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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소설

너를 쫓는 이유_02 : 하이틴로멘스

breathinghappiness 2025. 11. 13. 09:57

너를 쫓는 이유_02

8화

과거의 영상

“야, 이거 봐.”

누군가가 도현의 휴대폰을 돌려보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어린 다은이 CF 속에서 울고 있었다.

“진짜 서다은이잖아!”

“와, 대박. 왜 그런 걸 숨겼대?”

교실 안은 순식간에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다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꽂혔다.

“그거 꺼.”

“아, 미안. 근데 진짜 네가—”

“꺼!”

그녀의 눈빛은 울 듯이 떨렸다.

지운은 뛰어와 도현의 폰을 잡았다.

“너 미쳤어? 왜 이런 걸 퍼뜨려?”

“재밌잖아. 진실인데 뭐.”

“진실이 상처가 되면, 그건 그냥 폭력이야.”

지운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

교실은 고요해졌다.

다은은 아무 말 없이 가방을 메고 나갔다.

지운은 그대로 뒤를 따라나섰다.

복도 끝, 창문 앞에서 다은이 울고 있었다.

“미안해. 내가 막았어야 했는데.”

“괜찮아. 익숙하니까.”

“그런 말 하지 마.”

지운은 손수건을 내밀었다.

“넌… 도망치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거야.”

다은은 고개를 떨구며 손수건을 꼭 쥐었다.

9화

교실의 침묵

그날 이후, 교실은 싸늘해졌다.

다은이 지나가면 속삭임이 따라붙었다.

“연예인 병이래.”

“자기 잘난 줄 아나 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운은 점점 화가 났다.

“왜 아무 말 안 해?”

“내가 말해봤자 달라질 거 없으니까.”

“그래도 네 편이 있잖아.”

“누가? 너?”

“응. 나.”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운아, 네가 내 편이라 해도, 세상은 안 바뀌어.”

“그럼 내가 세상을 바꿀게.”

다은은 잠시 말을 잃었다.

“너, 그런 말 아무한테나 하지 마.”

“난 아무한테나 하는 말 아니야.”

그날 하교길, 지운은 일부러 다은보다 먼저 가서, 학교 앞 괴상한 낙서를 지웠다.

‘서아린 OUT’

그 문구 위에, 그는 큼지막하게 썼다.

“서다은, 환영해.”

다음 날 아침, 그 문구를 본 다은은 말없이 웃었다.

그 웃음은 작았지만, 지운은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10화

비밀의 편지

그날 오후, 지운의 책상 위에 흰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그 애를 쫓지 마. 다칠 거야.’

글씨는 둔탁하고 급하게 쓴 흔적이 있었다.

지운은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은을 찾았다.

“혹시, 이거 네가 쓴 거야?”

“뭐야 그게?”

“몰라. 누가 내 책상에 놨어.”

다은은 잠시 편지를 보더니 얼굴이 굳었다.

“…지운아, 부탁이야. 진짜로 나 쫓지 마.”

“왜? 무슨 일 있어?”

“그냥 그래. 나랑 엮이면… 네가 상처 받아.”

“그럼 도망치면 돼?”

“그래. 그게 나한테도 너한테도 좋아.”

지운은 조용히 웃었다.

“그럼 난 반대로 할래. 도망치는 네 뒤를 쫓을 거야.”

“진짜 왜 이래…”

“그게 나니까.”

다은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다은의 노트 한 장이 찢겨 있었다.

‘추노 — 쫓는 사람의 마음이 가장 아프다.’

11화

다은의 눈물

밤하늘은 유난히 흐렸다.

지운은 교문을 나서다 옥상 불빛이 켜진 걸 보았다.

‘저 시간에 누가 있지?’

그는 조용히 계단을 올랐다.

옥상 난간에 다은이 있었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서다은.”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지운아, 넌 왜 이렇게 끈질겨?”

“넌 왜 이렇게 자꾸 도망쳐?”

“도망치는 게 아니라, 그냥 숨고 싶은 거야.”

“숨으면 숨을수록, 찾고 싶은 사람이 생겨.”

다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

누구한테 미움도, 관심도 안 받는 그런 평범함.

근데 사람들은 나를 놓아주질 않아.”

지운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그럼 내가 지켜줄게.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넌 못 지켜. 너도 다칠 거야.”

“그럼 같이 다치면 돼.”

잠시 침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운은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르겠다.”

다은이 웃으며 대답했다.

“둘 다겠지.”

12화

 

추노의 노트

역사 시간, 선생님이 말했다.

“오늘은 ‘추노’, 즉 조선시대 도망친 노비를 잡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보자.”

지운은 갑자기 귀를 쫑긋 세웠다.

선생님이 계속 말했다.

“쫓는 자도, 도망치는 자도 결국 자유를 갈망했다. 그게 인간이야.”

그 말에 지운은 노트를 폈다.

그리고 제목을 적었다.

‘추노 — 쫓는다는 건, 잃은 마음을 찾는 일.’

그 옆자리에서 다은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거, 멋있다.”

“나한테 한 말이야?”

“응. 네가 쓰는 말치곤 진지해서.”

“고마워. 근데 그거 너한테 쓴 말이야.”

다은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뭐?”

“너 쫓는 게, 그냥 장난 아니야. 진심이야.”

교실 뒤쪽에서 도현이 조용히 그 대화를 지켜봤다.

그의 손엔 공책이 쥐어져 있었다.

‘한지운 = 서다은’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13화

닮은 이야기

점심시간, 도서관의 햇살이 따스했다.

다은이 조용히 창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지운이 다가와 살짝 말했다.

“뭐 읽어?”

“<추노> 각색 연극 대본이래.”

“우리 학교 축제에서 하려는 거?”

“응. 선생님이 해보래. 나보고 주인공 하래.”

“잘됐네.”

“근데… 난 쫓기는 역할이래.”

지운은 웃었다.

“딱이네.”

“뭐가?”

“너, 현실에서도 쫓기잖아.”

“그럼 넌 추노꾼이야?”

“그럴지도.”

“그럼 마지막엔 날 잡아?”

“아니. 잡으면 네가 사라질 것 같아.”

“그럼?”

“그냥, 같이 도망칠래.”

다은은 웃었다.

“그 대사, 연극에서 써도 되겠다.”

“그럼 나 대본 공동작가 시켜줘.”

“생각해볼게.”

그날, 두 사람은 도서관 한 구석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책 냄새와 햇빛 사이, 어색한 침묵이 따뜻했다.

14화

도현의 질투

운동장 한쪽에서 도현은 농구공을 세게 던졌다.

‘서다은, 한지운… 둘 다 웃기네.’

하율이 다가와 물었다.

“너, 요즘 표정이 왜 그래?”

“아니, 그냥.”

“그냥 아니지. 혹시 다은이 좋아하냐?”

도현은 고개를 돌렸다.

“누가 그 따위 애를 좋아해.”

하지만 그날 오후, 도현은 다은에게 일부러 말을 걸었다.

“서다은, 너 연극 한다며. 나도 무대 도와줄까?”

“괜찮아. 나 혼자 할 수 있어.”

“그럼 무대 뒤에서라도 볼게.”

지운이 그 장면을 멀리서 봤다.

묘하게 불편했다.

그날 저녁, 단체 채팅방에 이상한 글이 올라왔다.

‘누군가 다은이랑 지운이 사귄대 ㅋㅋ’

순식간에 댓글이 달렸다.

지운은 휴대폰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추노는 항상 험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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