우리는 벤치에 앉았다.

"여름아."

"응?"

"우리 사귄 지 이제 거의 1년이야."

"맞다... 10월이면 1년이네..."

"뭔가 특별한 거 해야 할 것 같은데."

"음... 뭐 하지?"

"생각해볼게. 깜짝 놀래킬 거야."

진혁의 장난스러운 표정에 나는 웃었다.

"기대할게."

집에 돌아와 일기를 썼다.

*고등학교에 온 지 두 달.

새로운 환경,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도전들.

모든 게 낯설지만 설레.

그리고 무엇보다...

진혁이가 같은 학교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매일이 특별해.

중학교 때 우리는 많은 걸 겪었어.

첫 만남, 첫 고백, 첫 축제...

그리고 이제 고등학교에서

또 다른 '처음'들을 만들어가고 있어.

앞으로 남은 3년.

아니, 평생.

진혁과 함께 걸어가고 싶어.

우리의 온도, 14.5도처럼

딱 좋은 관계로.*

삐- 삐-

진혁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진혁: 자기 전에 한마디.]

[나: 응?]

[진혁: 고등학교 와서 더 행복해.]

[나: 나도!]

[진혁: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나: 응. 계속.]

[진혁: 사랑해, 한여름.]

[나: 나도 사랑해, 류진혁.]

나는 미소 지으며 불을 껐다.

창밖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고등학교의 봄.

우리의 새로운 시작.

[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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