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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도둑, 학교를 흔들다


제16회: 학생회장의 첫걸음
월요일 아침, 민준은 학생회장 배지를 달고 학교에 갔다.
가슴에 달린 작은 배지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회장님!"
복도에서 학생들이 인사했다.
"안녕!"
민준은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회장님이라니... 아직도 적응이 안 돼.'
학생회실에 도착하자 서윤이 기다리고 있었다.
"축하해, 회장님!"
"그만해, 서윤아. 너는 그냥 민준이라고 불러."
"안 돼. 학교에서는 회장님이야. 나는 부회장이고."
서윤이 웃으며 자기 배지를 가리켰다.
민준이 당선되면서 서윤은 자동으로 부회장이 됐다.
"그래도 둘이 있을 때는..."
"둘이 있을 때는 그냥 민준이지."
서윤이 민준의 손을 잡았다.
"우리 함께 잘해보자."
"응!"
첫 학생회 임원 회의.
회장 민준, 부회장 서윤, 그리고 각 부서 임원들이 모였다.
총무부장 김태오, 홍보부장 박지민, 그리고 다른 임원 다섯 명.
"첫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민준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공약 실천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민준은 준비한 자료를 나눠줬다.
"첫 번째 공약, 투명한 학생회비 운영. 매달 말일, 사용 내역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겠습니다."
"두 번째, 학생 의견 수렴 시스템. 온라인 건의함을 만들어서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게 하겠습니다."
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 급식 질 개선. 학생 대표로 구성된 급식 모니터링단을 만들겠습니다."
"네 번째, 학교 폭력 제로. 익명 신고 시스템과 또래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아리 예산 확대. 학생회비 중 30%를 동아리 활동비로 배정하겠습니다."
박수가 터졌다.
"완벽한 계획이에요!"
한 임원이 말했다.
"그런데 이걸 다 하려면 선생님들 허락이 필요한데..."
"선생님들은 제가 설득할게요."
민준이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는 할 수 있어요. 함께라면!"
점심시간, 민준은 교장실을 찾아갔다.
"들어오세요."
교장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며 맞아줬다.
"우리 새 학생회장, 무슨 일로 왔나?"
"공약 실천을 위해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민준은 준비한 제안서를 내밀었다.
교장 선생님은 서류를 꼼꼼히 읽었다.
"흠... 온라인 건의함, 급식 모니터링단, 익명 신고 시스템..."
교장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 승인하지."
"정말요?!"
"물론이야. 자네가 이사장 비리를 밝혀낸 덕분에 학교가 개혁되고 있어. 이 정도는 당연히 지원해야지."
민준은 감격했다.
"감사합니다, 교장선생님!"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네."
"뭔가요?"
"매달 한 번, 학생회에서 보고서를 제출해주게. 투명하게 운영되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당연하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민준은 기쁜 마음으로 교장실을 나왔다.
방과 후, 학생회실.
민준은 임원들과 함께 온라인 건의함을 만들었다.
지민이 디자인을 맡았다.
"이렇게 하면 어때? 익명으로도 글을 쓸 수 있고, 실명으로도 가능하게."
"좋아! 그리고 카테고리도 나누자. 급식, 시설, 수업, 학교생활 이렇게."
태오가 제안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건의를 선정해서 학생회에서 검토하는 거야."
서윤이 정리했다.
"완벽해!"
세 시간 만에 온라인 건의함이 완성됐다.
다음 날,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가 올라갔다.
'학생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 온라인 건의함 오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날 100개가 넘는 건의가 올라왔다.
"체육관 농구대가 망가졌어요. 수리해주세요."
"3층 여자 화장실 휴지가 항상 부족해요."
"급식에 과일 좀 더 자주 나왔으면 좋겠어요."
"도서관 개방 시간을 늘려주세요."
민준은 하나하나 읽으며 메모했다.
"이거 다 해결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는데..."
"천천히 하자. 하나씩 해결해가는 거야."
서윤이 격려했다.
첫 주말, 민준은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건의를 해결하기로 했다.
'3층 여자 화장실 휴지 부족 문제'
민준은 행정실을 찾아가 담당 선생님과 상담했다.
"화장실 휴지 예산이 부족한가요?"
"아니, 예산은 충분해. 근데 업체에서 배송을 자주 안 해주는 게 문제야."
"그럼 업체를 바꾸면 안 될까요?"
"계약이 남아있어서..."
"제가 업체에 직접 연락해보겠습니다."
민준은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OO중학교 학생회장 홍민준입니다. 화장실 용품 배송 관련해서 상담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학생이라고 무시하는 듯했지만, 민준은 끈질기게 설득했다.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주 2회 배송이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월 1회만 오시잖아요."
"계약 위반이면 다른 업체로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업체에서 사과하고 정기 배송을 약속했다.
"해결했어!"
민준은 학생회실로 돌아와 온라인 건의함에 답글을 달았다.
'건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업체와 협의하여 이번 주부터 정기 배송이 시작됩니다. - 학생회장 홍민준'
댓글이 달렸다.
"대박! 진짜 해결했네!"
"역시 민준이!"
"학생회가 일을 하네요!"
민준은 뿌듯했다.
'이게 학생회장의 일이구나.'
화요일, 첫 전체 학생회의가 열렸다.
각 반 대표 30명이 모였다.
"안녕하세요, 학생회장 홍민준입니다."
민준이 회의를 시작했다.
"오늘은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각 반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뭔지 말씀해주세요."
1학년 대표가 손을 들었다.
"1학년 교실 냉난방이 잘 안 됩니다.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요."
민준이 메모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다음?"
2학년 대표가 말했다.
"급식 배식 시간이 너무 짧아요. 뒤에 줄 선 학생들은 먹을 시간이 별로 없어요."
"좋은 지적입니다. 급식실에 건의하겠습니다."
3학년 대표도 의견을 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간식 자판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배고플 때가 많거든요."
"검토해보겠습니다."
회의는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민준의 노트는 학생들의 의견으로 가득 찼다.
"오늘 나온 의견들은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해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요일 저녁, 민준은 지쳐서 집에 돌아왔다.
"오빠, 괜찮아? 얼굴이 안 좋아."
동생이 걱정했다.
"응... 좀 피곤해."
"밥 먹어. 엄마가 오빠 좋아하는 김치찌개 끓이셨어."
민준은 밥을 먹으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 학생회장이라는 게...'
모든 학생의 의견을 듣고, 해결하고, 보고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친구들과도 시간을 보내야 하고...
핸드폰이 울렸다. 서윤이었다.
"민준아, 괜찮아? 오늘 너무 피곤해 보였어."
"응... 솔직히 벅차."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업무를 좀 나눠서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
"어떻게?"
"각 부서별로 책임자를 정하는 거야. 급식은 지민이, 시설은 태오, 학교생활은 내가. 이렇게 분담하면 네 부담이 줄어들 거야."
민준은 감동했다.
"고마워, 서윤아. 정말 네가 없었으면..."
"괜찮아. 우리 함께 하는 거잖아."
전화를 끊고 민준은 미소 지었다.
'맞아. 나 혼자가 아니야.'
목요일, 민준은 업무를 분담했다.
각 임원들에게 책임 영역을 맡겼다.
"지민아, 급식 관련은 네가 맡아줄래? 급식실 선생님이랑 협의하고."
"좋아!"
"태오야, 시설 관련은 네가 해줘. 행정실이랑 소통하면서."
"오케이!"
"서윤아, 너는 학교생활 전반을 담당해줘. 학교 폭력 예방이랑 상담 프로그램까지."
"알겠어!"
업무를 나누자 훨씬 수월해졌다.
민준은 전체를 총괄하고, 각 부서는 세부 사항을 처리했다.
'이게 진짜 팀워크구나.'
금요일, 민준은 교장실에 첫 보고서를 제출했다.
"일주일간의 학생회 활동 보고서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보고서를 읽으며 감탄했다.
"온라인 건의함 100건 접수, 화장실 용품 배송 개선, 전체 학생회의 개최..."
"일주일 만에 이렇게 많은 일을 했나?"
"혼자 한 게 아니라 다같이 했습니다."
민준이 겸손하게 말했다.
교장 선생님이 웃었다.
"역시 자네를 회장으로 뽑은 게 정답이었어. 계속 이렇게 잘해주게."
"감사합니다!"
주말, 함께 팀은 서윤의 집에 모였다.
"한 주 수고했어!"
서윤이 피자를 주문했다.
"진짜 미친 한 주였어."
태오가 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근데 뿌듯하다. 우리가 진짜 학교를 바꾸고 있잖아."
지민이 웃었다.
"맞아. 학생들 반응도 좋고."
민준은 친구들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너희들 없었으면 못 했을 거야. 진짜 고마워."
"우리가 고맙지. 네가 회장 되는 바람에 우리도 같이 일할 수 있잖아."
네 사람은 웃으며 피자를 나눠 먹었다.
창밖으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새로운 시작의 첫 주가 끝났다.
하지만 민준은 몰랐다.
더 큰 시련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제17회: 예산 전쟁
월요일 아침, 민준은 행정실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학생회 예산이 삭감됐다고요?"
행정실 담당 선생님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다, 민준아. 교육청에서 예산을 줄였어. 전체적으로 15% 감축이야."
"15%면... 거의 5백만 원인데요!"
민준은 당황했다.
동아리 예산 확대 공약을 어떻게 지키나...
학생회실로 돌아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예산이 삭감됐어. 5백만 원."
임원들의 얼굴이 굳었다.
"그럼 동아리 지원은?"
"공약 실천이 어렵겠는데..."
서윤이 침착하게 말했다.
"일단 우선순위를 정하자. 꼭 필요한 것부터 배정하고."
"하지만 모든 게 필요한데..."
민준은 머리가 아팠다.
급식 모니터링, 익명 신고 시스템, 동아리 지원, 학생 복지...
모든 공약에 예산이 필요했다.
"회의를 열자. 투명하게 학생들에게 알리고, 함께 결정하자."
지민이 제안했다.
"좋은 생각이야!"
수요일, 긴급 전체 학생회의.
각 반 대표들 앞에서 민준이 상황을 설명했다.
"학생회 예산이 5백만 원 삭감됐습니다. 따라서 모든 공약을 100% 실천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그래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할까요?"
1학년 대표가 손을 들었다.
"동아리 지원이 가장 중요해요. 우리가 제일 기대했던 건데..."
2학년 대표가 반박했다.
"아니에요. 급식 개선이 먼저예요. 매일 먹는 건데 질이 너무 안 좋아요."
3학년 대표도 의견을 냈다.
"학교 폭력 예방이 최우선이에요. 안전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의견이 분분했다.
민준은 모든 의견을 경청했다.
"투표로 정하는 게 어떨까요?"
서윤이 제안했다.
"각 공약별로 우선순위를 투표하고, 그 결과대로 예산을 배정하는 거예요."
"좋은 방법이네요!"
학생들이 동의했다.
다음 날, 전교생 투표가 진행됐다.
'학생회 예산 우선순위 투표'
1순위: 학교 폭력 예방 (32%)
2순위: 급식 질 개선 (28%)
3순위: 동아리 지원 (25%)
4순위: 시설 개선 (15%)
결과가 나왔다.
민준은 이 결과대로 예산을 재편성했다.
학교 폭력 예방에 40%, 급식 개선에 30%, 동아리 지원에 20%, 시설 개선에 10%.
"동아리 지원이 공약보다 줄어들었지만... 학생들이 선택한 거니까."
민준은 아쉬웠지만 받아들였다.
금요일, 동아리 연합회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회장님! 약속이 다르잖아요!"
밴드부 부장이 소리쳤다.
"30% 지원한다고 했는데 20%밖에 안 돼요!"
"죄송합니다. 예산 삭감 때문에..."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니에요! 공약은 지켜야죠!"
미술부, 댄스부, 과학부... 여러 동아리 부장들이 모여 항의했다.
민준은 난감했다.
"여러분, 이해해주세요. 전교생 투표로 결정된 사항이에요."
"투표가 뭐가 중요해요! 회장님이 결정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면 안 돼요."
서윤이 끼어들었다.
"학생회는 독재가 아니에요. 모든 학생의 의견을 반영해야 해요."
"그럼 우리 동아리는 어떡하라고요?!"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민준은 깊은 숨을 쉬었다.
"제가...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언제요?"
"일주일만 시간을 주세요."
동아리 부장들은 불만스러웠지만 물러갔다.
주말, 민준은 골머리를 앓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윤아, 어떡하지?"
"후원금을 모으는 건 어때?"
"후원금?"
"응. 학부모님들이나 지역 사회에서 후원받는 거야."
민준의 눈이 반짝였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거야. 직접 찾아가서 설득해야 해."
"할 수 있어. 해야 해."
민준은 결심했다.
월요일부터 민준은 방과 후마다 후원 요청을 다녔다.
먼저 학부모회를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학생회장 홍민준입니다."
학부모회장님이 반갑게 맞아줬다.
"어서 와. 무슨 일이니?"
민준은 상황을 설명하고 후원을 요청했다.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꿈을 키우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학부모회장님이 고민했다.
"우리도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데..."
"소액이라도 괜찮습니다. 100만 원만 후원해주시면 동아리들이 큰 도움을 받을 거예요."
결국 학부모회에서 50만 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지역 상인회를 찾아갔다.
학교 앞 문구점, 분식집, 편의점 주인들을 만났다.
"저희 학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죠. 학생들의 꿈을 위해 작은 후원 부탁드립니다."
상인회에서 30만 원을 모아줬다.
동문회도 찾아갔다.
졸업생들의 모임인 동문회는 학교에 애정이 많았다.
"우리 후배들을 위해서라면!"
동문회에서 70만 원을 후원했다.
일주일 만에 총 150만 원을 모았다.
다음 주 금요일, 동아리 연합회를 다시 소집했다.
"여러분,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민준이 환하게 웃었다.
"후원금 150만 원을 모았습니다. 이걸 동아리 지원에 추가하겠습니다."
동아리 부장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요?!"
"어떻게 모은 거예요?"
"학부모회, 상인회, 동문회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민준은 영수증과 후원 명단을 보여줬다.
"모든 후원금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동아리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하겠습니다."
동아리 부장들이 박수를 쳤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민준은 뿌듯했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어.'
그날 저녁, 함께 팀은 치킨을 먹으며 축하했다.
"대박! 150만 원이나 모았어?"
태오가 감탄했다.
"민준이 혼자 발로 뛰어다녔어. 정말 대단해."
지민이 칭찬했다.
서윤이 민준의 손을 잡았다.
"자랑스러워.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았잖아."
민준은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너희들 덕분이야. 서윤이가 아이디어 줬잖아."
"우리가 팀이니까!"
네 사람은 치킨을 먹으며 다음 계획을 세웠다.
"이제 급식 개선에 집중하자."
지민이 노트를 펼쳤다.
"급식 모니터링단을 구성하고, 매주 급식 만족도 조사를 해야 해."
"영양사 선생님이랑 정기 회의도 필요하고."
"학생들 Human: 계속계속 써줘1월 16일정의의 도둑, 학교를 흔들다 (계속)
제17회: 예산 전쟁 (계속)
"학생들이 원하는 메뉴도 조사해야 해. 설문 조사 한번 돌려볼까?"
태오가 제안했다.
"좋아! 내가 설문지 만들게."
네 사람은 밤늦게까지 계획을 짜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민준은 집에 도착해 침대에 누웠다.
'힘들지만... 보람 있어.'
학생회장이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
하지만 학생들의 미소를 볼 때마다, 문제가 해결될 때마다, 민준은 행복을 느꼈다.
'이게 진짜 리더구나.'
하지만 다음 날, 새로운 문제가 터졌다.
학교 SNS에 익명 게시글이 올라왔다.
'학생회장 홍민준, 후원금 사적 유용 의혹'
글에는 민준이 모은 후원금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후원금 150만 원 중 20만 원이 사라졌다"
"영수증이 조작됐다"
"민준이 친구들한테 나눠줬다"
완전히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댓글은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역시 믿을 수 없었어"
"권력은 사람을 바꾸나 봐"
"실망이야"
민준은 충격에 빠졌다.
"이게 무슨..."
서윤에게 긴급 전화를 걸었다.
"서윤아! SNS 봤어?"
"봤어. 완전 거짓말이잖아!"
"누가 이런 짓을..."
"진정해. 우리 증거가 있잖아. 모든 영수증이랑 후원 내역."
"맞아... 그래도 이미 소문이 퍼졌어."
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 해명 자료 만들자. 지금 당장!"
일요일 밤, 함께 팀은 긴급 회의를 했다.
"일단 모든 증거를 정리하자."
서윤이 노트북을 열었다.
"후원금 입금 내역, 영수증 원본, 사용 내역서. 다 있어."
"사진도 찍어놨어. 학부모회장님, 상인회장님 만난 것도."
지민이 핸드폰을 보여줬다.
"이걸 다 공개하면 거짓말이라는 게 증명돼."
태오가 말했다.
"하지만 누가 이런 글을 올렸을까?"
민준이 의문을 제기했다.
"IP 추적해볼까?"
"학교 SNS는 익명이라서 추적 어려워."
네 사람은 고민에 빠졌다.
"일단 해명이 먼저야. 범인은 나중에 찾자."
서윤이 결론을 내렸다.
월요일 아침, 민준은 학교 SNS에 해명 글을 올렸다.
'후원금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한 해명'
글에는 모든 증거를 첨부했다.
입금 내역, 영수증, 사용 명세서, 그리고 후원자들의 인증 사진까지.
"모든 후원금은 투명하게 사용됐습니다."
"한 푼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거짓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양심에 따라 사과해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증거가 확실하네"
"역시 민준이는 깨끗해"
"누가 거짓말을 퍼뜨린 거야?"
분위기가 반전됐다.
하지만 민준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점심시간, 민준은 복도를 걷다가 수상한 대화를 엿듣게 됐다.
"작전 실패했어. 민준이가 증거를 다 제시했어."
"젠장... 다음엔 더 확실한 증거를 만들어야 해."
민준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모퉁이에서 3학년 학생 두 명이 대화하고 있었다.
민준은 그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강우진의 친구들이었다.
'설마... 우진이가?'
민준은 당황했다.
우진이와는 화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방과 후, 민준은 강우진을 찾아갔다.
"우진아, 얘기 좀 하자."
"무슨 일이야?"
"너... 후원금 의혹 거짓말 퍼뜨린 거 네 친구들이야?"
강우진의 표정이 굳었다.
"...어떻게 알았어?"
"복도에서 우연히 들었어. 왜 그랬어? 우리 화해했잖아."
강우진이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솔직히 말할게."
그는 벤치에 앉으며 말했다.
"나는 명령한 게 아니야. 내 친구들이 나 때문에 화가 나서 멋대로 한 거야."
"뭐?"
"너 때문에 내가 정학당하고, 우리 아버지가 감옥 가고... 내 친구들이 그걸 용서 못 해."
강우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말렸어. 이제 그만하자고. 민준이랑 화해했다고. 근데..."
"근데?"
"걔네가 안 들었어. 오히려 나를 배신자라고 욕했어."
민준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우진아..."
"미안해, 민준아. 내가 내 친구들을 제대로 컨트롤 못 했어."
강우진이 고개를 숙였다.
민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우진아, 네 친구들이 다시 이런 짓 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알아. 내가 확실히 말할게."
"그리고..."
민준이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여전히 화해한 사이야. 네 잘못이 아니니까."
강우진은 민준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그날 저녁, 강우진은 친구들을 불렀다.
"너희, 민준이한테 더 이상 손대지 마."
"왜? 우진이 너 때문에..."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할 거야. 너희가 나서지 마."
강우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민준이는 잘못 없어. 우리 아버지가 비리를 저질렀고, 민준이는 그걸 밝혔을 뿐이야."
친구들이 반발했다.
"그래도 네 편을 들어야지!"
"친구라면!"
"친구라면..."
강우진이 친구들을 똑바로 쳐다봤다.
"친구라면 내 말을 들어줘. 이제 그만하자. 복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해."
친구들은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강우진의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화요일, 학교는 평온을 되찾았다.
후원금 의혹은 완전히 해명됐고, 민준의 신뢰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역시 민준이는 깨끗해!"
"투명하게 다 공개하는 거 봐!"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민준은 학생회실에서 다음 계획을 세웠다.
"이제 급식 개선에 집중하자."
지민이 급식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생 1,247명 중 823명이 응답했어요."
"급식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8점."
"가장 불만인 점은 '양이 적다' 45%, '맛이 없다' 35%, '메뉴가 반복된다' 20%."
"원하는 개선 사항은 '고기반찬 증가' 60%, '과일 제공' 25%, '간식 제공' 15%."
민준은 메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양사 선생님이랑 회의 잡자. 이 데이터 기반으로 협의하면 개선할 수 있을 거야."
수요일, 민준과 서윤은 영양사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 학생들 의견을 들어봤는데요..."
민준이 조사 결과를 보여드렸다.
영양사 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의견은 이해하는데... 예산이 문제야."
"예산이요?"
"응. 급식비가 정해져 있거든. 고기를 더 주려면 다른 걸 줄여야 해."
"그럼 메뉴 구성을 바꾸면 어떨까요?"
서윤이 제안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를 많이 주는 '스페셜 데이'로 만들고, 다른 날은 영양은 유지하되 저렴한 재료를 쓰는 거예요."
영양사 선생님이 생각했다.
"그것도 방법이네. 학생들이 특별한 날을 기대하게 만들고."
"그리고 과일은 제철 과일로 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신선해요."
지민이 조사한 자료를 보여줬다.
"5월에는 딸기, 6월에는 수박 이런 식으로요."
"좋은 아이디어네! 해보자."
영양사 선생님이 동의했다.
"다음 주부터 시범 운영해볼게. 학생회에서 모니터링 부탁해."
"감사합니다!"
목요일, 학교 폭력 예방 프로그램도 시작됐다.
서윤이 주도해서 '또래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각 학년별로 상담 봉사자 10명씩, 총 30명을 모집했다.
"또래 상담이란 친구들끼리 고민을 나누고 도와주는 거예요."
서윤이 설명회에서 발표했다.
"선생님한테 말하기 부담스러운 일, 부모님한테 말하기 어려운 일... 또래 친구들한테는 편하게 말할 수 있잖아요."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담 내용은 100% 비밀 보장됩니다. 그리고 심각한 경우에는 전문 상담 선생님께 연결해드려요."
30명의 또래 상담사가 선발됐다.
그들은 주말에 4시간씩 상담 교육을 받았다.
경청하는 법, 공감하는 법, 조언하는 법...
"여러분은 이제 학교의 치유자예요."
서윤이 수료증을 나눠주며 말했다.
"친구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해주세요."
상담사들이 박수를 쳤다.
금요일, 한 주를 마무리하는 학생회 회의.
"이번 주도 수고했어요!"
민준이 임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후원금 의혹도 해명했고, 급식 개선도 시작했고, 또래 상담도 시작했어요."
"다음 주 목표는?"
태오가 물었다.
"시설 개선이야. 1학년 교실 냉난방 문제 해결하고, 체육관 농구대 수리하고..."
민준이 리스트를 읽었다.
"할 일이 산더미네."
지민이 웃었다.
"그래도 우리 할 수 있어!"
모두가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학생회 파이팅!"
그날 저녁, 민준은 외할아버지 사진 앞에 앉았다.
"할아버지, 요즘 정말 바빠요."
민준이 혼잣말을 했다.
"학생회장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하지만... 보람 있어요."
"학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사진 속 할아버지가 미소 짓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도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학교를 위해 싸울 때."
바람이 불어왔다.
민준은 미소 지으며 사진을 쓰다듬었다.
"제가 할아버지의 뜻을 잘 이어가고 있죠?"
대답은 없었지만, 민준은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제18회: 학교 축제의 위기
"다음 달이 학교 축제잖아?"
태오가 달력을 보며 말했다.
"맞아. 5월 마지막 주."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회장으로서 첫 축제인데... 잘해야겠다."
"작년 축제는 어땠어?"
지민이 물었다.
"별로였어. 예산도 적고, 프로그램도 재미없고..."
서윤이 기억을 떠올렸다.
"그냥 형식적으로 했어. 학생들 반응도 안 좋았고."
민준은 결심했다.
"이번엔 달라야 해. 학생들이 정말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자!"
월요일, 축제 준비 위원회가 구성됐다.
학생회 임원들과 각 학년 대표들이 모였다.
"올해 축제 테마는 '함께 만드는 축제'예요."
민준이 발표했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로 만들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2학년 대표가 물었다.
"첫째, 각 반에서 부스를 운영해요. 먹거리, 게임, 체험 등 자유롭게."
"둘째, 동아리 공연 무대를 만들어요. 밴드, 댄스, 연극 뭐든지."
"셋째, 학생 주도 이벤트를 진행해요. 장기자랑, 인기투표, 플리마켓 등."
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완전 재미있겠는데!"
"우리 반은 뭐 할까?"
"축제 예산은 얼마예요?"
3학년 대표가 물었다.
민준은 계산서를 보여줬다.
"총 3백만 원이에요. 부스 지원금, 무대 설치비, 홍보비 등으로 나눠져요."
"3백만 원이면... 좀 적은데?"
"맞아요. 그래서 후원도 받을 계획이에요."
지민이 설명했다.
"지역 상인회, 동문회, 학부모회에서 후원받기로 했어요."
"그리고 입장료는?"
"무료예요. 대신 부스에서 수익을 내면 일부를 학생회에 기부하는 방식으로요."
학생들이 동의했다.
"좋아요! 시작합시다!"
준비 기간 3주.
학교는 축제 준비로 들썩였다.
각 반에서는 부스 아이디어 회의가 열렸다.
"우리 반은 타코야키 팔자!"
"아니야, 게임 부스가 더 재미있어!"
"둘 다 하면 안 돼?"
민준네 반은 '추억의 뽑기방'으로 결정했다.
뽑기와 옛날 과자를 파는 부스였다.
동아리들도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밴드부는 매일 방과 후 연습했다.
"이번엔 완벽하게 하자!"
댄스부는 안무를 새로 짰다.
"우리가 메인 무대야!"
연극부는 단막극을 준비했다.
"감동을 줄 거야!"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무대 설치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죄송합니다. 무대 설치 비용이 올랐습니다."
"얼마나요?"
민준이 긴장하며 물었다.
"기존 8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요."
"40만 원이나 오른다고요?!"
"자재비가 올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민준은 당황했다.
예산이 부족했다.
무대 비용이 오르면 다른 곳 예산을 줄여야 했다.
"회의 소집!"
민준은 긴급 회의를 열었다.
"무대 비용이 40만 원 올랐어요."
민준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 어디서 줄여야 하죠?"
한 임원이 물었다.
"부스 지원금을 줄일 수밖에 없어요."
서윤이 계산서를 보여줬다.
"각 반 지원금을 5만 원에서 3만 원으로..."
"안 돼요!"
학생들이 반발했다.
"5만 원도 모자란데 3만 원으로는 부스 운영이 불가능해요!"
"그럼 어쩌라고요? 무대 없이 축제를 해요?"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민준은 고민했다.
'방법이 없을까...'
그때 태오가 아이디어를 냈다.
"무대를 직접 만들면 어때?"
"직접?"
"응! 우리 학교에 목공 동아리 있잖아. 걔네한테 부탁하면 자재비만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민준의 눈이 반짝였다.
"그거 좋은데!"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데..."
서윤이 걱정했다.
"2주 남았잖아. 가능할까?"
"해봐야 알지!"
민준은 즉시 목공 동아리를 찾아갔다.
"무대를 직접 만들어달라고요?"
목공 동아리 부장이 놀랐다.
"네! 가능할까요?"
"음... 간단한 무대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
부장이 동아리원들과 상의했다.
"우리 한번 해볼까?"
"재미있을 것 같은데!"
"좋아요! 도와드릴게요!"
민준은 감격했다.
"정말 고마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뭔데요?"
"우리 동아리도 축제 때 부스 운영하게 해주세요. 목공 체험 부스요."
"당연하죠! 공간도 좋은 곳으로 드릴게요!"
계약 성립.
목공 동아리는 다음 날부터 무대 제작에 들어갔다.
2주간의 제작 과정.
목공 동아리원들은 매일 방과 후 작업했다.
민준도 함께 도왔다.
"여기 못 좀 박아줘!"
"각목 더 필요해!"
땀을 흘리며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고, 페인트를 칠했다.
서윤, 태오, 지민도 Human: 계속계속 써줘1월 17일정의의 도둑, 학교를 흔들다 (계속)
제18회: 학교 축제의 위기 (계속)
서윤, 태오, 지민도 함께 작업에 참여했다.
"이거 생각보다 힘든데?"
태오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만든 무대에서 공연한다고 생각하면 뿌듯하지 않아?"
지민이 페인트 붓을 들고 웃었다.
일주일 후, 무대의 기본 골격이 완성됐다.
"오! 제법인데?"
목공 동아리 부장이 만족스러워했다.
"이제 마감재 붙이고, 계단 만들고, 조명 설치하면 끝이야!"
"완성되면 정말 멋질 것 같아!"
학생들이 작업 과정을 구경하러 왔다.
"우와, 진짜 학생들이 만든 거예요?"
"완전 대박이다!"
소문이 퍼지면서 더 많은 학생들이 도우러 왔다.
"저도 도와줄게요!"
"저는 페인트 칠할 수 있어요!"
결국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무대 제작에 참여했다.
함께 만드는 축제.
말 그대로였다.
축제 일주일 전.
무대가 완성됐다.
운동장 한가운데 세워진 나무 무대.
높이 1.5미터, 폭 8미터, 깊이 6미터.
계단도 있고, 조명도 달렸고, 음향 시스템도 설치됐다.
"완성이다!"
민준이 무대에 올라가 외쳤다.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우리가 해냈어!"
"진짜 멋있다!"
목공 동아리 부장이 민준에게 다가왔다.
"회장님, 우리 동아리 이름 좀 새겨도 될까요?"
"당연하죠! 무대 옆면에 크게 새기세요!"
무대 옆면에 '목공 동아리 제작'이라는 명판이 달렸다.
동아리원들이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축제 3일 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교육청에서 연락이 왔다.
"학생들이 만든 무대는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안전 검사요?"
민준이 당황했다.
"네. 학생들이 사용하는 시설물은 모두 안전 검사 대상입니다."
"검사는 언제 가능한가요?"
"신청하시면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일주일?! 축제가 3일 남았는데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검사 없이는 사용 불가입니다."
전화를 끊은 민준은 절망했다.
"어떡하지... 무대를 못 쓴다고?"
서윤이 교육청 규정을 찾아봤다.
"여기 보면... 긴급 검사 신청도 가능하대. 3일 안에."
"진짜? 어떻게 해야 해?"
"추가 비용 20만 원 내면 돼."
"20만 원..."
민준은 예산을 확인했다.
남은 예산이 정확히 20만 원이었다.
다른 데 쓸 돈이 없었다.
"긴급 검사 신청하자. 어쩔 수 없어."
다음 날, 안전 검사관이 학교에 왔다.
중년의 남자 검사관은 무대를 꼼꼼히 살펴봤다.
구조, 재질, 연결 부위, 계단, 난간...
30분간의 검사 끝에 결과가 나왔다.
"불합격입니다."
"네?!"
민준과 목공 동아리원들이 충격을 받았다.
"왜요? 뭐가 문제인가요?"
"계단 난간이 규정보다 낮습니다. 그리고 바닥 고정이 약합니다."
검사관이 체크리스트를 보여줬다.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수정 후 재검사 받으세요."
"재검사는 언제 가능한가요?"
"내일 오후."
"감사합니다!"
민준은 즉시 목공 동아리를 소집했다.
"오늘 밤 안에 수정해야 해!"
"밤샘 각오!"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작업했다.
난간을 높이고, 바닥을 더 튼튼히 고정했다.
민준, 서윤, 태오, 지민도 함께 했다.
"거의 다 왔어!"
새벽 2시, 작업이 끝났다.
"내일 검사 통과하자!"
모두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오후, 재검사.
검사관이 다시 무대를 살펴봤다.
이번에는 더 꼼꼼히 확인했다.
민준은 손에 땀을 쥐고 기다렸다.
'제발... 통과해야 해...'
10분 후.
"합격입니다."
검사관이 합격 도장을 찍었다.
"잘 고쳤네요. 안전합니다."
"감사합니다!"
민준과 학생들이 환호했다.
"해냈다!"
"드디어!"
축제 준비의 가장 큰 산을 넘었다.
축제 전날 밤.
학교는 축제 장식으로 가득했다.
운동장에는 각 반 부스가 설치됐다.
타코야키, 츄러스, 팝콘, 솜사탕, 뽑기, 게임, 페이스 페인팅...
30개가 넘는 부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무대 주변에는 조명이 달렸다.
밤이 되자 조명이 켜졌다.
"우와... 완전 예쁘다!"
학생들이 감탄했다.
민준은 무대에 올라가 마이크 테스트를 했다.
"하나, 둘, 하나, 둘."
음향도 완벽했다.
"내일이 드디어 축제구나."
서윤이 옆에 섰다.
"긴장돼?"
"엄청. 잘될까?"
"잘될 거야.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민준아."
"응?"
"고마워. 네가 회장이 돼서."
"왜 갑자기?"
"너 덕분에 학교가 정말 달라졌어. 학생들이 행복해졌어."
서윤이 민준을 껴안았다.
"나도 행복해."
민준도 서윤을 안아주었다.
"나도 고마워. 너 없었으면 못 했을 거야."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축제 당일.
5월 마지막 토요일.
날씨는 완벽했다. 맑고 화창했다.
오전 10시, 개막식.
전교생과 학부모, 동문들이 운동장에 모였다.
민준이 무대에 올라가 개회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학생회장 홍민준입니다."
박수가 터졌다.
"오늘 축제는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직접 만든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민준이 무대를 가리켰다.
"이 무대도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부스도, 프로그램도, 모두 우리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오늘 하루, 마음껏 즐기세요! 제1회 함께 만드는 축제, 시작합니다!"
학생들이 환호했다.
축제가 시작됐다.
부스들이 일제히 문을 열었다.
"타코야키 사세요!"
"게임 한 판에 천 원!"
"페이스 페인팅 해드려요!"
학생들이 부스를 돌아다니며 즐겼다.
민준네 반 '추억의 뽑기방'도 대성공이었다.
"회장님! 뽑기 한번 해보세요!"
"얼마예요?"
"천 원!"
민준이 뽑기를 뽑았다.
"당첨! 인형이에요!"
작은 곰 인형이 나왔다.
"서윤아, 이거 줄게."
"고마워!"
서윤이 인형을 받아들고 웃었다.
정오가 되자 첫 공연이 시작됐다.
밴드부의 공연이었다.
"안녕하세요, 밴드부입니다!"
드럼, 기타, 베이스, 키보드, 보컬.
다섯 명의 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다.
첫 곡은 '청춘'이었다.
♪ 우리의 청춘은 지금 여기 ♪
학생들이 따라 불렀다.
무대 앞은 관객으로 가득 찼다.
다음은 댄스부.
10명의 학생들이 칼군무를 선보였다.
"우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연극부는 단막극 '우정'을 공연했다.
친구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감동적인 이야기.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오후 3시, 하이라이트 이벤트.
'학생회장과 함께하는 장기자랑'
누구나 무대에 올라가 장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첫 주자는 1학년 학생.
마술을 선보였다.
"이 카드를 잘 보세요!"
관객들이 집중했다.
"짜잔! 카드가 바뀌었습니다!"
박수가 터졌다.
두 번째는 2학년 학생.
개그를 했다.
"여러분, 학교 급식이 왜 맛있는지 아세요?"
"왜요?"
"배가 고프니까!"
학생들이 웃었다.
세 번째는... 강우진이었다.
"저는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우진이 무대에 올랐다.
민준은 놀랐다.
'우진이가 장기자랑에?'
우진은 기타를 들고 앉았다.
"제목은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입니다."
그가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 내가 너에게 상처를 줬어 ♪
♪ 미안해, 정말 미안해 ♪
♪ 하지만 너는 나를 용서해줬어 ♪
♪ 고마워, 정말 고마워 ♪
우진의 목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학생들이 조용히 들었다.
노래가 끝나자 큰 박수가 터졌다.
우진은 무대에서 내려와 민준에게 다가왔다.
"민준아, 이 노래는 너한테 하는 거야."
"우진아..."
"진심으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더 이상 적이 아니었다.
동료였다.
저녁 6시, 폐막식.
하루 종일 이어진 축제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민준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오늘 축제 어떠셨나요?"
"좋았어요!"
"최고였어요!"
학생들이 소리쳤다.
"저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만든 축제였기에 더욱 특별했습니다."
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학생회장으로서 첫 축제였는데...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학생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박수가 5분 넘게 이어졌다.
민준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무대에서 내려오자 친구들이 달려왔다.
"민준아! 대성공이야!"
"완전 최고의 축제였어!"
서윤이 민준을 꼭 안았다.
"수고했어, 우리 회장님."
"우리 모두 수고했지."
네 사람은 서로를 껴안으며 웃고 울었다.
밤 9시, 모든 학생들이 돌아간 후.
민준은 혼자 무대에 앉았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정말... 긴 하루였어.'
발소리가 들렸다.
교장 선생님이었다.
"민준아, 아직도 여기 있었니?"
"네, 교장선생님."
교장 선생님이 옆에 앉았다.
"오늘 축제, 정말 훌륭했어. 30년 교직 생활 중 최고의 축제였어."
"과찬이세요."
"아니야. 진심이야."
교장 선생님이 민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네는 정말 훌륭한 학생회장이야.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고, 함께 만들어가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교장 선생님이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집에 가서 쉬어.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푹 자고."
"네, 안녕히 가세요."
민준은 다시 혼자 남았다.
무대 위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쏟아질 것 같았다.
'할아버지, 봤어요? 오늘 축제.'
'학생들이 정말 행복해했어요.'
'제가 잘하고 있는 거죠?'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할아버지의 대답 같았다.
'잘하고 있다, 민준아.'
민준은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행복한 하루의 끝이었다.
제19회: 시험과 우정
축제가 끝나고 일주일 후.
학교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민준에게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중간고사였다.
"야, 민준아. 너 요즘 공부는 하니?"
태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못 했어. 학생회 일 하느라."
민준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축제 준비에 매달리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어떡해... 2주 남았는데."
서윤이 민준의 노트를 봤다.
텅 비어 있었다.
"민준아, 이건 심각한데? 수학이랑 영어는 진도도 모르잖아."
"알아... 근데 학생회 일도 있고..."
바로 그때,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홍민준, 잠깐 나와볼래?"
민준은 긴장하며 복도로 나갔다.
"민준아, 솔직히 물어볼게. 요즘 성적 걱정 안 되니?"
"...걱정돼요."
"지난 달 모의고사 봤지? 성적 많이 떨어졌더라."
민준은 고개를 숙였다.
"학생회장 하느라 바쁜 건 이해해. 하지만 공부도 중요해. 균형을 찾아야 해."
"네... 알겠습니다."
"중간고사까지 2주야. 지금부터라도 집중하면 만회할 수 있어. 화이팅!"
"감사합니다, 선생님."
방과 후, 민준은 도서관에 갔다.
처음으로 제대로 공부하려고 했다.
하지만...
"회장님! 긴급 사안이 있어요!"
한 학생이 달려왔다.
"1학년이랑 2학년이 화장실에서 싸웠대요!"
"뭐?!"
민준은 책을 덮고 달려갔다.
화장실에는 학생 두 명이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민준이 중재에 나섰다.
"얘가 먼저 시비 걸었어요!"
"아니야! 얘가 먼저 욕했어!"
30분 동안 이야기를 듣고, 화해시키고, 선생님께 보고했다.
도서관으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 6시.
"공부 좀 하자..."
하지만 집중이 안 됐다.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고, 눈이 감겼다.
결국 한 시간 만에 포기하고 집에 갔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회장님! 급식 Human: 계속계속 써줘1월 17일정의의 도둑, 학교를 흔들다 (계속)
제19회: 시험과 우정 (계속)
"회장님! 급식실에 문제가 생겼어요!"
지민이 급하게 달려왔다.
"무슨 문제?"
"오늘 급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대요. 학생들이 난리예요."
민준은 한숨을 쉬며 교과서를 덮었다.
"가보자."
급식실에는 학생들이 모여 웅성거렸다.
"이게 뭐예요? 머리카락이잖아요!"
한 학생이 식판을 들어 보였다.
민준은 즉시 영양사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 이물질 문제 때문에 왔습니다."
"알고 있어. 미안해. 급식 업체에 강력히 항의했어."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일부터는 더 철저히 검수하겠어. 그리고 오늘 급식은 사과의 의미로 디저트를 추가로 제공할게."
"감사합니다."
민준은 학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했다.
"학생회에서도 급식 모니터링을 더 강화하겠습니다."
문제 해결에 또 한 시간.
공부할 시간은 계속 줄어들었다.
일주일 후.
중간고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준은 패닉 상태였다.
"수학 3단원도 못 봤어... 영어 단어도 안 외웠어..."
서윤이 민준을 불렀다.
"민준아, 우리 같이 공부하자."
"어떻게?"
"스터디 그룹 만들자. 너, 나, 태오, 지민이."
"좋은 생각이다!"
그날 저녁, 네 명은 서윤의 집에 모였다.
"자, 일주일 계획표를 짜자."
서윤이 화이트보드에 시간표를 그렸다.
"평일에는 방과 후 2시간씩, 주말에는 4시간씩."
"학생회 일은?"
민준이 물었다.
"긴급한 것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다른 임원들한테 맡기자."
"알겠어."
스터디가 시작됐다.
서윤은 수학을 가르쳤다.
"이 공식은 이렇게 푸는 거야."
지민은 영어를 가르쳤다.
"단어는 문장으로 외우면 더 잘 외워져."
태오는 과학을 가르쳤다.
"원리를 이해하면 암기할 필요가 없어."
민준은 네 명 중 가장 성적이 낮았지만, 친구들이 끝까지 도와줬다.
"민준아, 이해될 때까지 설명해줄게."
"포기하지 마. 우리 함께 하잖아."
친구들의 응원에 민준은 힘을 얻었다.
하지만 3일 후, 민준은 한계에 부딪혔다.
"안 돼... 머리에 안 들어와..."
너무 많은 진도를 한 번에 따라잡으려니 벅찼다.
"민준아, 괜찮아?"
서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미안해... 나 때문에 스터디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우리가 함께 하는 거잖아."
"하지만..."
민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학생회장도 제대로 못 하고, 공부도 못 하고... 나 진짜 아무것도 못 하는 것 같아."
서윤이 민준을 꼭 안아주었다.
"그렇지 않아. 너는 정말 잘하고 있어."
"축제도 성공시켰고, 학교도 바꿨고, 학생들도 행복하게 만들었잖아."
태오와 지민도 다가왔다.
"민준아, 너는 우리의 영웅이야."
"성적이 전부가 아니야. 너는 더 중요한 걸 하고 있어."
민준은 친구들을 보며 울었다.
감동의 눈물이었다.
"고마워... 너희들 정말 고마워..."
중간고사 전날 밤.
민준은 벼락치기를 했다.
새벽 2시까지 교과서를 붙들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자. 결과가 어떻든.'
다음 날, 시험 첫날.
국어, 영어, 수학 시험.
민준은 최선을 다했다.
모르는 문제도 많았지만, 아는 것은 정확하게 풀었다.
이틀간의 시험이 끝났다.
"어떻게 본 것 같아?"
서윤이 물었다.
"글쎄... 절반 정도는 푼 것 같아."
"그것도 대단한 거야. 일주일 만에 따라잡은 건데."
민준은 시험지를 생각하며 걱정했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일주일 후, 성적 발표.
민준은 떨리는 손으로 성적표를 받았다.
국어 78점
영어 72점
수학 65점
과학 70점
사회 75점
평균 72점.
전 학년 등수 180등.
전교생 400명 중 180등이었다.
민준은 실망했다.
예전에는 50등 안에 들었었다.
"민준아..."
서윤이 걱정스럽게 다가왔다.
"괜찮아?"
"응... 괜찮아."
민준은 억지로 웃었다.
"예상했던 거니까."
하지만 마음속은 무거웠다.
점심시간, 민준은 혼자 옥상에 올라갔다.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봤다.
'나... 뭘 하고 있는 걸까?'
학생회장으로서는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으로서는 낙제점이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담임 선생님이었다.
"민준아, 여기 있었구나."
"선생님..."
담임 선생님이 옆에 섰다.
"성적 봤어. 많이 실망했지?"
"...네."
"선생님은 실망 안 했어."
"네?"
민준은 놀라서 선생님을 쳐다봤다.
"민준아, 너는 숫자로 평가받을 학생이 아니야."
담임 선생님이 민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너는 학교를 바꿨어. 비리를 밝혀냈고, 학생회장이 돼서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어. 그게 100점짜리 시험보다 더 가치 있어."
"하지만... 성적도 중요하잖아요."
"물론이지. 하지만 우선순위가 있어. 지금 네 우선순위는 학생회장 일이야. 그걸 잘하면 돼."
"그럼 공부는요?"
"천천히 해. 급할 거 없어. 학생회 일이 좀 안정되면 그때 공부에 집중하면 돼."
담임 선생님이 웃었다.
"인생은 마라톤이야.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야. 지금 당장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민준은 위로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리고 민준아."
"네?"
"선생님은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20년 교사 생활 중 최고의 제자야."
민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고맙습니다..."
방과 후, 함께 팀이 모였다.
"민준아, 성적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서윤이 말했다.
"맞아. 우리가 다음 기말고사 때 도와줄게."
태오가 덧붙였다.
"지금은 학생회 일에 집중하자."
지민이 노트를 펼쳤다.
"다음 달에 또래 상담 프로그램 평가가 있어. 준비해야 해."
민준은 친구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너희들이 있어서 다행이야."
"우리가 팀이잖아!"
네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그날 저녁, 민준은 외할아버지 사진을 봤다.
"할아버지, 저 성적이 떨어졌어요."
민준이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학생회장으로서 할 일을 했으니까요."
"성적은... 나중에 올리면 되죠?"
바람이 불어왔다.
할아버지의 대답 같았다.
'그래, 민준아. 네가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책상 앞에 앉아 학생회 업무 파일을 열었다.
'또래 상담 프로그램 평가 준비'
할 일은 많았다.
하지만 민준은 행복했다.
자기가 하는 일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성적은 숫자일 뿐.
진짜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느냐였다.
민준은 그것을 배우고 있었다.
제20회: 또래 상담의 기적
또래 상담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한 달.
서윤은 상담 일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민준아, 이것 봐."
서윤이 통계 자료를 보여줬다.
"한 달간 상담 건수 127건. 생각보다 많아."
"어떤 상담이 많아?"
"친구 관계 45%, 학업 스트레스 30%, 가족 문제 15%, 기타 10%."
민준은 자료를 꼼꼼히 봤다.
"상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2점. 나쁘지 않아."
"좋네! 학생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거잖아."
바로 그때, 한 학생이 학생회실로 뛰어들어왔다.
"회장님! 큰일 났어요!"
"무슨 일이야?"
"1학년 김서아 학생이... 자살 시도했대요!"
민준과 서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보건실로 달려갔다.
김서아는 손목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다행히 깊게 긋지 않아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서아야..."
담임 선생님이 옆에서 울고 있었다.
"왜 이런 짓을..."
민준은 가슴이 아팠다.
보건 선생님이 조용히 말했다.
"학교 폭력 때문인 것 같아요. 같은 반 친구들한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대요."
"학교 폭력이라고요?"
서윤이 놀랐다.
"네. 근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대요. 혼자 견디다가..."
민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또래 상담 프로그램이 있는데... 왜 말하지 않았을까?'
서아가 깨어난 후, 민준과 서윤은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서아야, 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
서윤이 부드럽게 물었다.
서아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어요."
"왜?"
"전에 선생님한테 말했는데... 그냥 '친구들이랑 잘 지내보라'고만 하셨어요."
서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또래 상담도... 비밀이 보장된다고 했지만 믿을 수가 없었어요. 혹시 소문 나면 더 괴롭힘당할까봐..."
민준은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충분히 안전한 환경을 만들지 못했구나.'
"서아야, 미안해. 우리가 부족했어."
민준이 진심으로 사과했다.
"앞으로는 달라질 거야. 절대로 너 같은 학생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겠어."
서아가 처음으로 민준을 쳐다봤다.
"정말요?"
"약속해."
긴급 학생회 회의가 소집됐다.
"학교 폭력 예방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민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또래 상담만으로는 부족해요.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서윤이 제안서를 내밀었다.
"첫째, 익명 신고 앱을 만듭니다. 완전히 익명이 보장되는."
"둘째, 학교 폭력 대응팀을 구성합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조사하고 개입하는."
"셋째, 피해 학생 보호 프로그램. 상담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보호 조치까지."
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계획이에요."
"하지만 예산이..."
"예산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민준이 말했다.
"다시 후원을 받겠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니까."
다음 날부터 민준은 다시 후원 요청에 나섰다.
학부모회, 동문회, 지역 상인회...
"학생의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도와주세요."
민준의 진심이 전해졌다.
일주일 만에 200만 원을 모았다.
그 돈으로 익명 신고 앱을 개발하고, 대응팀을 운영하고, 보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앱 이름은 '안전지대'.
완전 익명으로 학교 폭력을 신고할 수 있었다.
신고가 들어오면 대응팀이 24시간 내에 조사에 착수했다.
피해 학생에게는 즉시 상담과 보호 조치가 제공됐다.
2주 후, 첫 성과가 나왔다.
익명 신고 15건.
모두 조사해서 8건은 학교 폭력으로 확인됐다.
가해 학생들은 징계받았고, 피해 학생들은 보호받았다.
"효과가 있네!"
태오가 감탄했다.
"학생들이 드디어 말할 수 있는 통로를 찾은 거야."
지민이 덧붙였다.
민준은 뿌듯했지만 동시에 씁쓸했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고통받고 있었구나...'
한 달 후, 김서아가 학교로 돌아왔다.
한동안 치료를 받고 회복한 후였다.
민준은 서아를 만났다.
"서아야, 괜찮아?"
"네... 많이 좋아졌어요."
서아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고마워요, 회장님."
"뭐가?"
"'안전지대' 앱 덕분에 다른 친구들이 도움 받고 있잖아요. 저 때문에 만들어진 거라고 들었어요."
민준은 손을 저었다.
"너 때문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야."
"그래도... 저 같은 친구들이 생기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서아가 민준에게 편지를 건넸다.
"이거... 읽어Human: 계속계속 써줘1월 17일정의의 도둑, 학교를 흔들다 (계속)
제20회: 또래 상담의 기적 (계속)
"이거... 읽어주세요."
민준은 편지를 받아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편지를 펼쳤다.
'회장님께
저는 죽고 싶었어요. 매일매일이 지옥 같았어요.
아침에 눈 뜨는 게 두려웠고, 학교 가는 게 무서웠어요.
아무도 저를 도와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회장님이 바꿔주셨어요.
'안전지대' 앱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됐고,
저를 괴롭히던 친구들도 멈췄어요.
이제 저는 살고 싶어요.
회장님 덕분에 희망을 찾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김서아 올림'
민준은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거구나... 내가 학생회장을 하는 이유가...'
성적이 떨어져도, 바빠서 힘들어도.
한 명의 학생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었다.
다음 날, 전교 조회.
교장 선생님이 '안전지대'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치하했다.
"학생회장 홍민준 학생과 또래 상담팀의 노력 덕분에 우리 학교가 더 안전해졌습니다."
박수가 터졌다.
"앞으로도 학교 폭력 제로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학생 여러분도 함께해주세요."
조회가 끝나고, 학생들이 민준에게 다가왔다.
"회장님, 정말 멋있어요!"
"우리 학교가 달라진 게 느껴져요!"
민준은 쑥스러워하며 손을 흔들었다.
점심시간, 함께 팀이 옥상에 모였다.
"우리...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어."
서윤이 감격스럽게 말했다.
"맞아. 생명을 살렸잖아."
태오가 덧붙였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하자."
지민이 노트를 펼쳤다.
"다음 목표는 뭐야?"
민준은 생각했다.
"학업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은 어때?"
"좋은 생각이다!"
"멘토링 시스템을 만들자. 성적 좋은 선배들이 후배들을 도와주는."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 공간도 만들자. 음악 듣고, 쉬고, 게임도 하고."
네 사람은 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6월이 되었다.
민준이 학생회장이 된 지 두 달.
학교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급식 만족도 2.8점에서 4.1점으로 상승.
학교 폭력 신고 건수 증가 (숨겨진 사건들이 드러나기 시작).
하지만 해결률도 95%로 높아짐.
동아리 활동 참여율 60%에서 85%로 증가.
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 90% 이상이 '학교생활이 행복하다'고 응답.
민준은 이 모든 변화가 믿기지 않았다.
'정말... 우리가 한 거야?'
교장 선생님이 민준을 불렀다.
"민준아, 좋은 소식이 있어."
"무슨 소식이에요?"
"교육청에서 우리 학교를 '모범 학생자치 학교'로 선정했어."
"정말요?!"
"응. 다음 달에 교육감님이 직접 방문하셔서 시상할 거야."
민준은 기쁨에 겨워 학생회실로 달려갔다.
"얘들아! 우리 학교가 모범 학교로 선정됐대!"
친구들이 환호했다.
"대박!"
"우리가 해냈어!"
네 사람은 서로를 껴안으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민준은 집에서 생각에 잠겼다.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았다.
자기 성적은 여전히 바닥이었고.
일부 학생들은 여전히 불만이 있었고.
예산은 항상 부족했고.
민준은 외할아버지 사진을 봤다.
"할아버지, 제가 잘하고 있는 거 맞죠?"
"때로는... 불안해요. 제가 너무 많은 걸 하려는 건 아닌지..."
바람이 불어왔다.
민준은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민준아, 완벽할 필요는 없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아버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민준은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갔다.
정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이했다.
"안녕! 좋은 아침!"
"회장님, 안녕하세요!"
학생들이 밝게 인사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민준은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했다.
그때 한 1학년 학생이 다가왔다.
"회장님, 저... 고민이 있는데 상담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점심시간에 학생회실로 와."
"감사합니다!"
학생이 환하게 웃으며 교실로 들어갔다.
민준은 가슴이 따뜻해졌다.
'학생들이 나를 믿어주는구나.'
복도를 걷는데 벽에 붙은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7월 학생회장 평가 투표'
민준은 깜짝 놀랐다.
학생회장 중간 평가가 다음 달이었다.
만약 평가가 나쁘면... 탄핵될 수도 있었다.
'긴장된다...'
하지만 민준은 자신 있었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학생들을 위해 헌신했으니까.
6월 마지막 주.
학생회는 중간 보고회를 열었다.
체육관에 전교생이 모였다.
민준이 단상에 올라 발표했다.
"안녕하세요, 학생회장 홍민준입니다."
박수가 터졌다.
"지난 3개월간 학생회가 한 일을 보고하겠습니다."
스크린에 PPT가 떴다.
"첫째, 투명한 학생회비 운영. 매달 사용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둘째, 급식 질 개선. 만족도가 2.8점에서 4.1점으로 올랐습니다."
"셋째, 학교 폭력 제로. '안전지대' 앱으로 127건의 상담, 15건의 신고를 처리했습니다."
"넷째, 동아리 활동 활성화. 참여율이 85%로 증가했습니다."
"다섯째, 학교 축제 성공. 역대 최고의 만족도를 기록했습니다."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앞으로도 학생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민준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박수가 5분 넘게 이어졌다.
보고회가 끝나고, 서윤이 민준을 안았다.
"완벽했어! 학생들 반응 봤어?"
"응... 다행이다."
민준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태오와 지민도 축하해줬다.
"이제 평가 투표는 문제없겠는데?"
"그러게. 90% 이상 지지율 나올 것 같아."
네 사람은 웃으며 학생회실로 돌아갔다.
책상 위에는 다음 달 계획서가 놓여 있었다.
'7월 계획: 여름방학 프로그램, 도서관 리모델링, 체육 대회 준비...'
할 일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민준은 행복했다.
자기가 하는 일에 의미가 있었고.
친구들이 함께했고.
학생들이 행복해했으니까.
"자, 다시 시작하자!"
민준이 외쳤다.
"학생회 파이팅!"
"파이팅!"
네 사람의 목소리가 학생회실에 울려 퍼졌다.
민준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14살.
어린 나이지만 민준은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리더십, 책임감, 헌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이것이 진짜 성장이었다.
성적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진짜 중요한 성장.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호빵 하나였다.
그날, 매점에서 먹은 신비한 호빵.
홍길동의 능력을 받은 그 순간부터.
민준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평범한 중학생에서 학교의 영웅으로.
불법 활동가에서 합법 리더로.
혼자서 싸우던 외로운 영웅에서 함께하는 팀의 일원으로.
민준은 지금 행복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이야기가 기대됐다.
제21회: 여름방학의 약속
7월 첫째 주.
학생회장 평가 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지지율 92%!"
서윤이 환호하며 결과를 보여줬다.
"민준아, 대성공이야!"
민준은 믿어지지 않았다.
전교생의 92%가 자신을 지지한다니.
"반대 8%는 뭐래?"
태오가 댓글을 확인했다.
"음... '너무 바빠 보인다', '가끔 독단적이다', '성적이 떨어졌다' 이런 의견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지적이야. 보완해야겠어."
"에이, 92%면 충분히 잘한 거야!"
지민이 격려했다.
하지만 민준은 진지했다.
"8%의 목소리도 중요해. 그 학생들도 우리 학교 학생이니까."
서윤이 민준을 보며 미소 지었다.
'역시... 민준이답다.'
그날 오후, 긴급 교직원 회의가 열렸다.
교장실에서 선생님들이 모였다.
민준도 학생 대표로 참석했다.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올해는 특별히 학생회 주도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들었습니다. 발표해보세요."
민준이 일어나 PPT를 켰다.
"네. '함께 성장하는 여름'이라는 주제로 세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첫째, 학습 멘토링. 성적이 우수한 3학년이 1, 2학년을 가르쳐줍니다."
"둘째, 재능 나눔 교실. 학생들이 서로의 재능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림, 음악, 운동 등."
"셋째, 봉사 활동.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을 함께 합니다."
선생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계획입니다."
한 선생님이 손을 들었다.
"예산은 얼마나 필요한가요?"
"총 150만 원입니다. 교재비, 재료비, 간식비 등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학생회비로 충당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교장 선생님이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승인합니다. 학생들이 유익한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방학 첫날.
학습 멘토링이 시작됐다.
도서관에 멘토 30명, 멘티 90명이 모였다.
민준도 멘티로 참여했다.
멘토는 전교 1등인 3학년 이지훈 선배였다.
"민준아, 수학 어디가 약해?"
"2학기 함수 부분이요."
"알겠어. 기초부터 다시 해보자."
지훈 선배는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함수는 원리를 이해하면 쉬워. 공식 암기가 아니라."
민준은 처음으로 수학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오! 이제 이해가 돼요!"
"그치? 넌 머리가 좋아. 그냥 시간이 없었던 거야."
두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민준은 뿌듯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성적도 올릴 수 있겠어!'
오후에는 재능 나눔 교실.
서윤은 '영어 회화' 수업을 맡았다.
"Hello, everyone! Let's practice conversation!"
학생들이 즐겁게 영어로 대화했다.
태오는 '만화 그리기' 수업.
"만화는 표정이 중요해요. 과장되게 그려야 재미있어요."
지민은 '사진 찍기' 수업.
"구도가 중요해요. 황금비율을 활용하면..."
민준은 '리더십' 수업을 맡았다.
"리더는 혼자 잘나서가 아니라 팀을 이끌 수 있어야 해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했다.
"저도 처음엔 혼자 다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니까 훨씬 좋았어요."
학생들이 진지하게 들었다.
"회장님, 질문 있어요!"
"응, 말해봐."
"리더가 실수하면 어떡해요?"
민준은 웃었다.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완벽한 리더는 없어요. 중요한 건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만드는 거죠."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일주일 후.
봉사 활동의 날.
학생 50명이 지역 복지관에 모였다.
"오늘은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를 할 거예요."
민준이 팀을 나눴다.
"1팀은 청소, 2팀은 말벗, 3팀은 공연 준비."
민준은 2팀, 말벗 팀에 들어갔다.
한 할아버지 앞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저는 중학교 2학년 홍민준이에요."
"오, 학생이구만. 반갑네."
"할아버지는 어떻게 지내세요?"
"그저 그렇지. 늙으면 다들 그렇잖나."
할아버지는 쓸쓸하게 웃었다.
"가족들은 바빠서 잘 안 와. 외롭지."
민준은 할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할아버지, 옛날 이야기 들려주세요. 제가 듣고 싶어요."
할아버지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그럼 내가 젊었을 적 이야기를 해줄까..."
한 시간 동안 할아버지는 신나게 이야기했다.
전쟁 이야기, 사랑 이야기, 가족 이야기...
민준은 진심으로 경청했다.
"할아버지, 정말 멋진 인생을 사셨네요."
"그런가? 고맙네, 학생."
할아버지가 민준의 손을 꼭 잡았다.
"오늘... 정말 행복했어. 고맙네."
민준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게 진짜 봉사구나. 물질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
저녁, 봉사가 끝나고.
학생들이 모여 소감을 나눴다.
"저는 오늘 할머니가 우시는 걸 봤어요. 너무 외롭다고..."
"저는 어르신이 제 손을 꼭 잡고 안 놓으셨어요."
학생들의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가 이렇게 작은 일로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민준이 말했다.
"맞아요. 이게 봉사의 의미예요. 우리도 성장하고, 누군가도 행복해지고."
"다음 주에도 올까요?"
한 학생이 물었다.
"물론이죠! 원하는 사람은 계속 참여할 수 있어요."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민준은 뿌듯했다.
'학생들이 변하고 있어. 좋은 방향으로.'
방학 3주차.
민준은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
멘토링 덕분이었다.
"민준아, 이번 모의고사 점수 봤어?"
지훈 선배가 웃으며 물었다.
"네... 평균 82점이요!"
"대박! 10점이나 올랐네!"
민준은 기뻤다.
학생회 일과 공부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었다.
서윤도 칭찬했다.
"봐, 내가 뭐랬어. 너 할 수 있다니까."
"너희 덕분이야. 멘토링 프로그램 만들어줘서."
네 사람은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방학 끝나면 또 바빠지겠지?"
태오가 말했다.
"응. 2학기엔 체육대회, 학생회 워크숍, 기말고사..."
"하지만 이제는 자신 있어."
민준이 웃었다.
"우리가 함께하니까."
"치즈!"
네 사람은 셀카를 찍었다.
사진 속 네 사람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방학 마지막 날.
민준은 외할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였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민준은 산소 앞에 절을 했다.
"이번 방학도 잘 보냈어요. 학생들이랑 멘토링도 하고, 봉사도 하고."
"성적도 올랐어요. 평균 82점!"
어머니가 옆에서 웃었다.
"할아버지도 기뻐하시겠다."
"엄마, 외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어요?"
민준이 물었다.
어머니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정의로운 분이셨어. 네 나이 때 학교에서 불의와 싸우셨대."
"근데... 결국 이기지 못하셨지. 그게 평생 한이었어."
"그래서 엄마한테 늘 말씀하셨어. '네 자식들은 정의롭게 키워라.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키워라'고."
민준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할아버지... 제가 할아버지의 꿈을 이루고 있어요."
바람이 불어왔다.
할아버지의 대답 같았다.
'고맙다, 민준아. 네가 자랑스럽다.'
개학 전날 밤.
민준은 2학기 계획을 세웠다.
노트에 적었다.
'2학기 목표'
학생회 활동 지속 - 하지만 과하지 않게
성적 유지 - 평균 80점 이상
친구들과의 시간 - 매주 한 번 이상
가족과의 시간 - 주말마다
나 자신을 위한 시간 - 취미 생활
균형 잡힌 생활.
그것이 민준의 새로운 목표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서윤이었다.
"민준아, 내일 개학이야. 준비됐어?"
"응! 완전 준비됐어!"
"2학기도 함께 잘해보자."
"당연하지. 우리 팀이잖아."
"사랑해, 민준아."
"나도 사랑해, 서윤아."
전화를 끊고 민준은 창밖을 바라봤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새로운 학기.
새로운 도전.
새로운 성장.
모든 게 기대됐다.
민준의 중학교 2학년, 2학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제22회: 새로운 전학생
9월 첫째 주.
2학기 개학 첫날.
민준은 상쾌한 기분으로 학교에 갔다.
방학 동안 재충전을 해서 에너지가 넘쳤다.
"민준아!"
서윤이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학 잘 보냈어?"
"응! 너도?"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교실로 향했다.
복도에서 학생들이 인사했다.
"회장님, 방학 잘 보내셨어요?"
"응! 너희도?"
교실에 들어서자 낯선 얼굴이 보였다.
키가 크고, 단정한 외모의 여학생.
"어? 전학생인가?"
태오가 속삭였다.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자, 여러분. 새 학기 시작이죠. 그리고 오늘 전학생이 왔습니다."
여학생이 일어나 칠판 앞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전학 온 최유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목소리가 차갑고 단호했다.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유나 학생, 민준이 옆 빈자리에 앉으세요."
"네."
유나가 민준 옆자리에 앉았다.
민준이 손을 내밀었다.
"안녕, 나는 홍민준이야. 학생회장이고."
유나는 민준의 손을 잡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알아요."
냉랭한 반응.
민준은 어색하게 손을 거두었다.
'저 애... 좀 차갑네.'
쉬는 시간, 학생들이 유나에게 다가갔다.
"유나야, 서울 어디 살았어?"
"강남이요."
"우와! 강남? 완전 부자네!"
"그냥 평범해요."
"취미가 뭐야?"
"독서요."
"좋아하는 음식은?"
"딱히 없어요."
유나는 모든 질문에 짧고 건조하게 대답했다.
학생들은 접근하기 어려워했다.
"쟤... 좀 차가운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친구 사귀기 힘들겠는데."
점심시간, 유나는 혼자 도서관으로 갔다.
민준은 걱정이 됐다.
"서윤아, 유나 좀 이상하지 않아?"
"응... 너무 벽을 쌓는 것 같아."
"우리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 학생회장으로서 새 학생 적응 도와주는 것도 일이잖아."
민준은 도서관으로 유나를 찾아갔다.
유나는 구석 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유나야."
"..."
유나는 대답 없이 책만 봤다.
"점심 안 먹어? 같이 먹자."
"필요 없어요."
"혼자 있지 말고 친구들이랑..."
"전 혼자가 편해요."
유나가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친구 같은 거 필요 없어요. 저한테 말 걸지 마세요."
민준은 당황했다.
"하지만..."
"회장님이시니까 학교 관리는 하세요. 하지만 제 사생활엔 개입하지 마세요."
유나는 책을 들고 자리를 떴다.
민준은 멍하니 서 있었다.
'왜 저렇게 거부감이 심할까...'
방과 후, 학생회 회의.
민준은 유나 이야기를 꺼냈다.
"새 전학생 최유나 말인데... 너무 폐쇄적인 것 같아."
"맞아. 나도 말 걸어봤는데 완전 차갑더라."
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서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윤이 추측했다.
"전학 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
"조사해볼까?"
태오가 제안했다.
"아니, 그건 사생활 침해야."
민준이 말렸다.
"일단 지켜보자. 시간이 지나면 마음을 열 수도 있어."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유나는 변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점심시간.
민준은 복도에서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유나가 한 1학년 학생과 대화하고 있었다.
"괜찮아. 선배들한테 당해도 참지 마. 신고해."
유나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감정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무섭Human: 계속계속 써줘1월 17일정의의 도둑, 학교를 흔들다 (계속)
제22회: 새로운 전학생 (계속)
"하지만... 무서워요."
1학년 학생이 떨며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용기를 내."
유나가 학생의 어깨를 토닥였다.
민준은 놀랐다.
'저렇게 따뜻한 면도 있었어?'
유나가 고개를 돌려 민준을 봤다.
눈빛이 다시 차가워졌다.
"엿듣는 취미라도 있으세요?"
"아, 미안. 우연히..."
"1학년 학생이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어요. '안전지대'에 신고하라고 했으니 학생회에서 처리하세요."
유나는 그렇게 말하고 1학년 학생을 데리고 갔다.
민준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유나... 학교 폭력에 관심이 많네.'
그날 저녁, '안전지대' 앱에 신고가 들어왔다.
1학년 박지우 학생이 3학년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
민준은 즉시 대응팀을 가동했다.
조사 결과, 사실이었다.
3학년 선배 3명이 지우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돈을 빼앗고, 심부름을 시키고, 때리기까지 했다.
민준은 분노했다.
"이건 명백한 폭력이야. 즉시 징계해야 해."
선생님들께 보고하고, 가해 학생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피해 학생 지우는 상담과 보호를 받았다.
일주일 후, 가해 학생들은 정학 처분을 받았다.
지우는 민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회장님, 정말 고마워요. 유나 선배가 용기 내라고 해서..."
"유나가?"
"네. 유나 선배가 없었으면 전 신고도 못 했을 거예요."
민준은 유나를 다시 보게 됐다.
'저 애...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가?'
다음 날, 민준은 유나를 다시 찾아갔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유나.
"유나야, 지우 건 고마워."
"뭐가요?"
"네가 용기를 줘서 신고할 수 있었잖아."
유나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당연한 일 했을 뿐이에요."
"그래도 고마워. 너 덕분에 한 학생을 구했어."
유나가 처음으로 민준을 똑바로 쳐다봤다.
"회장님."
"응?"
"궁금한 거 있죠? 제가 왜 이렇게 차갑게 구는지."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궁금해."
유나가 책을 덮었다.
"제가 서울에서 전학 온 이유... 알고 싶어요?"
"...응."
유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학교 폭력 때문이에요."
"뭐?"
"전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했어요. 2년 동안."
민준은 충격을 받았다.
"처음엔 제가 피해자였어요. 친구들이 저를 따돌리고, 욕하고, SNS에 악플 달고..."
유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전 도움을 청했어요. 선생님들한테, 학생회한테, 심지어 경찰한테도."
"그런데?"
"아무도 안 도와줬어요. 오히려 '네가 문제 있으니까 당하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민준은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전 사람을 믿지 않게 됐어요. 특히 학생회 같은 거."
유나가 민준을 쳐다봤다.
"학생회장이 뭐 하나요? 어차피 형식적이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유나야, 우리 학교는 달라."
민준이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는 정말로 학생들을 돕고 있어. '안전지대' 앱도 만들었고, 또래 상담도 하고..."
"말로는 다 그렇죠."
유나가 비웃었다.
"실제로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외로운지."
민준은 유나의 손을 잡았다.
"유나야, 나도 알아."
"네가 뭘 알아요?"
"내 친구가 자살 시도했어. 학교 폭력 때문에."
유나의 눈이 커졌다.
"그때 난 깨달았어. 우리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걸.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
민준의 목소리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완벽하진 않아.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노력하고 있어. 너 같은 학생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유나는 한참 민준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정말... 정말이에요?"
"정말이야. 믿어줘."
유나가 민준을 껴안으며 울었다.
"미안해요... 제가 너무 차갑게 굴었죠..."
"괜찮아. 이해해."
민준도 유나를 토닥였다.
그날 이후, 유나는 조금씩 변했다.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미소도 지었다.
점심시간에는 민준, 서윤, 태오, 지민과 함께 밥을 먹었다.
"유나야, 너 서울에서 뭐 좋아했어?"
지민이 물었다.
"음... 카페 가는 거요. 조용한 카페에서 책 읽는 거."
"오! 나도 그거 좋아해!"
"진짜요? 그럼 이번 주말에 같이 갈래요?"
"좋아!"
유나가 환하게 웃었다.
민준은 그 모습을 보며 흐뭇했다.
'역시 사람은 환경이 중요해. 좋은 환경에서는 변할 수 있어.'
2주 후, 유나가 민준을 찾아왔다.
"회장님, 부탁이 있어요."
"뭔데?"
"제가... 또래 상담사 하고 싶어요."
민준은 놀랐다.
"진짜?"
"네. 제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저처럼 고통받는 학생들을 돕고 싶어요."
"좋아! 환영해!"
유나는 또래 상담사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첫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 대상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었다.
"저도 똑같은 경험을 했어요."
유나가 학생의 손을 잡았다.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하지만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가 있어요."
피해 학생이 울며 유나를 안았다.
"언니... 저 어떡하면 좋아요?"
"용기 내. 신고하고, 도움 받고, 이겨내는 거야."
유나의 상담은 효과가 뛰어났다.
실제 경험자이기에 공감 능력이 탁월했다.
한 달 만에 유나는 최고의 상담사가 됐다.
10월, 학생회 평가 회의.
"또래 상담 프로그램 만족도가 4.2점에서 4.7점으로 올랐어요."
서윤이 보고했다.
"유나의 상담 만족도가 4.9점이에요. 거의 만점!"
민준은 자랑스러웠다.
"유나야, 정말 잘하고 있어."
"고마워요, 회장님. 회장님 덕분이에요."
"무슨 소리야. 네 노력이지."
유나가 민준을 보며 말했다.
"회장님, 저 이제 사람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
"네. 여기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특히 회장님."
유나가 민준에게 편지를 건넸다.
"이거 읽어주세요."
그날 밤, 민준은 유나의 편지를 읽었다.
'회장님께
저는 사람을 믿지 못했어요.
세상은 차갑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회장님을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세상엔 정말로 좋은 사람도 있고,
진심으로 도와주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회장님처럼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
정말 감사합니다.
최유나 올림'
민준은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게... 내가 하는 일의 의미구나.'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민준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더 열심히 하자.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자.'
다음 날, 유나가 학생회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직책은 '또래 상담 부장'.
"앞으로 잘 부탁해요, 부장님!"
태오가 웃으며 말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유나가 환하게 웃었다.
함께 팀이 다섯 명이 됐다.
민준, 서윤, 태오, 지민, 유나.
다섯 명은 손을 맞잡았다.
"함께 팀 파이팅!"
"파이팅!"
새로운 동료.
새로운 힘.
새로운 가능성.
유나의 합류로 학생회는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더 많은 학생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
제23회: 체육대회의 열기
10월 셋째 주.
전교 체육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학생회실은 준비로 바빴다.
"빨강팀, 파랑팀, 노랑팀 명단 확인했어?"
민준이 체크리스트를 확인했다.
"네! 각 팀 130명씩 균등 배분했어요."
태오가 보고했다.
"운동장 라인 작업은?"
"내일 체육 선생님들이 하신대요."
"간식 주문은?"
"완료! 빵 300개, 음료수 400병."
"좋아!"
민준은 만족스러워했다.
이번 체육대회는 특별했다.
학생회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첫 체육대회였다.
"회장님, 개회식 연설 준비하셨어요?"
유나가 물었다.
"응... 대충은 했는데..."
"대충요? 전교생 앞에서 하는 건데?"
서윤이 눈을 흘겼다.
"알았어, 알았어. 제대로 준비할게!"
체육대회 전날 저녁.
민준은 집에서 개회사를 준비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니, 이건 너무 딱딱한데."
"즐거운 체육대회에 오신 걸 환영... 이것도 이상해."
민준은 고민했다.
핸드폰이 울렸다. 서윤이었다.
"민준아, 연설 준비 어때?"
"음... 잘 안 돼."
"그럴 줄 알았어. 화상통화 켜."
화상통화로 서윤이 조언해줬다.
"너무 격식 차리지 마. 그냥 네 마음대로 말해."
"내 마음대로?"
"응. 네가 체육대회에서 학생들한테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
민준은 생각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
"알았어! 고마워, 서윤아!"
"그래. 화이팅!"
민준은 원고를 다시 썼다.
이번엔 진심을 담아서.
체육대회 당일.
10월의 맑은 하늘 아래 운동장이 북적였다.
빨강팀, 파랑팀, 노랑팀으로 나뉜 학생들이 각자 자리에 앉았다.
응원 도구를 들고 열기가 뜨거웠다.
"빨강팀 파이팅!"
"파랑팀이 이긴다!"
"노랑팀 최고!"
오전 9시, 개회식.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이 끝나고, 민준이 단상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학생회장 홍민준입니다!"
학생들이 환호했다.
민준은 원고를 보지 않고 말했다.
"오늘 체육대회, 기대되시나요?"
"네!"
"저도 정말 기대돼요. 왜냐하면 오늘은 1등이 중요한 날이 아니니까요."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물론 이기면 좋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함께 즐기는 거예요."
민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우리는 평소에 공부로 경쟁하고, 성적으로 비교당하고, 스트레스 받잖아요."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냥 즐겨요. 친구들이랑 웃고, 응원하고, 추억 만들어요."
"이기든 지든, 오늘 하루 행복하면 그게 진짜 승리예요!"
학생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자, 그럼 시작할까요? 제1회 함께 즐기는 체육대회, 시작!"
첫 종목은 계주.
각 팀 대표 선수 10명씩.
민준은 빨강팀 마지막 주자였다.
"민준아, 우리한테 달렸어!"
팀원들이 응원했다.
총성이 울렸다.
첫 주자가 출발했다.
빨강, 파랑, 노랑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바통이 계속 넘어갔다.
드디어 민준 차례.
빨강팀은 2등이었다. 파랑팀이 앞서고 있었다.
"민준이! 파이팅!"
서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준은 전력질주했다.
바람을 가르며 달렸다.
파랑팀 주자가 바로 앞에 있었다.
'따라잡을 수 있어!'
민준은 미니 길동 능력을 살짝 사용했다.
순간적으로 속도가 빨라졌다.
슈웅-
파랑팀 주자를 추월!
결승선 통과!
"빨강팀 1등!"
팀원들이 환호하며 달려왔다.
"민준아! 대박!"
"완전 빨랐어!"
하지만 민준은 죄책감이 들었다.
'능력을 쓴 건... 반칙 아닌가?'
점심시간.
민준은 서윤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나... 계주에서 능력 썼어."
"뭐?!"
"살짝만... 순간이동은 아니고 그냥 속도만..."
서윤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민준아, 그건 공정하지 않아."
"알아... 미안해."
"어떡할 거야?"
민준은 고민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실격될 것이고.
숨기면 양심에 걸릴 것이고.
"솔직하게 말할게."
민준은 결심했다.
오후 경기 전, 민준은 체육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 제가 Human: 계속계속 써줘1월 17일정의의 도둑, 학교를 흔들다 (계속)
제23회: 체육대회의 열기 (계속)
"선생님, 제가 계주에서... 공정하지 않은 방법을 썼어요."
체육 선생님이 눈썹을 올렸다.
"무슨 소리야?"
"제가... 특별한 능력이 있잖아요. 그걸 살짝 썼어요."
민준은 솔직하게 말했다.
체육 선생님은 한참 생각하더니 웃었다.
"민준아, 네 능력도 네 일부야."
"네?"
"달리기 잘하는 애는 다리가 긴 것도 장점이고, 키 큰 애는 농구 잘하는 것도 장점이잖아."
선생님이 민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 능력도 마찬가지야. 그게 너니까. 단, 지나치게 쓰지 않았으면 됐어."
"정말... 괜찮나요?"
"응. 전력질주한 거 맞지? 그럼 됐어."
민준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다음부턴 조심해. 능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오후 경기가 이어졌다.
줄다리기, 피구, 이어달리기, 장애물 경주...
학생들은 땀을 흘리며 즐겼다.
민준은 능력을 쓰지 않고 순수하게 경기에 임했다.
장애물 경주에서는 넘어지기도 했다.
"으악!"
하지만 일어나서 다시 뛰었다.
결과는 꼴찌.
팀원들이 아쉬워했지만 민준은 웃었다.
"미안, 내가 느려서!"
"괜찮아! 재미있었어!"
이게 진짜 체육대회였다.
이기는 것보다 함께 즐기는 것.
마지막 종목은 응원 경연.
각 팀이 준비한 응원을 선보였다.
빨강팀은 댄스 응원.
파랑팀은 노래 응원.
노랑팀은 치어리딩 응원.
모두 열심히 준비한 티가 났다.
심사위원은 선생님들.
결과가 발표됐다.
"응원 경연 1등, 노랑팀!"
노랑팀이 환호했다.
빨강팀과 파랑팀도 박수를 쳤다.
승부보다 과정이 중요했다.
오후 4시, 폐회식.
교장 선생님이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 1등, 빨강팀!"
빨강팀 학생들이 일어나 환호했다.
민준도 함께 기뻐했다.
"2등 파랑팀, 3등 노랑팀. 모두 수고했습니다!"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오늘의 진짜 우승자는..."
교장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모두입니다. 함께 즐기고, 응원하고, 추억 만든 여러분 모두가 승자예요!"
학생들이 서로를 껴안으며 웃었다.
등수와 상관없이 모두가 행복했다.
민준은 무대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며 뿌듯했다.
'이거였어. 내가 원했던 게.'
체육대회가 끝나고 청소 시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동장을 정리했다.
"여기 쓰레기!"
"의자 정리 도와줘!"
1시간 만에 운동장이 깨끗해졌다.
민준은 마지막까지 남아서 청소했다.
"회장님, 이제 가세요. 저희가 할게요."
학생들이 말했다.
"아니야, 함께 하는 거지."
민준은 빗자루를 들고 계속 쓸었다.
서윤, 태오, 지민, 유나도 함께 했다.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서윤이 웃으며 말했다.
"응. 다들 행복해 보였어."
"내년에도 이렇게 하자!"
태오가 제안했다.
"당연하지!"
다섯 명은 웃으며 청소를 마쳤다.
저녁, 집으로 가는 길.
민준은 서윤과 함께 걸었다.
"서윤아, 오늘 고마웠어."
"뭐가?"
"연설 도와준 것도, 응원해준 것도."
"당연한 거지. 우리 사이잖아."
서윤이 민준의 손을 잡았다.
"민준아."
"응?"
"너 요즘 정말 멋있어."
"갑자기 왜?"
"학생회장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계속 성장하는 게 보여."
서윤이 민준을 쳐다봤다.
"나...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민준은 얼굴이 빨개졌다.
"나도... 너 자랑스러워."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석양이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그날 밤, 학교 SNS.
체육대회 후기가 넘쳐났다.
"오늘 진짜 재미있었어!"
"내 인생 최고의 체육대회"
"민준 회장님 연설 감동이었어"
"내년도 기대된다"
만족도 조사 결과: 4.8/5.0
역대 최고 점수였다.
민준은 뿌듯하게 댓글들을 읽었다.
"잘했어, 민준아."
스스로에게 칭찬했다.
하지만 쉴 틈은 없었다.
다음 주부터 기말고사 준비가 시작이었다.
"공부... 해야지..."
민준은 책상 앞에 앉았다.
하지만 피곤해서 금방 잠들어버렸다.
다음 날 아침.
민준은 늦잠을 자서 지각했다.
"아, 늦었다!"
허겁지겁 학교에 도착했다.
복도에서 담임 선생님과 마주쳤다.
"민준아, 또 지각이네?"
"죄송합니다..."
"어제 체육대회 준비하느라 피곤했지?"
"네..."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봐줄게. 근데 이제 기말고사 준비해야지?"
"네! 열심히 할게요!"
민준은 교실로 뛰어갔다.
교실에는 이미 수업이 시작돼 있었다.
"죄송합니다!"
민준은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 유나가 노트를 보여줬다.
"지금까지 한 거 적어뒀어요."
"고마워!"
민준은 노트를 보며 수업을 따라갔다.
'유나 덕분에 살았네.'
점심시간, 도서관.
민준은 기말고사 계획을 세웠다.
"한 달 남았으니까... 하루 2시간씩 공부하면 되겠다."
서윤이 옆에 앉았다.
"스터디 그룹 다시 하자."
"좋아!"
태오, 지민, 유나도 합류했다.
이번엔 다섯 명의 스터디 그룹.
"역할 분담하자."
서윤이 제안했다.
"수학은 내가, 영어는 지민이, 과학은 태오, 사회는 유나, 국어는 민준이."
"나? 국어를?"
"응. 너 국어 잘하잖아. 78점 받았어."
민준은 쑥스러워했다.
"알겠어. 열심히 할게!"
스터디 일정이 짜졌다.
평일 방과 후 2시간, 주말 4시간.
학생회 일과 병행하면서 공부도 해야 했다.
바쁜 한 달이 예상됐다.
그날 저녁, 첫 스터디.
서윤의 집 지하실에서 다섯 명이 모였다.
"자, 오늘은 수학!"
서윤이 화이트보드를 꺼냈다.
"이차방정식부터 시작할게."
2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중간에 간식도 먹고, 농담도 하고, 웃기도 했다.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태오가 감탄했다.
"혼자 하면 지루한데, 같이 하니까 좋네."
"맞아. 모르는 거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고."
유나도 만족스러워했다.
민준은 친구들을 보며 감사했다.
'나 혼자였으면 벌써 포기했을 거야.'
스터디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민준은 핸드폰으로 오늘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이차방정식... 근의 공식..."
조금씩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할 수 있어. 이번엔 80점 넘길 수 있어!'
일주일 후.
민준의 모의고사 점수가 나왔다.
수학 75점, 영어 78점, 과학 72점, 사회 80점, 국어 82점.
평균 77.4점.
5점이나 올랐다!
"대박! 민준아!"
친구들이 축하해줬다.
"이 속도면 기말고사 때 80점 넘기겠는데?"
"진짜? 그럼 좋겠다!"
민준은 자신감이 생겼다.
학생회 일과 공부.
둘 다 잘할 수 있다는 확신.
하지만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학교 SNS에 익명 게시글이 올라왔다.
'학생회 예산 부정 사용 의혹 재조명'
글에는 지난번 후원금 의혹과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더 구체적이었다.
"체육대회 예산 150만 원 중 30만 원 사용처 불명"
"간식 주문 영수증 조작 의혹"
"민준 회장과 측근들의 사적 모임 비용"
완전히 거짓이었다.
하지만 댓글이 빠르게 달렸다.
"또?"
"이번엔 진짜인가?"
"민준이 믿었는데..."
민준은 충격에 빠졌다.
"누가... 또 이런 짓을..."
서윤이 민준을 진정시켰다.
"진정해. 우리 증거 다 있잖아."
"하지만 소문은 이미..."
"해명하면 돼. 지난번처럼."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불안했다.
'왜 자꾸 나를 공격하는 거지?'
'대체 누가...'
그날 밤, 민준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제24회: 진짜 적의 정체
다음 날 아침.
학교는 소문으로 들끓었다.
"민준이가 예산 빼돌렸대."
"진짜? 믿을 수 없는데..."
"근데 증거가 있대."
민준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느꼈다.
의심, 실망, 궁금증...
다양한 눈빛들이 민준을 향했다.
"민준아..."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진짜 아니지?"
"당연히 아니야. 거짓말이야."
"다행이다. 나 너 믿어."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점심시간, 긴급 학생회 회의.
"일단 모든 영수증과 증빙 서류를 공개하자."
서윤이 제안했다.
"체육대회 예산 150만 원, 한 푼도 빠짐없이 다 사용했어."
유나가 엑셀 파일을 보여줬다.
"간식비 80만 원, 운동장 설치비 40만 원, 상품비 20만 원, 기타 10만 원."
"30만 원 불명이라는 건 거짓말이에요."
지민이 영수증 사본을 정리했다.
"이걸 다 SNS에 올리면 되겠네."
태오가 말했다.
민준은 고민에 빠졌다.
"근데...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무슨 말이야?"
"지난번에도 후원금 의혹, 이번에도 예산 의혹... 패턴이 비슷해."
민준이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나를 공격하고 있어."
"강우진 친구들 아닐까?"
태오가 추측했다.
"아니야. 우진이는 이미 화해했고, 친구들도 멈췄어."
민준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누군가야. 더 조직적이고, 치밀한..."
바로 그때, 민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익명 문자였다.
'학생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그러면 공격을 멈추겠다.'
민준의 얼굴이 굳었다.
"이것 봐."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여줬다.
"이거... 협박이잖아!"
서윤이 분노했다.
"경찰에 신고해야 해!"
"아니, 잠깐."
민준이 생각했다.
"이 사람... 내가 학생회장 자리를 노리는 것 같아."
"그럼 학생회와 관련된 사람?"
"그럴 가능성이 높아."
민준은 지난 몇 달을 되돌아봤다.
학생회장 선거, 평가, 활동...
누가 자기를 견제할 이유가 있을까?
방과 후, 민준은 흔자 조사를 시작했다.
먼저 학생회장 선거 때 경쟁했던 후보들을 생각했다.
강우진 - 이미 화해함.
이서준 - 3학년, 이미 졸업 준비 중.
박민지 - 온순한 성격, 가능성 낮음.
'그럼 누구지?'
민준은 학생회 내부를 살폈다.
혹시 임원 중에...?
아니야, 모두 민준을 지지하고 있었다.
'외부Human: 계속계속 써줘1월 17일정의의 도둑, 학교를 흔들다 (계속)
제24회: 진짜 적의 정체 (계속)
'외부인? 아니면 학부모?'
민준은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봤다.
그때 복도에서 이상한 대화가 들렸다.
"잘됐어. 민준이 떨어지면 우리한테 유리하잖아."
"맞아. 드디어 기회가 왔어."
민준은 조심스럽게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다.
모퉁이를 돌자 두 명의 2학년 학생이 서 있었다.
조민석과 한지훈.
학생회 선거 때 민준을 지지했던 학생들이었다.
"너희... 지금 무슨 얘기 한 거야?"
민준이 나타나자 두 학생이 깜짝 놀랐다.
"아, 회장님! 아무것도 아니에요!"
"방금 내 이름 말했잖아. 무슨 일이야?"
민석이 당황하며 말했다.
"저희... 사실은..."
"솔직히 말해."
민준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지훈이 결국 입을 열었다.
"저희가... 다음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려고 했어요."
"그래서?"
"그런데 회장님이 너무 잘하시니까... 저희가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서..."
민준은 이해했다.
"그래서 내 평판을 떨어뜨리려고 한 거야?"
"아니에요! 저희는 그런 거 안 했어요!"
민석이 급하게 부인했다.
"진짜예요! 소문은 저희가 아니에요!"
민준은 두 학생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진실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 누가 한 거야?"
"저희도 몰라요. 근데... 소문이 퍼지니까 저희한테 유리하긴 하죠."
지훈이 솔직하게 인정했다.
민준은 한숨을 쉬었다.
"너희가 학생회장 되고 싶은 건 이해해.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안 돼."
"죄송합니다..."
"그리고 학생회장은 권력이 아니야. 학생들을 섬기는 자리야. 그걸 알고 나가야 해."
두 학생은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민준은 돌아서서 걸어갔다.
'범인이 아니었어. 그럼 대체 누구지?'
저녁, 민준은 서윤에게 전화했다.
"서윤아, 민석이랑 지훈이는 아니었어."
"그럼 누구야?"
"모르겠어. 더 조사해야 할 것 같아."
"민준아, 혹시..."
서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학교 밖 사람은 아닐까?"
"학교 밖?"
"응. 예를 들면... 이사장 관련된 사람들?"
민준은 깜짝 놀랐다.
'맞아! 이사장!'
강도혁 이사장은 민준 때문에 감옥에 갔다.
그의 측근들이 복수하려고 할 수도 있었다.
"서윤아, 천재다!"
"조사해볼까?"
"응. 근데 조심해야 해. 위험할 수도 있어."
다음 날, 민준과 서윤은 지역 신문을 검색했다.
이사장 관련 기사들.
"여기 봐. 이사장 재판이 다음 달에 있대."
서윤이 기사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사장 측 변호사가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무죄?"
"응. 증거 불충분이라나..."
민준은 불안했다.
'설마 무죄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기사를 더 읽어보니 놀라운 내용이 있었다.
"이사장 측에서 '증거 수집 과정의 불법성'을 주장하고 있대."
"불법성?"
"응. 학생이 무단으로 이사장실에 침입해서 증거를 얻었다고..."
민준은 식은땀이 났다.
그건... 자기 얘기였다.
"만약 증거가 무효가 되면..."
"이사장이 풀려날 수도 있어."
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만약 이사장이 풀려나면..."
"복수하려고 할 거야."
민준은 주먹을 쥐었다.
'소문을 퍼뜨린 게... 이사장 측 사람일 수도 있어.'
점심시간, 민준은 경비 아저씨를 찾아갔다.
"아저씨, 이사장 재판 아세요?"
"응, 알지. 신문에 나왔더라."
"혹시... 이사장이 풀려날 수도 있나요?"
경비 아저씨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가능성은 있어. 이사장이 돈이 많아서 변호사를 여러 명 고용했거든."
"그럼 어떡하죠?"
"민준아, 네가 할 수 있는 건 진실을 지키는 거야."
아저씨가 민준의 어깨를 잡았다.
"네가 찾은 증거는 진짜야. 그걸 믿어."
"하지만 불법 침입이..."
"불법일지 모르지만, 정의로운 일이었어. 법정에서도 인정받을 거야."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며칠 후, 또 다른 익명 문자가 왔다.
'마지막 경고다. 학생회장 사퇴 성명 발표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와 네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
이번엔 가족까지 위협했다.
민준은 분노했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어머니와 동생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서윤에게 문자를 보여줬다.
"이건... 심각한데. 경찰에 신고해야 해."
"그래야 할 것 같아."
두 사람은 경찰서로 갔다.
형사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학생, 이건 명백한 협박이야. 수사 시작할게."
"빨리 잡아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어. 그리고 이 문자 번호 추적해볼게."
며칠 후, 경찰이 연락이 왔다.
"홍민준 학생, 범인을 잡았어."
"정말요?!"
"응. 와서 확인해봐."
경찰서.
민준은 형사를 따라 조사실로 갔다.
유리창 너머로 범인이 보였다.
30대 중반의 남자.
낯선 얼굴이었다.
"저 사람... 누구예요?"
"강도혁 이사장의 비서였던 사람이야."
형사가 설명했다.
"이사장이 구속된 후 해고됐는데, 복수하려고 너를 괴롭힌 거야."
민준은 허탈했다.
'이사장 때문에...'
"학생, 걱정 마. 이 사람은 협박죄로 처벌받을 거야."
"감사합니다."
민준은 경찰서를 나왔다.
서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
"잡혔어. 이사장 비서였던 사람이래."
"다행이다!"
서윤이 민준을 안았다.
"이제 걱정 끝이네."
"응..."
하지만 민준은 여전히 불안했다.
이사장 재판은 아직 남아 있었다.
일주일 후.
민준은 학교 SNS에 해명 글을 올렸다.
'예산 부정 사용 의혹에 대한 최종 해명'
모든 영수증, 증빙 서류, 그리고 경찰 조사 결과까지 첨부했다.
"저를 공격한 사람은 이미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앞으로도 투명하게 학생회를 운영하겠습니다."
"저를 믿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댓글이 달렸다.
"역시 민준이는 깨끗해!"
"고생 많았어요"
"계속 응원합니다!"
"민준 회장 최고!"
지지율은 다시 90%로 회복됐다.
민준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충격적인 뉴스가 나왔다.
'강도혁 전 이사장, 1심 무죄 판결'
민준은 TV 앞에 얼어붙었다.
"증거 수집 과정의 불법성을 인정하여..."
"횡령 혐의 증거 불충분..."
"무죄 판결..."
민준은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경비 아저씨였다.
"민준아, 뉴스 봤니?"
"네... 믿을 수 없어요."
"검사가 항소할 거야. 아직 끝난 게 아니야."
"하지만..."
"민준아, 포기하지 마. 진실은 결국 이긴다."
전화를 끊고, 민준은 주먹을 쥐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2심, 3심이 남았어.'
'나는 계속 싸울 거야.'
그때 또 다른 문자가 왔다.
이번엔 이사장 본인에게서.
'홍민준 학생, 고소하겠습니다. 명예훼손과 불법 침입으로.'
민준은 충격에 빠졌다.
이제 자기가 피고인이 될 처지였다.
제25회: 법정에 선 영웅
다음 날 아침.
민준은 우편함에서 법원 소환장을 받았다.
'강도혁 vs 홍민준 - 명예훼손 및 주거침입 소송'
어머니가 소환장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민준아... 이게 무슨 일이니?"
"엄마, 괜찮아. 나 잘못 안 했어."
"하지만 법원에..."
민준은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나는 정의로운 일을 했어. 법정에서도 인정받을 거야."
하지만 속으로는 불안했다.
'변호사 비용은 어떡하지...'
우리 집은 가난했다.
비싼 변호사를 고용할 여유가 없었다.
학교에 도착하자 소문이 퍼져 있었다.
"민준이가 고소당했대."
"진짜? 왜?"
"이사장한테."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어떤 학생들은 걱정했고, 어떤 학생들은 수군거렸다.
교실에 들어서자 서윤이 달려왔다.
"민준아, 소환장 받았어?"
"응... 어떻게 알았어?"
"나도 받았어."
"뭐?!"
서윤도 소환장을 보여줬다.
'증인 소환 - 이서윤'
"나도 불려갔어. 증인으로."
태오와 지민도 소환장을 받았다.
민준과 함께 이사장실에 침입했던 모든 사람들이 법정에 서게 됐다.
"어떡하지..."
민준은 머리를 감쌌다.
점심시간, 긴급 대책 회의.
"일단 변호사를 구해야 해."
서윤이 말했다.
"하지만 돈이..."
"국선 변호사 신청하면 돼."
유나가 조사한 정보를 보여줬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 국가에서 변호사를 지원해줘."
"정말?"
"응. 신청해봐."
민준은 희망을 얻었다.
그날 저녁, 법원에 국선 변호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주일 후, 배정된 변호사를 만났다.
40대 중반의 여성 변호사, 이혜진Human: 계속계속 써줘1월 17일정의의 도둑, 학교를 흔들다 (계속)
제25회: 법정에 선 영웅 (계속)
40대 중반의 여성 변호사, 이혜진 변호사였다.
"안녕하세요, 홍민준 학생. 저는 이혜진 변호사입니다."
"안녕하세요."
민준은 긴장한 채로 악수했다.
이혜진 변호사는 사건 자료를 꼼꼼히 읽었다.
"흠... 이사장실 무단 침입, 증거 수집..."
한참을 읽더니 고개를 들었다.
"민준 학생, 솔직히 말할게요. 이 사건 쉽지 않아요."
"...네."
"법적으로는 명백한 불법 침입이에요. 그리고 명예훼손도 성립할 수 있어요."
민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혜진 변호사가 미소 지었다.
"정의로운 동기가 있었죠. 그리고 실제로 이사장의 비리를 밝혀냈어요."
"저는 이 사건을 꼭 이기고 싶어요. 학생의 용기가 범죄가 되어선 안 되니까요."
민준은 감격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준비 시작합시다. 우리에게 유리한 증거를 모아야 해요."
일주일간 민준은 변호사와 함께 준비했다.
학교 비리 조사 과정을 상세히 정리했다.
왜 침입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외할아버지의 이야기까지.
"민준 학생의 외할아버지도 40년 전 같은 일을 겪으셨다고요?"
"네. 정식으로 신고했지만 묵살당하셨어요."
"그래서 학생은 다른 방법을 선택한 거군요."
"네... 정의를 실현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어요."
이혜진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걸 정당방위 논리로 풀어갈게요."
재판 일주일 전.
학교에서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홍민준 학생을 지지합니다'
서윤, 태오, 지민, 유나가 주도했다.
"민준이는 우리 학교를 구했어요!"
"비리를 밝혀낸 영웅이에요!"
"법정에서 이겨야 해요!"
학생들이 줄을 서서 서명했다.
하루 만에 300명.
이틀 만에 전교생의 80%.
선생님들도 서명했다.
"민준이는 훌륭한 학생이에요."
"정의로운 일을 했어요."
서명지는 법원에 제출됐다.
'탄원서 - 홍민준 학생을 지지하는 400명의 서명'
재판 전날 밤.
민준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일... 어떻게 될까?'
핸드폰이 울렸다.
서윤이었다.
"민준아, 못 자?"
"응... 너무 긴장돼."
"괜찮아. 우리가 다 함께 갈 거야."
"고마워."
"그리고 민준아, 기억해. 너는 잘못하지 않았어."
"응..."
"네가 한 일은 용기 있는 일이야. 자랑스러워해."
전화를 끊고 민준은 외할아버지 사진을 봤다.
"할아버지, 내일 법정에 서요."
"할아버지가 못 다 한 싸움을 제가 이어갈게요."
"꼭 이길게요."
재판 당일.
11월 15일 오전 10시.
지방법원 제3법정.
민준은 정장을 입고 법정에 섰다.
어머니, 동생들, 그리고 친구들이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학생들도 50명 넘게 왔다.
"저기 민준이다!"
"회장님 파이팅!"
판사가 입장했다.
"일어나세요."
모두가 일어났다.
"피고인 홍민준, 앞으로 나오세요."
민준은 떨리는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갔다.
원고 측 변호사가 먼저 주장을 시작했다.
"피고 홍민준은 2025년 6월 15일, 강도혁 이사장의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주거침입죄이며, 사생활 침해입니다."
"또한 근거 없는 비리 의혹을 제기하여 이사장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따라서 손해배상 3천만 원과 함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합니다."
방청석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이혜진 변호사가 일어났다.
"재판장님, 피고 홍민준은 정당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강도혁 이사장은 실제로 40년간 학교 예산 100억 원 이상을 횡령했습니다."
"피고는 이를 밝혀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침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40년 전 피고의 외할아버지도 같은 비리를 신고했지만 묵살당했습니다."
"정식 절차로는 해결할 수 없었기에, 피고는 직접 증거를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혜진 변호사가 외할아버지의 옛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것이 40년 전의 신고서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판사가 신고서를 살펴봤다.
"피고는 부득이한 상황에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했습니다."
"이는 위법성이 조각되는 긴급피난에 해당합니다."
원고 측 변호사가 반박했다.
"긴급피난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정식으로 교육청이나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습니다!"
"40년 전 일이 지금과 무슨 상관입니까?"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증인 신문 시간.
서윤이 증인석에 섰다.
"증인은 피고와 함께 이사장실에 침입했나요?"
원고 측 변호사가 물었다.
"네."
"왜 그랬습니까?"
"학교를 구하기 위해서요."
서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희 학교는 수십 년간 이사장의 비리로 고통받았습니다."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시설은 낡았고, 선생님들은 월급도 제때 못 받았어요."
"저희는 그 진실을 밝히고 싶었을 뿐이에요."
방청석에서 학생들이 울었다.
"서윤 언니 맞아요!"
"우리 학교 정말 힘들었어요!"
판사가 정숙을 요구했다.
태오와 지민도 증인으로 나와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마지막으로 민준이 최후 진술을 했다.
"재판장님, 저는 잘못했습니다."
방청석이 술렁였다.
"법을 어긴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민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제 외할아버지는 40년 전 같은 비리와 싸우다가 실패하셨습니다."
"그분은 평생 그 한을 안고 사셨습니다."
"저는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다시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학교를 구했습니다."
민준이 방청석을 돌아봤다.
"저 학생들을 보세요. 저들은 이제 행복합니다."
"급식이 좋아졌고,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고, 학교 폭력도 줄었습니다."
"이 모든 게 비리를 밝혀낸 덕분입니다."
민준이 판사를 똑바로 쳐다봤다.
"저는 법을 어겼을지 몰라도, 정의는 지켰습니다."
"만약 다시 돌아가도 저는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왜냐하면 법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판사가 정숙을 명령했지만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재판이 끝나고.
민준은 복도에서 친구들과 포옹했다.
"민준아, 정말 멋있었어!"
"마지막 진술 완전 감동이었어!"
어머니도 눈물을 흘리며 민준을 안았다.
"우리 아들... 정말 자랑스럽구나."
"엄마... 죄송해요. 걱정 끼쳐드려서."
"아니야. 엄마는 네가 자랑스러워."
이혜진 변호사가 다가왔다.
"민준 학생, 잘했어요. 판사님도 감동받으신 것 같았어요."
"결과는 언제 나와요?"
"2주 후에 선고가 있을 거예요."
"...떨립니다."
"걱정 마세요. 우리가 이길 거예요."
2주간 민준은 불안 속에서 기다렸다.
학교 생활은 계속됐다.
기말고사 준비, 학생회 활동, 친구들과의 시간.
하지만 마음 한편은 항상 재판 생각뿐이었다.
학생들은 민준을 더욱 지지했다.
"회장님은 영웅이에요!"
"꼭 이기실 거예요!"
선생님들도 응원했다.
"민준아, 힘내."
선고일.
11월 29일 오전 10시.
다시 법정에 선 민준.
판사가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피고 홍민준에 대한 주거침입 및 명예훼손 사건..."
민준은 숨을 죽였다.
"본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주거침입죄에 대하여..."
긴 침묵.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무죄?!"
방청석이 환호했다.
"명예훼손에 대하여..."
"원고의 실제 비리가 입증되었으므로 이 또한 무죄를 선고한다."
"따라서 피고 홍민준은 무죄이다."
쾅!
판사가 마지막 망치를 내렸다.
"재판 종료."
민준은 믿을 수 없었다.
"무죄... 무죄라고...?"
서윤이 달려와 민준을 안았다.
"이겼어! 우리가 이겼어!"
방청석의 학생들이 환호하며 일어났다.
"민준이 최고!"
"정의가 이겼다!"
"우리 회장님!"
민준은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법원 밖.
수십 명의 학생들이 민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
"축하해요!"
민준은 학생들 앞에 섰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지지가 없었다면 이길 수 없었어요!"
학생들이 박수를 쳤다.
"이제... 진짜로 끝난 거예요. 학교는 자유로워졌어요!"
"앞으로 더 좋은 학교를 만들어갑시다!"
"함께!"
"함께!"
학생들이 환호했다.
민준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할아버지, 봤죠? 우리가 이겼어요.'
'40년 만에... 드디어 정의가 승리했어요.'
바람이 불어왔다.
할아버지의 축하 같았다.
민준은 미소 지으며 친구들과 함께 학교로 돌아갔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진짜 자유로운 학교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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